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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카테고리[뉴스로 여행 칼럼] 아홉달간의 지구한바퀴

2025-03-24

안정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지구를 털레털레 한바퀴 돌고 돌아왔다.

9달 만이다.

 

미쿡, 캐나다 / 멕시코 / 벨리즈,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니카라과, 코스타리카, 파나마 / 콜롬비아,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페루/ 쿠바 / 다시 멕시코, 과테말라/ 스페인, 몰타.

이번이 3번째 세계일주다.

(729일/ 570일+210일/ 257일)

그동안 117개 나라를 두리번두리번 어리버리 다녔다.

 

나에게 여행은 위로, 치유, 회복, 충전, 만족의 시간이었기에 가능한 짓거리였다.

그런데 이번 세번째 지구 한바퀴는 달랐다.

그냥 힘들기만했다.

이유가 뭘까?

 


첫째는 시차 적응이 안된다.

인천 - 샌프란시스코의 12시간 비행 후 부터 몸이 헤롱댔다.

며칠씩 잠을 제대로 못자니 몸이 힘들고 만사가 귀찮아졌다.

평생에 처음으로 멜라토닌 신세를 져야했다.

과테말라 시티 -보고타 - 마드리드의 17시간 비행은 나를 또다시 무기력 상태에 빠지게했다.

바르셀로나- 인천의 13시간 비행 후유증은 더 심했다.

게다가 귀국 하자마자 바로 감기에 걸렸다.

총 14번 비행기를 탔다.

짧은 구간이라도 새벽 부터 일어나 숙소에 도착할 때 까지 긴장의 연속이었다.

피곤이 쌓인다.

쉬고 싶다는 생각 뿐이다.

죽을 때가 가까워진게 아닐까하는 비관적인 생각이 들 정도였다.

노화(老化)를 인정 할수밖에 없었다.

몸이 마음을 따라주지 않았다.

 

두번째는 호기심과 설레임이 사라졌다.

어제인가 부터 감동과 감흥이 사라졌다.

당연히 재미가 없다.

이럴거면 뭐하러 내 돈 내 산 여행을 하나?

회의감이 들었다.

 


셋째는 미국 캐나다 로드 트립을 너무 빡세게 했다.

두 달 반 동안 미친 넘처럼 밟아 조졌다.

당연히 체력이 바닥 날 수밖에 없다.

70대가 20대랑 같은 북소리에 맞춰 행군한다는건 애초에 무리한 짓이었다.

그래도 여행 탐욕으로 버티며 로드 트립을 마쳤다.

그리고 나서 바로 귀국해서 충분한 휴식의 시간을 갖어야만했다.

쉼표없는 여행은 바보 짓이다.

그런데 혼자서 중미 남미 유럽 땅을 유랑(流浪)했다.

왜냐고?

이번이 어쩌면 내 인생에서 마지막 나홀로 장기 자유 배낭 여행이 될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점점 고갈되가는 체력의 한계를 실감해서다.


 


넷째는 유난히 사건 사고가 많았다.

들개 쉐이들 한테 물어 뜯겨서 다리에 3군데나 이빨 자국이 남았다.

낙상 사고를 당해서 왼쪽 팔과 무릎이 아직도 아프다.

비자 기간이 넘긴걸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페널티 물고 연장하느라 쌩고생을 했다.

출국 직전에 여권이 없어진걸 알았다.

대사관에 가서 긴급 여권을 발급 받았다.

작은 교통 사고를 내서 처리하느라 스트레스가 쌓였다.

멕시코에서는 탑승을 거부 당해서 하루를 더 공항 주변 호텔에서 묵어야했다.

벨리즈에서 괴테말라로 넘어갈 때였다. 이미그레이션을 통과하고 나오니 타고온 국경 통과 버스가 사라져버리고 없다.

황당 시츄에이션에 잠시 망연자실(茫然自失)했다.

고생, 피로감, 짜증이 만땅이 되었다.

미국과 캐나다 로드 트립 시의 쌩쑈와 난리 부르스는 너무 많아서 생략~

 

다섯번째. 핸드폰 액정이 깨져서 쓸수없게 되었다.

