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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카테고리[뉴스로 칼럼] 과욕은 금물, 살살 달리자

2023-01-22

 

무소식이 희소식은 오늘 딱 맞는 말이다. 일을 다시 시작한 첫 주에 호된 신고식을 가진 후 무난한 나날이었다. 장갑을 끼어도 손가락이 떨어질 듯한 추위를 겪고나니 영하의 날씨에 티셔츠 하나 입어도 견딜만 했다. 트레이닝하다가 혼자 다니니 일정은 내 편한대로 잡았다. 피곤하면 쉬고, 졸리면 자고, 배고프면 밥먹었다. 최소한의 휴식과 장시간 운전에 익숙한지라 매일 오래 일했고, 주당 최대 업무량인 70시간은 부족했다.

 

남은 5시간을 이용해 아침 8시 배달시간 전에 도착하고, 짐 내린 후 한 시간 남짓 운전해 트럭스탑이나 휴게소에 가서 쉬려면 부지런히 달려야했다. 새벽 2시 반에 일어나 출발할 때 오늘도 여느 때와 같은 평범한 하루가 될 줄 알았다.

 

비가 살짝 내렸지만 대수롭지 않았다. 도로 상태도 괜찮았다. 어느 순간까지는. 앞 트럭과 400피트 거리를 유지하고 달렸다. 그 트럭이 속도를 늦추길래 옆으로 추월해 나갔다. 그때 눈치 챘어야 했다.

 

몇 분 후 곡선길에서 핸들을 살짝 돌렸을 때 트레일러가 휘청거렸다. 차체가 제어되지 않았다. 직감했다. 잭나이프다. 브레이크를 밟아도 속도는 줄어들지 않은 채 휘청휘청 거리며 트랙터가 옆으로 90도 꺾어졌다. 뚜둥 날개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저절로 욕이 나왔다. 신발. 트레일러는 트랙터를 그대로 밀어 붙였다. 전면 유리창에 옆으로 빠르게 흘러가는 풍경이 보였다. 무사히 세울 방법은 없다. 속도가 너무 빠르다. 그래도 핸들을 부지런히 돌렸다. 도로 우측 도랑으로 떨어지며 트럭이 멈췄다. 캐비닛이 열리며 물건이 쏟아졌다. 트럭 운전 5년만에 나도 이런 사고를 내는구나.

 


잠시 후 뒤따르던 트럭들이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미끄러졌다. 1,000피트 앞에는 이미 추돌 사고가 났다. 한 트럭은 간신히 멈췄는가 싶었는데, 뒤에서 오던 트럭이 트레일러를 받아 함께 길 밖으로 밀려났다. 몇 번의 사고가 더 있은 후 트래픽이 멈췄다.

 

트럭 밖으로 내렸다. 발을 딛자마자 쓰러질 뻔했다. 두 발로 걸을 수 없을만큼 미끄러웠다. 블랙아이스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인다. 얇은 살얼음이 노면을 덮었다.

 

트레일러는 보기에 괜찮았다. 화물은 쏠려서 넘어졌을 지도 모르겠다. 트랙터의 손상도 사고에 비해 경미하다. 길 위로 끌어올려만 주면 다시 달릴 수 있다.

 

사람은 남의 더 큰 불행을 보고 위안을 얻는다. 불운한 사고에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도로에서 미끄러지는 동안 주변에 아무 차량이 없었다. 겨울철에는 무리 지어 다니기 싫어하는 내 운전습관 덕분이다. 설령 운 좋게 도로에 섰더라도 뒤따르던 차량이 충돌할 수 있었다. 도로 밖으로 떨어진 게 다행일 수도 있다. 400피트만 더 갔더라면 급경사에 트럭이 쓰러졌을 것이다. 내가 멈춘 곳은 옆에 언덕이 막아주었다.

 

사진을 찍고 회사에 사고 보고를 했다. 크리티컬 이벤트 두 개가 동시에 떴다. 하드 브레이킹과 차체 불안정 경고. 당시 속도가 67마일이었다. 내 트럭 최고 속도가 65마일인데. 미끄러지며 더 가속도가 붙었다는 얘기다. 지난 달에 크리터컬 이벤트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브라이언은 이번 배달 마치고 본사가 있는 스프링필드 터미널로 나를 부르겠다고 했다. 안전 담당자와 삼자 대면을 해야 한다. 예전에 컴퍼니 드라이버일 때 삼자대면 한 적 있다. 당시에도 크리티컬 이벤트와 몇 번의 사소한 사건이 겹쳐 인터뷰를 했다. 그때 내가 프라임에서 가장 위험한 드라이버 랭킹 6위에 올랐다는 사실을 들었다.

