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봉의 평화세상’ 칼럼
지난주 감옥에 있는 하연호 선생에게서 편지를 받았습니다. 전주 지역에서 오랫동안 농민운동과 통일평화운동을 벌이다 윤석열 정권 때 ‘간첩’으로 몰려 작년에 감옥에 갇힌 선배 시민운동가의 안부 편지였지요. 군산교도소에서 전주교도소로 옮겨 독방에서 지내는데, 네타냐후와 트럼프의 전쟁으로 대혼란에 빠진 세계의 평화를 기도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선생이 경찰과 검찰에 불려 다니거나 법정에서 재판받을 때, 또는 동료 시민운동가들이 항의 시위할 때, 단 한 번도 나서보지 않고 한두 번 안부 전화했을 뿐인데, 편지 인사를 받고 보니 죄스러운 마음이 앞서는군요. 선생은 노무현 정부 시절 남쪽 사람들의 북녘 방문이 활발할 때 평양에 들어가 알게 된 사람과 2010년대에 이메일로 연락하며 중국과 베트남에서 몇 번 만났답니다. 그게 ‘북한 공작원’과 ‘첩보’를 주고받으며 몰래 ‘회합’하는 등 ‘간첩’ 활동을 벌인 죄가 된 거죠. 2022년 윤석열 정권 때 전북, 제주, 경남 등에서 사회단체 인사들이 ‘간첩’으로 엮이는 과정에서 말입니다.
평양 사람이 실제 ‘공작원’이었을지라도 자기 신분을 미리 드러내며 ‘공작’을 벌일까요? 그런 사람과 일상적 안부를 주고받으며 한반도 안팎 정세에 관해 의견을 나눈 게 ‘첩보’일까요? 설사 ‘공작원’과 ‘첩보’를 주고받으며 몰래 ‘회합’했다고 해도 중형(重型)을 받을 만큼 ‘죄질’이 매우 나쁜가요? “대한민국에 실질적 위협”을 일으키지 않고, 그 때문에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 등에 위해(危害)가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70대 노인에게 8년 징역 구형이나 2년 징역 선고가 적절한가요?
제가 작년에 “국가보안법의 유래와 폐해 그리고 폐지”라는 글에서 밝혔듯, 국가보안법은 일제 식민통치 때인 1925년 조선총독부가 조선 사람들을 통제하기 위해 만든 ‘치안유지법’에서 시작됐습니다. 친일파가 해방 이후 처벌받기는 커녕 미군정과 이승만 정부에서 거듭 고용되어 군대와 경찰을 장악하고, 친일부역(親日附逆) 또는 반민족행위의 죄를 덮기 위해 ‘반공’을 내세워 일제 치안유지법을 본따 1948년 여순항쟁 직후 서둘러 만든 게 국가보안법이거든요. 1980년 전두환 군사정권이 박정희 정권의 반공법까지 포함해 강화했는데, 악랄한 친일잔재와 군사독재의 합작물이 오늘까지 존속해온 거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지키며 ‘국가를 안전하게’ 보호한다는 명분의 국가보안법은 정부에 비판적인 사회운동과 문학예술까지 탄압하는 ‘헌법 위의 악법’입니다. 남용되고 오용되면서 ‘정권보안법’이 돼버렸고요. 국가보안법이 개인의 일상생활에서부터 나라와 민족의 최대 목표인 민주와 자주 그리고 평화와 통일을 추구하고 실현하는 데 얼마나 큰 걸림돌로 작용하며 악영향을 미쳐왔는가요?
마침 이재명 정부가 2025년 6월 들어서면서 대북정책 목표를 “대화와 협력을 통해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을 이루며, “서로 다른 이념과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점진적, 단계적, 평화적으로 통일을 추구”하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그 시행을 위한 3대 원칙은 “북측 체제를 존중하고,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으며, 일체의 적대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발표했고요.
