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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카테고리트럼프의 솔직함이 자유주의 세계 질서를 어떻게 파괴하는가

2025-02-05

러시아가 분석하는 트럼프, 두번째 이야기


 

상대가 누구이든 갑작스런 고관세 부과, 느닷없이 일방적인 그린란드 판매 요구, 막무가내식 파나마 운하 운용권 주장 등 상식적으로 설명이 도저히 불가한 트럼프의 행보.

 

더구나 그의 직설적 협박으로 고통받는 국가군이 전통적인 상대국들이나 제재대상국들이 아니라, 키신저가 지적하였듯이, 미국과 동맹관계에 있거나 미국에 과다하게 의존해온 국가들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캐나다와 멕시코 등 남미 국가들이 당장 눈앞의 재앙에 직면해 있고 조만간 유럽과 대만 그리고 한국과 일본이 사정권에 들어갈 것이다.

 

반면에 적성국으로 간주되어온 북한과 러시아에겐 오히려 기회를 제공하고, 상대하기 벅찬 경쟁자 중국에겐 국제사회의 입지를 넓혀주고 있는 묘한 형국이다.

 

한마디로 집단서방이 급격히 붕괴되고 미패권이 생 양아치로 변질되어 가는 과정이자 국제질서가 크게 바뀌는 격변의 조짐이다.

 

이에 대한민국은 여전히 괴력을 지닌 미국이 마구 휘두르는 몽둥이에 내상을 입지 않도록 요령있는 대비와 중장기 대안을 준비하는 한편, 새로이 형성되는 다자다극의 질서에 선제적으로 적응해 가야만 한다.

 

이렇듯 서구의 몰락을 반영하는 트럼프의 특이한 재등장에 대하여 일전에도 소개한 러시아의 일급 전략가인 루키아노프 (Fyodor Lukyanov)의 날카로운 분석이 담긴 두번째 글을 공유한다.

 

 

트럼프의 솔직함이 자유주의 세계 질서를 어떻게 파괴하는가

<미국 대통령의 직설적인 리더십은 서방의 위선을 폭로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정치의 중심무대로 복귀하면서 그의 독특한 정치적 행동에 대한 논의가 다시 불 붙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 주제가 무감각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트럼프는 계속해서 글로벌 정치의제를 지시하며 현대 세계에 대한 두 가지 핵심 현실을 강조합니다.

 

첫째, 다른 나라들이 다극 질서를 아무리 원하더라도 미국의 중심 역할은 부인할 수 없다.

둘째, 문자 그대로나 비유적으로 경계를 넓히는 트럼프의 접근 방식은 오늘날의 국제 환경에서 목표를 달성하는 효과적인 방법임이 입증되었다.

 

트럼프의 정치적 행동의 핵심은 위선(僞善)과 이중성을 거부하고, 대신 직설적이고 무례한 태도로 대체하는 것입니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데만 집중하고 반대 주장을 무시하며, 종종 같은 요구를 끊임없이 반복합니다. 트럼프는 다른 나라를 미국과 동등하게 대하는 척하지 않으며, 이러한 믿음을 숨기지도 않습니다. 그의 세계관에서 국제적 평등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중국의 상황은 경제 규모와 무역량 때문에 약간 다르지만, 거기에서도 트럼프의 중상주의적(重商主義的) 본능이 지배적입니다. 트럼프의 접근 방식은 그의 첫 임기 동안 채택된 2018년 미국국가안보 전략과 일치하며, 이는 현대 국제관계를 강대국 간의 경쟁으로 공식적으로 인정했습니다. 이러한 인정은 실제로 특정 국가(미합중국)를 다른 국가보다 우위에 두는 것입니다. 이 개념은 이전에는 비공식적으로 인정되었지만 명확하게 공개적으로 언급된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이상보다 결과가 우선

 

트럼프를 차별화하는 것은 이상보다는 결과에 집중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자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그는 단순히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고 싶어합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종종 다른 국가와 지도자에 대해 무례하게 말하려는 그의 의지에서 나타납니다. 이러한 행동은 일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지만, 트럼프가 외교적 예절을 무시하는 것은 더 광범위한 추세를 반영한다는 것이 분명합니다. 즉, 미국이 "너그러운 패권국" 으로 행동하는 것에서 더 “이기적이고 거래적인 강국”으로 변화하는 것입니다.

