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민주주의와 민주사회주의
조란 맘다니(Zohran Mamdani)가 국내외에서 큰 화제다. 1991년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출생한 34세 인도계 이슬람교도(Muslim)이며 민주사회주의자가 2025년 11월 미국 최대 도시 겸 경제 수도이자 세계 자본주의 심장에서 시장으로 당선됐기 때문이다.
그가 ‘미국 민주사회주의자들 (Democratic Socialists of America, DSA)’ 소속이라기에 단체 홈페이지(www.dsausa.org) 를 찾아봤다. 정당이 아니라 8만명 이상 회원을 가진 “미국 최대의 사회주의 (시민)단체”라고 밝히고 있다. “소유 계급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나머지 사람들을 착취(搾取)하도록 고안한 체제”인 자본주의를 “보통 사람들이 직장과 이웃과 사회에서 진정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체제인 민주사회주의”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주목할 부분이 있다. ‘권위주의적 사회주의 비전(authoritarian visions of socialism)’은 역사의 쓰레기통에 버리고, ‘역사적 사회민주주의(historic social democracy)’보다 더 나아가야 한다는 대목이다. 구체적으로 부연하지 않지만, 과거 소련 같은 사회주의 체제는 내던지고, 복지국가로 불리는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 사회민주주의 체제를 넘어서는 민주사회주의를 추구하는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민주주의와 민주사회주의를 같거나 비슷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둘이 이름은 비슷해도 크게 다르다. 사회민주주의는 사회적 ‘민주주의’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사회주의 요소를 덧붙인 것이다. 자본주의 틀 안에서 무상교육과 무상의료 등 복지정책을 확장하며 빈부격차와 불평등을 줄이는 체제다.
민주사회주의는 민주적 ‘사회주의’로, 자본주의를 벗어나 토지와 공장 등 생산수단을 집단적으로 소유하는 사회주의인데, 이를 폭력혁명이 아니라 민주적으로 이루는 체제다. 따라서 사회민주주의는 자본주의의 발전된 형태고, 민주사회주의는 사회주의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맘다니는 뉴욕시장 선거에서 서민경제 안정이란 목표를 내걸고 시내버스 무료화, 저렴한 식료품 제공, 보편적 공공 육아, 주택 임대료 동결, 영구임대 주택 확충(擴充) 등 주로 저소득층을 위한 공약을 제시했다. 자본주의를 지키는 ‘보수적 민주당’의 후보가 ‘진보적 복지정책’을 내놓은 것인데, 민주사회주의보다 사회민주주의 정책에 가깝다.
트럼프는 2025년 6월 맘다니가 민주당 후보가 되자마자 그를 “100% 공산주의자 미친놈(100% Communist Lunatic)”이요 “급진 좌파(Radical Lefties)”라고 낙인(烙印) 찍으며 경쟁자 앤드류 쿠오모(Andrew Cuomo)를 공개 지지했다. 시장선거 전날엔 맘다니가 당선되면 그에 대한 연방정부의 재정지원을 중단하거나 대폭 삭감하겠다고 공언하며, 뉴욕시에 “완전한 경제적, 사회적 재앙”이 초래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맘다니는 트럼프가 “파시스트 폭군(despot with a fascist agenda)”이라 맞섰다.
2025년 11월 21일, “공산주의자 뉴욕시장 당선자”의 요청에 “파시스트 폭군 대통령”이 응해 둘이 백악관에서 만났다. 예상과 달리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트럼프가 맘다니를 돕겠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바로 그날, 미국 연방하원에서는 “사회주의 공포”를 비난하는 결의안이 통과됐다.