 


12시간이 넘게 걸려 도로가 다시 열렸다. 내 앞의 트럭들을 치우느라 내 순서는 밀렸다. 하이웨이 패트롤은 내게 워낙 사고 트럭이 많아 오래 걸릴 것이라 했다.

 

토잉 트럭 두 대가 붙어 블루버드와 트레일러에 각각 와이어를 걸어 당겼다. 갓길로 차량이 무사히 올라왔다. 손상이 좀 있지만 당장 달리는 데는 문제 없다. 신기하게도 떨어져나간 날개가 트랙터와 트레일러 사이 공간에 놓여 있었다. 도로에 떨어졌으면 다른 사고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재활용의 가능성은 낮지만, 번지 코드로 묶어 떨어지지 않도록 했다. 일단 바디샵에 가져가보자. APU 머플러도 덜렁거리는 것을 끈으로 묶어 고정했다.

 

배달 약속이 하루씩 밀렸는데 아직 시간이 확정되지 않았다. 가장 가까운 트럭스탑으로 갔다. 이곳엔 전에 눈이 많이 왔었는지 바닥이 온통 눈과 얼음으로 울퉁불퉁했다. 프랜차이즈 트럭스탑인데도 이렇다.

 

겨울철 눈이 많이 왔을 때는 동네 작은 트럭스탑은 안 가는 게 좋다. 제설 능력이 부족해 자칫하면 눈에 빠진다.

 

이 사고의 근본 원인은 급하게 서두른 나에게 있다. 일을 너무 열심히 하다보니 시간이 부족했다. 처음부터 시간 부족을 들어 화물을 맡지 않았어야 했다. 시간을 따져 보니 딱 맞을 것 같아 받은 것이 화근(禍根)이다. 평소 같으면 잘 처리해 냈으리라. 겨울철, 눈비 내리는 도로는 예상이 어렵다.

 

일주일 동안 옵션 매매로 천불 가량 벌었는데, 그 보다 몇 배의 사고 처리 비용이 들게 생겼다. 욕심 줄이고 살살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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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기 나름

 

지난 화요일 받아서 지난 목요일에 끝냈어야 할 화물을 아직도 갖고 있다. 일년에 한두 번 이런 재수 없는 화물이 있다.

 

수요일 새벽 빙판길 사고를 당하지 않았더라도, 도로 폐쇄로 배달 지연은 불가피했다. 목요일 아침, 첫번째 배달처에 도착했다. 별 얘기 없이 곧 닥을 배정받았다. 트레일러 도어를 열 때 조마조마했다. 솔직히 화물(貨物)이 무사하길 기도했다. 화물은 무사했다. 타이슨은 랩핑을 잘 하는 곳이라 한쪽으로 치우치긴 했어도 팰럿이 무너지지는 않았다. 천만다행이다.

 

내친김에 마지막 배달처까지 달렸다. 미네소타는 겨울 왕국이다. 얼마 전에 눈이 왔는지 온통 얼음판이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이라 조금만 길이 미끄러워보이면 신경이 곤두섰다. 배달처에 도착하니 이미 접수 시간이 지났다. 오전 5시에서 오전 11시까지다. 바로 앞 도로에 세우고 하루 밤을 지샜다. 기온은 -3F(-20C)까지 내려갔다. 그래도 블루버드는 난방이 잘 됐기에 춥지는 않았다.

 

금요일 새벽, 마지막 배달을 마쳤다. 정상적으로 서류를 받았고, 클레임도 없었다. 다음 배달처는 아이오와에서 알라바마로 가는 화물인데, 나는 스프링필드까지만 배달하면 된다. 거기서 안전 담당자와 면담도 하고 트럭도 고칠 생각이다.

 

토요일 밤에 화물이 준비된다니 오다가 사우스 다코다에서 하룻밤을 났다. 점심 경에 발송처에 도착했다. 미리 트레일러를 내려 놓고, 근처에서 기다리거나 쇼핑을 할 생각이었다. 여긴 자체 와쉬아웃 시설이 있다. 설명문에 아주 지저분하지 않으면 외부에서 트레일러 와쉬아웃을 하지 말라고 적혀 있다.

