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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카테고리"무심하게 지나친 그곳은 역사의 자리입니다"

2026-04-11

 

인연으로 만나는 사람들과 사람들 사이엔 붉은 줄로 묶였다는 가요를 들으면 누구든 쉽게 동감하니 그 유행가가 사랑을 받는 것이겠다. 그만큼 인연이란 게 참 살가운 말이다. 며칠 전 AOK 대표 몇 분이 제주로 짧은 여행을 오셨다. 서로의 도착 시간이 달라서 함께 만나는 시간은 짧았지만 제주에 살고 있는 회원들께 부지런히 안부 인사를 하는 정연진 대표는 연신 전화기를 들고 다닌다. 그녀의 부지런함에 우린 성산일보를 제작하여 제주 제2공항 반대운동을 하셨던 김창종님과 약초선생으로 알고 있지만 제주역사를 꿰고 있는 송기남선생 부부, 서울에서 흥사단 총무를 하다가 지금은 한림 옹포정미소에서 지역 생산물을 이용하여 찻집을 운영하는 이현정님을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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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귀초등학교에서 학살당한 사람들을 모신 현의합장묘 공원표지석 사진 문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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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일 첫날은 먼저 남원에 있는 남선사를 방문해서 행운 도정 스님을 만나 남원 지역에서 일어난 제주 4·3의 실태를 들을 수 있었다. 먼저 남선사 경내에 있는 연경문화예술원에서 의귀사건과 이후 송령이골에서의 유골발굴과 현의합장묘의 설립까지의 짧은 영상을 봤다. 1948년 11월부터 1949년 초 사이에 있었던 학살사건을 양봉천 현의합장묘 4·3 유족회장의 증언을 토대로 제작되었다. 토벌대가 남원읍 수망, 의귀. 한남마을에 들어와 마을 사람들을 의귀초등학교에 모아 놓고 학살하자 무장대가 감금(監禁)된 주민들을 구출하러 왔다가 되레 토벌대에 무참하게 학살당했다. 무장대의 활동 이후 그 보복으로 마을 주민 수백 명이 총살당하고 방치된 송령이골에는 현재 제주에서 유일하게 무장대의 3개의 묘지가 겨우 모습만 남아 있다. 이곳에서 발굴된 주민들의 유골은 처음 3개의 묘에 집단 매장된 모습대로 현의합장묘에 이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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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성초등학교 기억터 현판 사진 문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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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억판 제막식 사진 문영임

 

 

4월 3일 일행은 제주 4·3 평화기념관을 방문하고자 했던 일정을 바꿔 대정읍 농민회와 여성농민회, 진보당과 정의당 서부지역분회에서 추진한 4·3 기억터 제막식에 참여했다. 2차선 도로 양쪽으로 계속해서 오고가는 차량들 속에서 주최측은 젯상을 차리고, 제막식을 위한 묵념(默念)과 AOK 이기묘 고문의 추모곡, 인성리 마을대표의 제문낭독과 참가자들의 헌화에 이어 '잠들지 않는 남도'의 합창으로 제막식을 맡쳤다. 이들은 매년 대정읍 관내 기록으로 남아 있지만 아무런 표지판도 없이 방치되어 있는 곳을 찾아 역사의 현장 기록으로 기억터 안내판 세우기를 5년째 해 오고 있다. 2022년 이교동 향사 앞밭, 23년 신도2리 보건소 옆, 24년 대정고 정문 앞, 25년 동일 2일 천미동 입구에 기억터를 세웠다. 올 해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4.3 유적지 대정읍 39곳 중에서 1948년 11월 20일 보성리, 인성리, 안성리 주민들을 집결시킨 후 국군 토벌대, 경찰, 서북청년단에 의해 집단학살된 현장에 세운 것이다. 학살은 현 보성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일어났고, 현재 인성리 우체국 앞에 있었던 지서와 건너편 공터에서도 집단학살이 있었던 곳으로 증언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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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뜨르 비행장의 역사와 문제를 설명하는 김정임 대표 사진 문영임

 

 

보성리 기억터 제막식 이후에 우린 알뜨르 비행장으로 옮겼다. 이곳에서도 송악산 알뜨르 사람들의 김정임 대표는 일행들에게 알뜨르 비행장의 역사와 현재까지 남아 있는 문제에 대하여 자세하게 설명해 줬다. 오직 경제 부분만 부각되어 무분별하게 개발되는 제주를 지키기 위하여 투쟁하여 온 김대표는 특별히 자신이 태어나고 60년 넘게 살아온 이곳 송악산과 알뜨르 비행장에 역사의 생생한 평화공원이 세워지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녀의 열띤 설명은 일행에게 알뜨르 비행장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제주도에 대한 일본의 침탈을 광개토왕비문에서 부터 나와 충격을 받았었다는 김 대표는 이곳 송악산과 알뜨르 비행장이 2005년 제주가 처음으로 평화의 섬으로 지정될 때부터 평화공원으로 개발될 것이라는 정부 발표가 있었음에도 현재까지도 그 계획이 실행되지 않는 것에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알뜨르 비행장은 일제 항쟁기때부터 강제노역으로 건설된 군용 비행장으로 4.3사건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학살지, 훈련소, 포로수용소로 쓰였고, 현재는 일본과 미국에 이어 한국군의 군사지역이었으나 2023년 국유재산특례제한법 및 제주특별법 개정으로 알뜨르 비행장 장기 사용 허가가 확보되었다.