"사회주의가 기근(飢饉)과 대량학살을 반복적으로 초래했는데, 전 세계적으로 1억 명 이상 사람들이 살해당했다"며, "의회는 모든 형태의 사회주의를 규탄하고, 미국에서 사회주의 정책 시행을 반대한다"는 내용이다. 표결에 참가한 공화당의원 199명 모두 찬성하고, 민주당의원 중에서는 86명 찬성, 98명 반대였다. 결의안(resolution)이 법안(bill)이나 법률(act)처럼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이런 상황에서 맘다니의 사회민주주의 정책이 어떻게 변하고 얼마나 시행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맘다니가 인민의 자유로운 생활을 간섭하고 통제하는 정부까지 사라지는 상태에서 모두가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받는 공산주의를 지향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복지정책을 혁명적이거나 폭력적으로 도입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트럼프가 그를 ‘공산주의자, 급진 좌파’라 부른 것은 그를 악마화하려는 ‘프레임 씌우기’였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일부 언론이 맘다니를 ‘급진 좌파’로 소개하는 것은 잘못이다. 위에 소개한 ‘미국 민주사회주의자들’이 펴내는 잡지 이름도 ‘민주 좌파(Democratic Left)’다. 그 단체엔 급진적 사회주의자도 있겠지만 맘다니는 ‘점진 좌파’ 또는 사회민주주의자에 가깝다.
참고로, 내가 1990년대부터 남북한이 통일하려면 남한 자본주의와 북한 사회주의의 장점을 섞은 사회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할 때, 남한에선 ‘사회주의의 한 종류’인 것처럼 오해하고 북한에선 ‘자본주의 사촌’이라며 경계했다.
북유럽식 복지국가 체제로 통일하자면 찬성하면서도 사회민주주의로의 통일을 반대하는 것은 복지국가 체제가 사회민주주의라는 것을 모르거나, ‘사회’라는 말에 갖는 ‘레드 콤플렉스’ 때문일 것이다. 한국에서도 맘다니 당선을 계기로 사회민주주의와 민주사회주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진보당 등 복지국가를 추구하는 정당들이 더 많은 지지를 받게 되길 기대한다.
이재봉 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평화학 명예교수
글로벌웹진 NEWSROH ‘이재봉의 평화세상’
http://www.newsroh.com/bbs/board.php?bo_table=ljb&sfl=wr_subject%7C%7Cwr_content&stx=%C0%CC%C0%E7%BA%C0&sop=and
사회민주주의와 민주사회주의
조란 맘다니(Zohran Mamdani)가 국내외에서 큰 화제다. 1991년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출생한 34세 인도계 이슬람교도(Muslim)이며 민주사회주의자가 2025년 11월 미국 최대 도시 겸 경제 수도이자 세계 자본주의 심장에서 시장으로 당선됐기 때문이다.
그가 ‘미국 민주사회주의자들 (Democratic Socialists of America, DSA)’ 소속이라기에 단체 홈페이지(www.dsausa.org) 를 찾아봤다. 정당이 아니라 8만명 이상 회원을 가진 “미국 최대의 사회주의 (시민)단체”라고 밝히고 있다. “소유 계급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나머지 사람들을 착취(搾取)하도록 고안한 체제”인 자본주의를 “보통 사람들이 직장과 이웃과 사회에서 진정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체제인 민주사회주의”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주목할 부분이 있다. ‘권위주의적 사회주의 비전(authoritarian visions of socialism)’은 역사의 쓰레기통에 버리고, ‘역사적 사회민주주의(historic social democracy)’보다 더 나아가야 한다는 대목이다. 구체적으로 부연하지 않지만, 과거 소련 같은 사회주의 체제는 내던지고, 복지국가로 불리는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 사회민주주의 체제를 넘어서는 민주사회주의를 추구하는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민주주의와 민주사회주의를 같거나 비슷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둘이 이름은 비슷해도 크게 다르다. 사회민주주의는 사회적 ‘민주주의’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사회주의 요소를 덧붙인 것이다. 자본주의 틀 안에서 무상교육과 무상의료 등 복지정책을 확장하며 빈부격차와 불평등을 줄이는 체제다.
