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는 만주라는 광활한 배후지를 품은 대륙”

분단된 한머리땅(한반도)에서 두만강과 압록강은 국경선 너머 미지의 저곳이었다.
중국 땅, 혹은 러시아 땅에서 민족의 강맥을 바라봐야 하는 남한의 현실에서 인류학자 강주원은 ‘단절’ 이상의 의미를 제기한다. “과연 저 강들은 누군가를 막기만 하는 벽이었을까?”
신간 『만주와 한반도를 잇다-두만강과 압록강엔 국경선이 없다』(정한책방)는 강주원이 2000년 여름부터 단둥과 두만강, 압록강 유역을 발로 뛰며 기록한 24년의 세월이 담겨 있다. 저자는 박제(剝製)된 교과서 속의 역사를 거리로 끌어내고, 뉴스 속의 건조한 국경지대를 살아 숨 쉬는 ‘삶의 현장’으로 복원해낸다.
이 책이 기존의 역사서나 기행문과 궤를 달리하는 지점은 인물을 바라보는 시선의 깊이다. 저자는 안중근, 이회영, 백석, 윤동주 등 이름만으로도 대단한 위인들의 삶을 재조명한다.
우리는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에서 이등박문(伊藤博文)을 저격한 사실은 알지만, 그가 스물아홉의 나이에 한여름 장마철 두만강을 건너며 느꼈을 습한 공기와 비장함에 대해서는 상상하지 않는다. 저자는 안중근이 강을 건너 하얼빈에 도착하기까지의 3년 남짓한 시간을 꼼꼼히 되짚으며, ‘강변의 선택’이 이후의 역사를 어떻게 바꾸었는지 입체적으로 추적한다.
윤동주와 송몽규가 거닐던 용정(龍井)의 거리, 백석의 자취가 남은 압록강 상류의 풍경 역시 저자의 유려한 문장을 통해 독자의 눈앞에 펼쳐진다. 저자는 그들이 건넌 강이 단순히 독립운동을 위한 통로가 아니라, 새로운 세상을 꿈꾸던 이들의 열망과 시적 영감이 교차하던 ‘공존의 공간’이었음을 증명한다.
고정관념을 깨는 인류학적 통찰
2부 ‘낯설게 준비하기’에서 저자는 역사적 고정관념들을 하나씩 해체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묘사되는 ‘삭막하고 늘 추운 만주’도 우리가 알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저자는 백두산 천지의 국경선에 얽힌 오해부터, 시대에 따라 이름과 경계가 변해온 간도(間島)의 실체까지 집요하게 파고든다. 인류학자 특유의 관찰력으로 기록한 ‘북한 사람, 북한 화교, 조선족, 한국 사람’의 중층적인 관계는 ‘국가’를 넘어선 미세한 ‘민초들의 정체성’을 잘 보여준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멈춰 섰던 시기, 저자의 시선은 압록강으로 향했다. 하늘길이 막히고 철조망이 높아졌지만, 단둥과 신의주를 잇는 다리 위로는 물자가 흐르고 있었고 강변의 일상은 계속되었다.
‘단절’은 삶의 물류와 사람의 마음은 결코 가둘 수 없으며 “공유 공생 공존하는 압록강”의 표현은 분단의 틀에 갇힌 채 섬만도 못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진다.
『두만강과 압록강엔 국경선이 없다』는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회고록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세상을 보는 새로운 프레임’을 제안한다. 남북 관계를 휴전선이라는 폐쇄적인 선으로만 보지 말고, 만주라는 광활한 배후지를 품은 대륙의 시각으로 확장하자는 제언(提言)이다.
우리가 넘지 못할 벽으로 여긴 압록과 두만의 물 위로 여전히 많은 이들의 꿈과 삶이 흐르고 있다. 그 강물을 따라 우리의 상상력이 뻗어 나갈 때, 한머리땅은 공존의 지도를 그리며 대륙의 활기를 회복하게 될 것이다.
글로벌웹진 NEWSROH www.newsroh.com
<꼬리뉴스>
강주원 저자 소개
서울대 인류학과 대학원에서 석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0년 여름부터 한반도 밖 국경 지역인 중국 단둥을 포함해 두만강과 압록강을 다니며 북한 사람·북한 화교·조선족·한국 사람의 관계 맺음을 기록해 왔다. 2020년 봄부터는 한반도 안 임진강과 한강 그리고 DMZ 일대를 현장으로 삼아 남북 교류와 만남, 분단의 풍경과 삶을 배우고 있다. 2023년 여름부터는 두만강과 압록강을 넘나들었던 인물들과 함께 만주와 한반도를 잇는 역사와 현재의 길을 따라가고 있다. 이 작업을 통해 북한과 한국 사회, 만주와 한반도를 낯설게 만나고자 노력 중이다. 한반도 평화와 공존에 대한 고민을 업으로 삼는 인류학자의 길을 걷고 있다.
지은 책으로 『나는 오늘도 국경을 만들고 허문다』(한국연구재단 우수도서 사후 지원 사업 선정), 『압록강은 다르게 흐른다』, 『압록강은 휴전선 너머 흐른다』, 『휴전선엔 철조망이 없다』 등이 있다. 2012년 재외동포재단 학위 논문상을 받았다.
