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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카테고리<뉴스로 여행 칼럼> 7학년의 눈물

2025-04-11

 

늦은밤, 혼자서 드라마를 보다가 눈물 콧물을 질질 짰다.

18살/19살 청춘들의 사랑질 장면 때문이다.

54년 전의 추억(追憶)이 저절로 떠올랐다.

내가 19살 때 18살인 그 녀를 처음 만났다.

암울했던 재수 시절을 청산하고 대학에 입학한 그 해 봄이었다.

종로 5가의 지하 다방이었다.

대낮인데도 실내는 어두웠고 담배 연기가 자욱했다.

DJ는 장발을 손으로 멋지게 쓸어넘기며 LP판을 돌렸다.

Let it be~

Bridge over trouble water~

그 땐 노는게 다 그랬다.

나의 첫 미팅이다.

내 절친이 주선했다.

한 살 아래인 여동생의 고딩 동창 친구들이었다.

잔뜩 긴장했다.

자리를 잡고 맞은 편에 앉은 소녀들을 휘리릭 스캔했다.

긴 쌩머리 소녀.

귀 밑에서 부터 턱 아래까지 솜털이 뽀얗게 나있다.

까만 뿔테 안경을 끼고 있었다.

오잉 20세기의 모나리자?

눈길을 옆자리로 옮길수가 없었다.

순간 눈에 쥐가 났다.

동공(瞳孔)에 지진이 발생했다.

그 애의 머리 위로 아우라가 보였다.

온 동네의 교회와 성당의 종소리가 한꺼번에 땡땡땡 울렸다.

분수가 불꽃놀이하는듯 팡팡 터져 올랐다.

이건 뭐임?

남자 애들이 소지품을 꺼내 탁자 위에 올린다.

난 모나미 볼펜을 꺼내서 내놨다.

내 모나미 볼펜을 딴 여자애가 덥석 집어들어 버렸다.

오메 요망스런것~

우이씨~ 내 파트너가 되기를 간절히 소원했건만

물 건너 갔다.

하긴 뭐~ 내 뜻대로 되는 일이 뭐가 있었나?

중학교도 재수, 대학교도 재수했다.

그것도 1차는 다 떨어지고 2차로 겨우 들어갔다.

서울대, 고대 뺏지 단 잘난 친구들에게 양보하는게 맞지.

패배감과 실망감을 통 큰 척하며 감추었다.

 

 

모나리자가 잠깐 안경을 벗는 순간을 목격했다.

눈이 툭 튀어나와 보인다.

에이~ 모나리자가 아니네.

외계 소녀 같네 뭐.

즉석에서 '개구리 왕눈이'라는 별명을 붙여버렸다.

내 방식의 아이스 케키~였다.

나는 여우와 신포도 우화(寓話)에 나오는 여우였다.

얼마 뒤 모두 함께 등산을 간단다.

찌질한 나에게 패자 부활전의 기회가 온거였다.

관악산을 처음 올라봤다.

서울대에서 올라가서 과천 종합청사 쪽으로 하산했다.

그 때는 서울까지 다니는 버스가 띄엄띄엄 있었다.

젊은 혈기에 남태령을 넘어 사당동 사거리의 돌산 앞까지 걸어서 왔다.

긴 시간을 옆에 붙어서 평생에 처음이자 마지막 땀 뻘뻘 흘리며 작업질을 했다.

과장과 은유의 수사를 남발하며 삽질을했다.

일찌기 중학교 시절 한국 문학전집을 독파했다.

영화를 사랑해서 일주일에 5편 씩이나 보았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세계문학전집을 끝내고 철학 전집까지 섭렵했다.

교내 신문에 세계의 철학자들을 시리즈로 연재하기도했다.

공부만 빼고 뭐든지 열심히하고 잘했다.

이거 말이 되는거임?

하지만 순진한 그 애가 내 뻥에 낚였다.

학교에서 고전을 읽고 독후감을 쓰라는 과제를 받았단다.

자기는 문학에 소질이 없어 과제를 어떻게 해야할지 걱정이 많단다.

Don't worry, Be happy.

그래서 내가 있는거 아니겠어. ㅎㅎ

어쨋든 A뿔을 받았다.

고맙다고 밥을 사겠단다.

오! 노!

밥은 무슨 밥?

그냥 술이나 한 잔 사셔.

명동 성당 앞 튀김 골목에서 다지기와 굳히기 작업을 했다.

진심과 최선이 통했다.

개구리 왕눈이는 튀김만 먹었다.

나는 쐬주만 3병을 마셨다.

술이 들어가야 뻔펀해진다.

멋진 멘트를 인정사정 없이 날려 주었다.

- 중략-

 

 

5년 7개월 후 우리는 종로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 중략-

첫 미팅에서 만난 후 50년을 함께했다.

- 중략 -

할머니가 된 개구리 왕눈이는 코로나 백신 쇼크로 급하게 하늘 나라로 먼저 떠났다.

- 중략- 해버린 얘기를 다 쓰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뺏다.

통곡하면서 울것 같아서 뺏다.

개구리 왕눈이는 해태에게 알파요 오메가였다.

그래도 가끔 꿈 속에서 만나 벚꽃 길도 걷고 바닷길도 걸으니 좋다.

(개구리 왕눈이와 해태는 사랑을 했드래요^^)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안정훈의 세상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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