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새 카테고리‘트럼프는 우리 겨레에 길조인가 흉조인가’

2025-03-23

 

도널드 존 트럼프(Donald John Trump). 지금 이 순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이라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미국 역사상 최고령 취임(79세 5개월) 대통령이자 역대 최고의 부자(59억 달러) 대통령, 그로버 클리블랜드(22대·24대) 이후 132년 만의 징검다리 대통령(45대·47대). 그에겐 여러개의 타이틀이 있다.


1월 20일 취임 첫날 그는 집무실에 앤드류 잭슨의 초상화(肖像畵)를 다시 걸었다. 미국의 7대 대통령 잭슨은 ‘제2의 독립전쟁’으로 불리는 미영 전쟁(1812~1814)를 승리로 이끌었고 서부 개척과 멕시코전쟁을 통해 텍사스를 독립시켜 미국의 영토확장에 기여했다. 오늘날 그린란드 매입을 시도하고 파나마운하 통제권을 천명하는 트럼프의 행보가 앤드류 잭슨의 팽창주의와 무척 닮았다. 잭슨은 아메리카 원주민 강제 이주와 대량 학살 등을 저지른 인종차별주의자였다. 트럼프의 마가(MAGA)도 근원적으로 백인중심의 ‘위대한 아메리카’를 시사하고 있다.


세계는 이미 독선과 변덕이 심한 최강대국 대통령을 한 차례 경험했지만 4년만에 다시 돌아온 트럼프에게 긴장을 넘어 공포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1기 때와는 달리 충분히 경륜이 쌓였고 상하원을 장악한 가운데 충성심 높은 가신(家臣)들을 앞세워 세계를 쥐락펴락하고 있기때문이다.


‘재집권 50여일’은 더욱 강력하고 준비된 트럼프를 체감하는 시간이었다. 그는 물경 100개의 행정명령으로 미국을 새롭게 개편하고 강압적인 휴전 압력과 보복관세로 유럽과 중동, 북중미를 자신의 질서로 편입시키려 하고 있다.


트럼프정부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행정명령으로 두 개를 들어보자. 트렌스젠더 선수들의 여성 스포츠 참여를 금지하는 행정명령과 영어를 공식언어로 지정하는 행정명령이다. 전자는 “성별은 생물학적으로 남과 여만이 있다”는 내용이 말해주듯 성소수자에 대해 적대적인 정책을 사실상 명문화하고 있다.


후자의 경우, 많은 이들이 갸우뚱 했겠지만 미국은 건국 이후 연방 차원에서 공식 언어를 지정한 적이 없다. (다만 주차원에선 30여개주가 공식언어로 영어를 지정하고 있다) 그 이유는 미국이 이민자의 나라로 출범하였기 때문이다. 영국의 청교도를 비롯,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 신대륙으로 건너온 사람들은 각자의 언어를 사용했다. 트럼프의 공식 언어 지정은 국가적인 정체성과 정부정책의 효율성 강화라는 표면적인 이유를 대고 있으나 다양성과 포용성의 전통에 반(反)하는 것이며, 속내는 후발 이민자에 대한 압박 등 반이민정책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으로서 가장 큰 관심사는 트럼프정부의 대외정책이다. 탄핵사태로 인해 한미간 공식 대면이 지체되고 있지만 다른 나라의 대응자세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은 한편으로 다행스럽다. 잘 알려진대로 트럼프는 동맹보다 국익을 중시하는 실리외교를 우선한다.

 

트럼프를 상대하는 방법은 크게 아르헨티나의 길과 멕시코의 길로 나눌 수 있다.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남미의 트럼프’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노골적인 친 트럼프 행보를 보이는 인물이다. 트럼프도 그를 ‘훌륭한 지도자’로 칭찬하며 중남미 제국 지도자들을 몰아붙이고 있다. 셈이 빠른 일본의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선제적으로 묵직한 선물보따리와 함께 아부(阿附)로 일관해 트럼프의 환심을 샀다. 오죽하면 “이시바가 아첨(阿諂)의 기술을 보여줬다”(뉴욕타임스) “아첨으로 트럼프의 미소를 끌어냈다”(워싱턴포스트)고 비꼬았겠는가.


한국은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을 주의깊게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멕시코의 첫 여성대통령 셰인바움은 “멕시코만을 아메리카만으로 바꾸겠다”는 트럼프의 황당한 주장에 반발하는 대신, 북미대륙이 ‘멕시코아메리카’로 표기된 1607년 지도를 공개하면서 ‘차라리 아메리카를 멕시코아메리카로 부르는게 어떠냐’고 위트있게 반격해 화제를 모았다. 그녀는 멕시코 국경지대의 마약루트를 차단하지 않으면 관세폭탄을 매기겠다고 트럼프가 위협하자 “적극 협조하겠다. 그대신 미국의 무기가 멕시코 갱단으로 흘러들어오는 루트도 차단해달라”고 요구, 압박을 거래로 바꾸는 기술을 발휘했다. 결국 트럼프는 보복관세를 유예하며 셰인바움에 대한 존경심을 언급했고, 셰인바움의 국민 지지율은 무려 85%까지 올라갔다.