민주사회주의는 민주적 ‘사회주의’로, 자본주의를 벗어나 토지와 공장 등 생산수단을 집단적으로 소유하는 사회주의인데, 이를 폭력혁명이 아니라 민주적으로 이루는 체제다. 따라서 사회민주주의는 자본주의의 발전된 형태고, 민주사회주의는 사회주의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맘다니는 뉴욕시장 선거에서 서민경제 안정이란 목표를 내걸고 시내버스 무료화, 저렴한 식료품 제공, 보편적 공공 육아, 주택 임대료 동결, 영구임대 주택 확충(擴充) 등 주로 저소득층을 위한 공약을 제시했다. 자본주의를 지키는 ‘보수적 민주당’의 후보가 ‘진보적 복지정책’을 내놓은 것인데, 민주사회주의보다 사회민주주의 정책에 가깝다.
트럼프는 2025년 6월 맘다니가 민주당 후보가 되자마자 그를 “100% 공산주의자 미친놈(100% Communist Lunatic)”이요 “급진 좌파(Radical Lefties)”라고 낙인(烙印) 찍으며 경쟁자 앤드류 쿠오모(Andrew Cuomo)를 공개 지지했다. 시장선거 전날엔 맘다니가 당선되면 그에 대한 연방정부의 재정지원을 중단하거나 대폭 삭감하겠다고 공언하며, 뉴욕시에 “완전한 경제적, 사회적 재앙”이 초래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맘다니는 트럼프가 “파시스트 폭군(despot with a fascist agenda)”이라 맞섰다.
2025년 11월 21일, “공산주의자 뉴욕시장 당선자”의 요청에 “파시스트 폭군 대통령”이 응해 둘이 백악관에서 만났다. 예상과 달리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트럼프가 맘다니를 돕겠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바로 그날, 미국 연방하원에서는 “사회주의 공포”를 비난하는 결의안이 통과됐다.
"사회주의가 기근(飢饉)과 대량학살을 반복적으로 초래했는데, 전 세계적으로 1억 명 이상 사람들이 살해당했다"며, "의회는 모든 형태의 사회주의를 규탄하고, 미국에서 사회주의 정책 시행을 반대한다"는 내용이다. 표결에 참가한 공화당의원 199명 모두 찬성하고, 민주당의원 중에서는 86명 찬성, 98명 반대였다. 결의안(resolution)이 법안(bill)이나 법률(act)처럼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이런 상황에서 맘다니의 사회민주주의 정책이 어떻게 변하고 얼마나 시행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맘다니가 인민의 자유로운 생활을 간섭하고 통제하는 정부까지 사라지는 상태에서 모두가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받는 공산주의를 지향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복지정책을 혁명적이거나 폭력적으로 도입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트럼프가 그를 ‘공산주의자, 급진 좌파’라 부른 것은 그를 악마화하려는 ‘프레임 씌우기’였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일부 언론이 맘다니를 ‘급진 좌파’로 소개하는 것은 잘못이다. 위에 소개한 ‘미국 민주사회주의자들’이 펴내는 잡지 이름도 ‘민주 좌파(Democratic Left)’다. 그 단체엔 급진적 사회주의자도 있겠지만 맘다니는 ‘점진 좌파’ 또는 사회민주주의자에 가깝다.
참고로, 내가 1990년대부터 남북한이 통일하려면 남한 자본주의와 북한 사회주의의 장점을 섞은 사회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할 때, 남한에선 ‘사회주의의 한 종류’인 것처럼 오해하고 북한에선 ‘자본주의 사촌’이라며 경계했다.
북유럽식 복지국가 체제로 통일하자면 찬성하면서도 사회민주주의로의 통일을 반대하는 것은 복지국가 체제가 사회민주주의라는 것을 모르거나, ‘사회’라는 말에 갖는 ‘레드 콤플렉스’ 때문일 것이다. 한국에서도 맘다니 당선을 계기로 사회민주주의와 민주사회주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진보당 등 복지국가를 추구하는 정당들이 더 많은 지지를 받게 되길 기대한다.
이재봉 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평화학 명예교수
글로벌웹진 NEWSROH ‘이재봉의 평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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