 

다른 국가의 반응은 이러한 변화를 잘 보여줍니다. 덴마크와 캐나다와 같은 국가는 트럼프의 직설적인 발언에 혼란스러워하고 주저하는 듯합니다. 독일과 영국도 마찬가지로 트럼프주의자들이 자국 내정에 공개적으로 간섭하는 데 불안해합니다. 라틴 아메리카의 정치 지도자들도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며, 동맹이나 이상보다 자기 이익을 우선시하는 미국과 거래할 가능성에 대한 파멸감을 반영합니다. 미국이 자유주의적 "너그러운" 자세를 포기하고 노골적인 패권의 접근방식을 완전히 수용한다면 저항이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는 사실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포스트 위선" 의 부상

 

트럼프의 매력은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위선이란 수사"에 대한 그의 근본적인 거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전통적인 정치와 외교에서 위선이란 겉치레는 항상 갈등을 매끄럽게 하고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도구로 존재해 왔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수십 년 동안 위선은 정치의 본질로 진화했습니다. 침묵의 문화와 거친 모서리를 강박적으로 매끄럽게 하는 것으로는 실제 모순을 표현하거나 해결하는 것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그간 집단서방의 일방적 틀에서 문제는 더 이상 경쟁적 이해관계로 규정되지 않고, "옳은 것" (서구적 모델에 의해 구체화됨)과 "그른 것" (서구적 모델에서 벗어나는 사람들) 간의 충돌로 규정됩니다. 이러한 절대주의적 접근 방식은 타협의 여지를 남기지 않습니다.

 

이제 "옳은 것"으로 여겨지는 것은 설득이 아니라 힘을 통해 이겨야 합니다. 트럼프가 자유주의를 파괴하면서 국제적 담론(談論)을 혼란스러운 퍼즐로 바꾸어 놓았고, 자유주의라는 용어는 의미를 잃고 단어는 본질과 단절됩니다.

 

이런 맥락에서 트럼프의 직설성은 리셋 버튼 역할을 합니다. 그는 허세를 벗기면서 모호한 가치에 기반을 준 수사보다는 실질적인 이익에 초점을 맞춘 논의를 강요합니다. 복잡한 문제를 실리적 용어로 축소하려는 그의 선호는 세상의 복잡함을 지나치게 단순화할 수 있지만, 대화를 더 구체적이고 역설적으로 더 의미 있게 만듭니다.

 

두려움 그리고 수용

 

트럼프의 부상(浮上)은 그의 성격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모든 사람이 그의 정치적 상승보다 훨씬 전부터 그의 특이성을 알고 있었습니다. 현재 시점에서 바뀐 것은 세계의 반응입니다. 한때 당황을 야기했던 전쟁놀이 방식은 이제 협박에 대한 수용이 아니면 체념으로 변해 갑니다. 이러한 변화는 두려움과 적응의 조합을 반영합니다. 많은 국가들이 트럼프의 끊임없는 강압이 지속되면 미국의 강대한 힘과 요구에 저항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됩니다.

 

트럼프 하에서 미국의 변화는 세계 정치의 광범위한 변화를 반영합니다. 특히 서구에서 위선의 절대화는 의미 있는 대화가 거의 불가능해진 환경을 만들어 왔습니다. 트럼프가 솔직함과 직설로 돌아온 것은 일차적으로 ‘불안’이지만 국제적 현실에 대한 ‘정직한 반영’을 제공합니다. 그것은 포스트 자유주의가 수사적 교묘함의 가면 아래에 묻으려고 했던 모순과 긴장을 드러냅니다.

 

단순화의 대가

 

트럼프의 접근 방식은 편안함도 안정도 약속하지 않습니다. 글로벌 이슈를 중상주의적 핵심으로 축소하는 것은 국제관계의 기반이 되는 복잡성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전의 ‘반복되는 허세와 이념적 경직성’이라는 대안도 별반 효과가 없는 것으로 입증되었습니다. 이 두 가지 결함 있는 모델 중에서 선택하는 것이 지정학의 현재 시대를 정의합니다.

 

궁극적으로 트럼프의 "반창고(위선)를 뜯어내는" 의지는 세계가 불편한 진실에 직면하도록 강요합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이 해결로 이어질지, 아니면 갈등이 더 심화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분명한 것은 ‘미묘함과 외교적 예의의 시대’에서 ‘힘과 이기심이 대화를 압도하는 새로운 무뚝뚝함의 시대’로 바뀌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트럼프의 위선에 얽매이지 않은 오로지 결과에 대한 변명없는 추구는 변화하는 세계질서의 증상이자 원동력일 수 있습니다.

 

글 | 표도르 루키아노프

 

러시아 국제문제 편집장과 외교국방정책 위원회 상임위 의장이며, 발다이 국제토론클럽 연구책임자. 출처: 러시아 방송 RT, 2025-01-31.

본 기사는 Rossiyskaya Gazeta 에 처음 게재되었으며 RT팀에서 번역 및 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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