노트북도 고장을 알리는 블루 라이트가 들어왔다.

그 불편함이란 말로 표현 할수가 없다.

디지털 디폴트를 선언했다.

그래! 이번 기회에 인터넷과 스마트 폰을 멀리하고 여행에만 집중하자.

지도와 나침판의 시절로 돌아가보자.

글쓰기도 멈췄다.

전에는 거의 매일 포스팅을 했었다.

참 많은 페친들이 좋아요와 댓글을 달아 주었는데~

덧없다 생각하고 잊기로했다.

글쓰기를 포기하니 편하긴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석기시대로 돌아간듯 답답하고 짜증이 뿜뿜이었다.

왠지 불안하기 까지했다.

생각도 바뀌었다.

모든게 부질 없도다.

마치 수도자인냥 마음을 바꿔먹었다.

신포도와 여우의 우화(寓話)를 차용해서 합리화했다.

그런데 연락이 오랫동안 안되자 딸이 대사관에 소재를 파악해달라고 전화를 했다.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미안했다.


 


여섯번째는 체력의 급격한 저하 현상이었다.

다리는 모래 주머니를 찬것 처럼 무거웠다.

눈은 안개가 낀 듯 침침했다.

자다가 1~2시간 마다 깼다.

몸을 숙였다가 일으키면 어지럼증이 났다.

식욕이 떨어지고 식사 양이 크게 줄었다.

무기력 증세는 두려움을 느낄 정도로 심했다.

여행 내내 몸은 피곤한데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불면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상념도 많아졌다.

나이듬과 병듬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상실감과 무력감이 밀려왔다.

죽음에 대해서도 거부감 없이 생각하게 되었다.

오늘 낯선 땅에서 잠들었다가 다음 날 아침 눈을 뜨지 못하는 날이 올것이다.

이승 소풍을 마치고 저승 여행을 떠나는것이다.

웰다잉은 어찌해야하는 하는것일까?

돈도 명예도 다 소용없다.

남은 인생에 기장 중요한건 오로지 내 몸 하나 건강하게 지키는 것이다.

인생사 별거아니다.

어렵게 생각하지말자.

그저 아프지 않고 죽을 때 까지 두발로 걷는게 잘사는거란걸 새삼 실감했다.

너무 많은걸 욕심 낸것 같다.

너무 많은걸 움켜쥐고 산 것 같다.

버리고 비우고 내려놓고 살자고 했지만 그러지 못한걸 후회했다.

 


일곱번째는 지병이 있음에도 복용약을 제대로 준비해 가지 않았다.

당뇨, 고혈압, 고콜레스테롤, 방광 비대증, 과민성 장염, 야간 빈요 등이 있다.

미국 캐나다 여행만 생각했기에 3달 분만 처방 받아서 갔다.

물론 외국에서 같은 성분의 약을 구할수가 있다.

그런데 의료 보험이 안되니 4배 정도 비싸다.

더 큰 문제는 복용해보면 약효가 훨씬 떨어진다는거다.

당화 혈색소가 8.0까지 올라갔다.

한국 같으면 주치의가 당장 주사를 맞아야한다고 호통을 쳤을 수치다.

 

귀국해서 제 정신 차리고.. 몸을 추스르고 있다.

한방 치료를 받고 한약을 복용하고 있다.

환자와 의사도 합이 잘 맞아야 하는것 같다.

다행히 빠르게 좋아지고있다.

가장 나를 힘들게했던 불면이 해소되고있다.

가장 우려했던 마음의 감기 증세가 물러갔다.

사라졌던 의욕도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다.

힘들었다고 툴툴 대지만 어쨋든 무사히 돌아왔다. 감사하다.

세월 앞에서 맞장 뜰 생각은 완죤히 버렸다.

겸손하기로 했다.

귀국 일성이 앓는 소리가 되버렸다.

앞으로는 꿍시렁 꿍시렁 따윈 절대 하지말자고 다짐한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안정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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