이런 터에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북측의 이념과 체제를 인정하며 존중하겠다고 나라 안팎에 선언해놓고, 북녘 체제와 정부를 전혀 인정하지 않으며 남쪽 국민의 양심.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옥죄는 국가보안법을 유지한다면 얼마나 큰 모순과 억지.횡포인가요?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가 앞장서고, 6월 3일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둘 민주당이 적극 호응해, 아무리 늦어도 올해 안에 국가보안법이 국회에서 폐지되기를 기대합니다. 아울러 감옥의 하연호 선생이 하루빨리 억울한 옥살이에서 풀려나 민주주의와 평화와 통일을 위해 자유롭게 여생을 바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2026년 5월 4일, 이재봉 (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평화학 명예교수)
글로벌웹진 NEWSROH ‘이재봉의 평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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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봉의 평화세상’ 칼럼
지난주 감옥에 있는 하연호 선생에게서 편지를 받았습니다. 전주 지역에서 오랫동안 농민운동과 통일평화운동을 벌이다 윤석열 정권 때 ‘간첩’으로 몰려 작년에 감옥에 갇힌 선배 시민운동가의 안부 편지였지요. 군산교도소에서 전주교도소로 옮겨 독방에서 지내는데, 네타냐후와 트럼프의 전쟁으로 대혼란에 빠진 세계의 평화를 기도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선생이 경찰과 검찰에 불려 다니거나 법정에서 재판받을 때, 또는 동료 시민운동가들이 항의 시위할 때, 단 한 번도 나서보지 않고 한두 번 안부 전화했을 뿐인데, 편지 인사를 받고 보니 죄스러운 마음이 앞서는군요. 선생은 노무현 정부 시절 남쪽 사람들의 북녘 방문이 활발할 때 평양에 들어가 알게 된 사람과 2010년대에 이메일로 연락하며 중국과 베트남에서 몇 번 만났답니다. 그게 ‘북한 공작원’과 ‘첩보’를 주고받으며 몰래 ‘회합’하는 등 ‘간첩’ 활동을 벌인 죄가 된 거죠. 2022년 윤석열 정권 때 전북, 제주, 경남 등에서 사회단체 인사들이 ‘간첩’으로 엮이는 과정에서 말입니다.
평양 사람이 실제 ‘공작원’이었을지라도 자기 신분을 미리 드러내며 ‘공작’을 벌일까요? 그런 사람과 일상적 안부를 주고받으며 한반도 안팎 정세에 관해 의견을 나눈 게 ‘첩보’일까요? 설사 ‘공작원’과 ‘첩보’를 주고받으며 몰래 ‘회합’했다고 해도 중형(重型)을 받을 만큼 ‘죄질’이 매우 나쁜가요? “대한민국에 실질적 위협”을 일으키지 않고, 그 때문에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 등에 위해(危害)가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70대 노인에게 8년 징역 구형이나 2년 징역 선고가 적절한가요?
제가 작년에 “국가보안법의 유래와 폐해 그리고 폐지”라는 글에서 밝혔듯, 국가보안법은 일제 식민통치 때인 1925년 조선총독부가 조선 사람들을 통제하기 위해 만든 ‘치안유지법’에서 시작됐습니다. 친일파가 해방 이후 처벌받기는 커녕 미군정과 이승만 정부에서 거듭 고용되어 군대와 경찰을 장악하고, 친일부역(親日附逆) 또는 반민족행위의 죄를 덮기 위해 ‘반공’을 내세워 일제 치안유지법을 본따 1948년 여순항쟁 직후 서둘러 만든 게 국가보안법이거든요. 1980년 전두환 군사정권이 박정희 정권의 반공법까지 포함해 강화했는데, 악랄한 친일잔재와 군사독재의 합작물이 오늘까지 존속해온 거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지키며 ‘국가를 안전하게’ 보호한다는 명분의 국가보안법은 정부에 비판적인 사회운동과 문학예술까지 탄압하는 ‘헌법 위의 악법’입니다. 남용되고 오용되면서 ‘정권보안법’이 돼버렸고요. 국가보안법이 개인의 일상생활에서부터 나라와 민족의 최대 목표인 민주와 자주 그리고 평화와 통일을 추구하고 실현하는 데 얼마나 큰 걸림돌로 작용하며 악영향을 미쳐왔는가요?
마침 이재명 정부가 2025년 6월 들어서면서 대북정책 목표를 “대화와 협력을 통해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을 이루며, “서로 다른 이념과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점진적, 단계적, 평화적으로 통일을 추구”하는 것으로 정했습니다. 그 시행을 위한 3대 원칙은 “북측 체제를 존중하고,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으며, 일체의 적대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발표했고요.
이런 터에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북측의 이념과 체제를 인정하며 존중하겠다고 나라 안팎에 선언해놓고, 북녘 체제와 정부를 전혀 인정하지 않으며 남쪽 국민의 양심.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옥죄는 국가보안법을 유지한다면 얼마나 큰 모순과 억지.횡포인가요?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가 앞장서고, 6월 3일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둘 민주당이 적극 호응해, 아무리 늦어도 올해 안에 국가보안법이 국회에서 폐지되기를 기대합니다. 아울러 감옥의 하연호 선생이 하루빨리 억울한 옥살이에서 풀려나 민주주의와 평화와 통일을 위해 자유롭게 여생을 바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2026년 5월 4일, 이재봉 (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평화학 명예교수)
글로벌웹진 NEWSROH ‘이재봉의 평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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