트럼프를 상대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약한 고리’를 찾아 흔드는 전략이다. 트럼프는 일단 카리스마로 상대의 기를 누르지만 의연함을 잃지 않는 강자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즉 상대가 세보이면 그만큼 대접하는 것이다. 물론 밑천도 없이 강한 척 하다간 안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혈연 학연 지연 기호에 민감한 트럼프를 면밀히 연구하고 사안별로 치밀한 전략을 갖고 임하라는 것이다.

 

북미관계는 섣불리 예단할 수 없지만 트럼프가 북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불렀다는 사실에서 긍정적인 협상의 틀을 기대해본다. 2019년 하노이협상 결렬은 트럼프의 전략적 미스였다. 당시 협상이 실무간 사전에 합의된대로 이행되었다면 평화협정을 통해 오늘날 동북아 지도는 전혀 다른 구도가 형성되었을 것이다. 트럼프가 연임에 실패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노벨평화상도 보란듯 수상했을 것이다.


북미정상이 다시 만나려면 먼저 친서외교로 신뢰를 회복하고 북미 정상화를 전제로 한 특사(特使) 파견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이 연내 이뤄지고, 북미정상 회담은 적어도 내년안에 성사되어야 ‘되돌릴 수 없는’ 북미관계가 구축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2026년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트럼프정부의 조기 레임덕이 시작되고 2028년 대선에서 정권 교체로 북미합의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안타깝지만 남북관계의 개선은 현 시점에서 거의 기대할 수 없다. 이미 ‘적대적 두국가 관계’를 명확히 선언한 북은 남과 어떠한 형태의 대화와 제안도 거부할 것이다. 물론 북미관계 개선에 따라 얼어붙은 남북관계는 필연적으로 해빙되기는 할 것이다. 문제는 남북관계가 독립변수가 아닌 종속변수로 전개된다는 것이다. 우리 민족의 이익보다는 미국 등 주변 강대국들의 이익이 우선시되고 겨레의 동질성 회복은 그만큼 더뎌지며 자칫 남과 북의 두국가 관계가 영영 굳어질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트럼프의 재등장은 동북아 정세의 새로운 구도와 남북미 관계의 대전환 가능성을

열고 있다. 트럼프2기가 우리 겨레에 길조(吉兆)가 될지, 흉조(凶兆)가 될지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 있다. 북미관계의 변화를 통해 반사이익 내지 뜻밖의 과실을 얻을 생각을 할게 아니라, 주권국의 당당함으로 미국을 상대하고, 한 핏줄의 뜨거움으로 북에 다가가자는 것이다.


"역사 속을 신이 지나갈 때 그 옷자락을 놓치지 않고 잡아 채는 것이 정치가의 책무다."


19세기 독일 통일의 설계자 오토 비스마르크의 빛나는 어록이다. 우리는 2000년 역사적인 6.15정상회담으로 역사속을 걸어가는 신의 옷자락을 처음 잡았고, 2018년 판문점 선언으로 또다시 기적처럼 신의 옷자락을 잡았지만 주위의 눈치를 보며 옷소매를 슬며시 놓고 말았다.


이 땅을 살아가는 역사의 주인은 바로 우리다.

 

담대한 선언으로 신과 함께 역사 속을 걸어가자.

 

남북교역을 스스로 막은 5.24조치 철회를 선언하자.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의 조건없는 재개를 선언하자.

 

겨레의 한울타리에서 신뢰회복과 평화통일의 기틀을 마련하자.

 

그리하여 남과 북 온 겨레가 힘을 합쳐 DMZ와 개성에 ‘통일정부’를 세우자.

 

박한식교수 필생의 꿈을 기어코 우리 민족의 꿈으로 일궈 ‘통일 Corea’의 그날을 맞이하자.


 

그날이 오면


심훈(沈薰) 1930.3.1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며는

삼각산(三角山)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漢江)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鍾路)의 인경(人磬)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恨)이 남으오리까.


그 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六曹)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로창현의 뉴욕편지’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cno



서울 중구 세종대로 20길 15, 7층(건설회관 701호)

재외동포신문방송편집인협회

전화 : 02-732-6025 | 이메일 : gkjeditor@gmail.com

Copyright ©2020 재외동포신문방송편집인협회. 

All rights reserved.

재외편협                  재외동포저널                  재외동포뉴스                   Global Korean Journalists Symposium                 협회소개                 개인정보취급방침

서울 중구 세종대로 20길 15, 7층(건설회관 701호) 재외동포신문방송편집인협회

전화 : 02-732-6025 | 이메일 : gkjeditor@gmail.com

Copyright ©2020 재외동포신문방송편집인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