“한반도는 만주라는 광활한 배후지를 품은 대륙”
분단된 한머리땅(한반도)에서 두만강과 압록강은 국경선 너머 미지의 저곳이었다.
중국 땅, 혹은 러시아 땅에서 민족의 강맥을 바라봐야 하는 남한의 현실에서 인류학자 강주원은 ‘단절’ 이상의 의미를 제기한다. “과연 저 강들은 누군가를 막기만 하는 벽이었을까?”
신간 『만주와 한반도를 잇다-두만강과 압록강엔 국경선이 없다』(정한책방)는 강주원이 2000년 여름부터 단둥과 두만강, 압록강 유역을 발로 뛰며 기록한 24년의 세월이 담겨 있다. 저자는 박제(剝製)된 교과서 속의 역사를 거리로 끌어내고, 뉴스 속의 건조한 국경지대를 살아 숨 쉬는 ‘삶의 현장’으로 복원해낸다.
이 책이 기존의 역사서나 기행문과 궤를 달리하는 지점은 인물을 바라보는 시선의 깊이다. 저자는 안중근, 이회영, 백석, 윤동주 등 이름만으로도 대단한 위인들의 삶을 재조명한다.
우리는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에서 이등박문(伊藤博文)을 저격한 사실은 알지만, 그가 스물아홉의 나이에 한여름 장마철 두만강을 건너며 느꼈을 습한 공기와 비장함에 대해서는 상상하지 않는다. 저자는 안중근이 강을 건너 하얼빈에 도착하기까지의 3년 남짓한 시간을 꼼꼼히 되짚으며, ‘강변의 선택’이 이후의 역사를 어떻게 바꾸었는지 입체적으로 추적한다.
윤동주와 송몽규가 거닐던 용정(龍井)의 거리, 백석의 자취가 남은 압록강 상류의 풍경 역시 저자의 유려한 문장을 통해 독자의 눈앞에 펼쳐진다. 저자는 그들이 건넌 강이 단순히 독립운동을 위한 통로가 아니라, 새로운 세상을 꿈꾸던 이들의 열망과 시적 영감이 교차하던 ‘공존의 공간’이었음을 증명한다.
고정관념을 깨는 인류학적 통찰
2부 ‘낯설게 준비하기’에서 저자는 역사적 고정관념들을 하나씩 해체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묘사되는 ‘삭막하고 늘 추운 만주’도 우리가 알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저자는 백두산 천지의 국경선에 얽힌 오해부터, 시대에 따라 이름과 경계가 변해온 간도(間島)의 실체까지 집요하게 파고든다. 인류학자 특유의 관찰력으로 기록한 ‘북한 사람, 북한 화교, 조선족, 한국 사람’의 중층적인 관계는 ‘국가’를 넘어선 미세한 ‘민초들의 정체성’을 잘 보여준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멈춰 섰던 시기, 저자의 시선은 압록강으로 향했다. 하늘길이 막히고 철조망이 높아졌지만, 단둥과 신의주를 잇는 다리 위로는 물자가 흐르고 있었고 강변의 일상은 계속되었다.
‘단절’은 삶의 물류와 사람의 마음은 결코 가둘 수 없으며 “공유 공생 공존하는 압록강”의 표현은 분단의 틀에 갇힌 채 섬만도 못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진다.
『두만강과 압록강엔 국경선이 없다』는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회고록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세상을 보는 새로운 프레임’을 제안한다. 남북 관계를 휴전선이라는 폐쇄적인 선으로만 보지 말고, 만주라는 광활한 배후지를 품은 대륙의 시각으로 확장하자는 제언(提言)이다.
우리가 넘지 못할 벽으로 여긴 압록과 두만의 물 위로 여전히 많은 이들의 꿈과 삶이 흐르고 있다. 그 강물을 따라 우리의 상상력이 뻗어 나갈 때, 한머리땅은 공존의 지도를 그리며 대륙의 활기를 회복하게 될 것이다.
글로벌웹진 NEWSROH www.newsroh.com
<꼬리뉴스>
강주원 저자 소개
서울대 인류학과 대학원에서 석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0년 여름부터 한반도 밖 국경 지역인 중국 단둥을 포함해 두만강과 압록강을 다니며 북한 사람·북한 화교·조선족·한국 사람의 관계 맺음을 기록해 왔다. 2020년 봄부터는 한반도 안 임진강과 한강 그리고 DMZ 일대를 현장으로 삼아 남북 교류와 만남, 분단의 풍경과 삶을 배우고 있다. 2023년 여름부터는 두만강과 압록강을 넘나들었던 인물들과 함께 만주와 한반도를 잇는 역사와 현재의 길을 따라가고 있다. 이 작업을 통해 북한과 한국 사회, 만주와 한반도를 낯설게 만나고자 노력 중이다. 한반도 평화와 공존에 대한 고민을 업으로 삼는 인류학자의 길을 걷고 있다.
지은 책으로 『나는 오늘도 국경을 만들고 허문다』(한국연구재단 우수도서 사후 지원 사업 선정), 『압록강은 다르게 흐른다』, 『압록강은 휴전선 너머 흐른다』, 『휴전선엔 철조망이 없다』 등이 있다. 2012년 재외동포재단 학위 논문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