 


입구에 도착해 트레일러 문을 열었다가 기절하는 줄 알았다. 안쪽 깊숙히 팰릿 하나가 놓여 있었다. 이건 뭐지? 배달처에서 All set이라고 했는데. 트레일러 문을 닫을 때도 못 봤다. 날이 어둡고, 안개가 가득 차 안쪽 깊은 곳은 안 보인다. 최근에는 클레임이 어지간하면 없었기에 방심했다. 빙판길 잭나이프 사고의 정신적 충격이 남았던 것일까, 별 생각 없이 트레일러 문을 닫았던 모양이다. 날이 몹시 춥기도 했고.

 

남은 화물은 소시지였다. 발송처에서 잘못 실었을 가능성이 크다. 리퍼를 다시 작동하고 회사에 연락했다. 클레임 부서와 통화 후 얻은 답변은 비영리기관에 기증하고 영수증을 챙기라는 말이었다. 주말인데다 월요일은 공휴일(마틴 루터 킹 데이)이다. 연락되는 곳이 없다. 어제 아침에만 발견했어도 어떻게 처리 가능했을 것이다. 다음 발송처가 와쉬아웃 시설이 없는 곳이었다면 청소를 위해서라도 내가 트레일러를 열어봤을 것이다. 일이 꼬이려니 이렇다. 다음 화물은 자동으로 취소됐다. 이 애물단지를 처리하기 전까지는 아무 일도 진행이 안 된다.

 

마음을 비웠다. 내가 애쓴다고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회사에 얘기 안 하고 어디 갖다 버려도 모르겠지만, 음식을 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구호기관에 기증해 가난한 사람들에게 돌아가야 할 음식이다.

 

이번에 빙판길 사고를 당한 후 일을 줄이고 시간을 벌기로 마음 먹었다. 그런 마음 때문일까? 이제 나는 적어도 이틀, 어쩌면 사흘의 여유 시간이 생겼다. 이 시간을 어떻게 쓸지는 내가 결정한다.

 

지난 주부터 정신차리고 틈틈이 옵션 매매를 하다보니 약 2천불의 수익이 났다. (엄밀히 말하면 수익을 올렸다기보다는 손실을 만회했다. 한 3만불만 더 벌면 본전이다.) 투자와 트레이딩 공부를 제대로 깊이 해야겠다. 단편적인 지식들이 정리되지 않았다. 내가 각 거래에서 얼마를 벌고 잃는지 기록도 없다.

 

목표를 세웠다. 5년 안에 투자 수입이 노동 수입을 넘어선다. 연 10만불 정도 꾸준한 수익을 올린다면 노후에 끼니 걱정은 면할 수 있겠지. 트럭 운전은 앞으로 10년만 더 하고 그만둘 생각이다. 그때는 자율주행 트럭이 일상화되어 더 이상 트럭 운전을 하고 싶어도 못 할 수도 있다.

 

아이오와 소도시 트럭스탑에서 갈 곳도 없고, 오로지 공부다. 학습 계획을 세우고 당장 필요한 내용부터 집중 공부했다. 옵션 트레이딩은 한국 자료가 거의 없다. 덕분에 영어 공부는 덤이다. Covered Call과 Cash secured put을 번갈아 사용하는 바퀴 전략(Wheel Strategy)은 웬만큼 이해했다.

 

이달 초, 연회비가 $239인 시킹 알파(Seeking Alpha) 프리미엄 구독료를 $45에 할인하는 프로모션 뉴스를 보고 얼른 가입했다. 1년 후에는 원 가격을 지불해야 하지만 그 전에 본전을 뽑아 먹어야지. 기업 분석에는 시킹 알파가 편리하다. 아마존 킨들과 Pdf drive라는 사이트에서 관련 서적을 구해서 읽는다.

 

지금은 옵션 매매가 취미 생활 수준이지만, 앞으로는 든든한 부수입원이 될 수도 있고, 더 나아가서는 노후 생활 지킴이 역할도 할 날을 기대한다.



P.S

빙판길 사고로 정신이 딴 데 있다보니 금요일 경품 추첨을 잊고 넘어갔다. 그러다보니 결과는 꽝이다. 나뿐 아니라 다른 한국인 드라이버도 아무 것도 건진 게 없다. 이거 말이 나올 것 같다. 당첨된 사람이야 대박이지만, 수천 명의 드라이버들이 이번 연말연시 아무런 보너스를 못 받았으니 말이다.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황길재의 길에서 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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