 

하지만 현 오영훈 도정 초기엔 스포츠 타운을 포함한 개발안을 제시하여 시민사회와 학계의 강한 비판을 받아 철회되었다. "이 비행장은 일제가 난징학살로 중국 본토 침략을 시작한 장소로 전쟁의 잔인함과 한국과 중국은 물론이고 동아시아의 침략의 발판이 되었던 장소이며 격납고와 활주로, 벙커등 전쟁유적을 원형보존하여 국제적인 평화교육과 연구 거점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간곡하게 설명했다. 무엇보다 현재 이곳의 침수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수로확장과 저류지를 개발한다는 농어촌개발공사의 발표는 이곳의 지형과 전쟁유적을 훼손시키는 위험한 개발계획이라 수로개발 이전에 유적발굴과 현장 조사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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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옹포정미소에서 만난 AOK 국제시민네트워크 회원들 사진 최영일

 

일행의 마지막 만남은 한림읍 옹포정미소 찻집에서 끝났다. 이곳은 제주로 이사와 15년째 살고 있는 이현정님의 사업처다. 옹포정미소는 옹포리 주민이 사용하던 정미소를 주민회로부터 임대받아 운영하면서 지역에서 생산하는 작물을 차와 함께 나눌 수 있는 먹거리로 개발하여 관광객은 물론이고 주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며 앞으로 더많은 지역 생산물을 개발하겠다는 그의 자신감에 일행 모두 크게 격려하는 자리가 되었다. 저지리 청년회 총무로 지역 자치에도 열성을 내고, 사업처가 있는 옹포리 주민회에도 참여한다는 그는 육지든 해외든 제주로 이주하는 많은 이주민들이 어떻게 성공적으로 제주 주민과 하나가 되는지 보여주는 사례였다. 이현정님의 자연스러운 제주말은 지역민까지도 정말 이주인 맞냐는 질문을 받을 만큼 그들의 신뢰를 받는 사업장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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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악산 달마실을 방문한 국제학교 학생들 사진 박성인 # 송악산 달마실 홍보 사진 문영임

 

 

서울에서 온 AOK 일행이 돌아가고 충주에서 온 최영일 공동대표는 송악산 달마실 행사에 동행했다.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점점 빗줄기가 굵어져 달마실을 위해 도착한 송악산 주차장에서는 앞을 보기가 어려웠다. 하얀 가운을 공통적으로 입은 무리가 있어서 송악산 사람들이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비를 맞으면서도 웃음소리가 주차장에 넘쳤다. 알고 보니 세인트존스베리 아카데미 환경동아리에서 4·3을 추모하며 송악산 달마실 지역행사에 참가한 학생들과 지도교사가 참여했다. 특별히 이번 달마실은 4·3 추모일과 겹쳐 양정인님의 살풀이춤이 공연되어 학생들의 흥미를 돋웠다.

 

어둠 속에서 전화기로 비친 불빛 속에서 하얀 한복의 고운 선과 살풀이 춤의 아련함이 어울려 4·3의 원혼들을 위로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렸다. 공연이 끝나자 빗속을 뚫고 송악산을 오른 학생들은 김현우 사무총장님의 4.3항쟁에 대한 설명에 경건하게 경청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설명이 끝나면 청소년들의 넘치는 활력으로 빗속을 뛰놀아 사고가 날까봐 가슴조였다고 했다. 이번 달마실에 참여한 최변호사님도 4.3항쟁과 송악산의 역사에 대한 설명과 험악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송악산을 지키고자 하는 우리 단체에 대하여 큰 감동을 받았다며 뒤풀이에서 식사와 노래로 답례해 마지막까지 모두 기뻐하는 시간을 마무리했다.

 

제주 4·3은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오늘 우리가 어떻게 평화를 지켜낼 것인가를 묻는 현재의 과제다. 기억터와 평화공원, 지역 공동체의 교류는 모두 기억을 지키는 일이 곧 평화를 만드는 일임을 보여준다. 인연으로 이어진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는 다시금 "어떻게 평화를 지켜낼 것인가"를 고민하지만 청소년들의 참여와 웃음 속에서 우리는 기억이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잇는 인연의 힘이란 것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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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문영임(린다 모) |


미국에서의 이민생활을 잠시 접고 고국에서 생활하면서 직접 느끼고 보는 일상을 기록합니다. 더 나은 세상, 더 좋은 이웃의 만남이 더 넓은 세상까지 이어지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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