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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호가 만난 人] ‘대통령문화와 민주주의’ 저자 라윤도 교수

2021-09-24

[김두호가 만난 人] ‘대통령문화와 민주주의’ 저자 라윤도 교수


  •  김두호
  •  승인 2021.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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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임 후가 더 아름다운 미국 대통령문화
- 특파원시절 美대통령기념관 취재분석
국제정치학자인 라윤도 건양대 명예교수는 한때 신문기자로 재직하며 미국 특파원으로 활약했던 언론인 출신 학자다. 라 교수는 대학교수 20년의 인생을 마무리하면서 특파원 시절부터 모아온 취재자료를 보완해 미국 대통령 문화기행 2만㎞ 대장정의 결실인 ‘대통령문화와 민주주의-미국 13개 대통령도서관을 찾아서’를 펴냈다./사진=인터뷰365

인터뷰365 김두호 인터뷰어 = 대한민국 국민들은 2022년 3월 제20대 대통령을 뽑는다. 양대 정당에서 대선 후보 경선바람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에 ‘대통령 문화와 민주주의’라는 책이 출간되어 시선을 모은다. 부제로 ‘미국 13개 대통령 도서관을 찾아서’가 달려있다. 근대 민주주의 국가의 리더이며 메카와 같은 미국의 정치 발전사를 대통령들의 기록들이 보존된 대통령도서관과 기념관들을 순례하며 정리 분석한 대통령학의 지침서로 볼 수 있다.

저자는 국제정치학자인 라윤도(1953∼ 정치학 박사) 건양대 명예교수로 건양대 군사경찰대학장, 대학원장을 역임했다. 한국외대에서 인도학을 전공하고 인도 유학기를 거쳐 인하대에서 ‘인도 파키스탄 분쟁’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인도학자지만 그는 젊은 활동기를 서울신문 기자로 치열하게 보냈다. 사회 정치 문화 국제부를 거쳐 언론인의 꽃인 뉴욕과 워싱턴 특파원으로 활동했다. 그 시기부터 취재자료를 꾸준히 보완해오다가 후진 양성의 학자로 2막 인생의 소임을 다하고 비로소 이 책을 펴냈다.

'대통령문화와 민주주의-미국 13개 대통령도서관을 찾아서'. 라윤도 지음. 도서출판 좋은땅. 1만5000원.라윤도 저자의 '대통령문화와 민주주의-미국 13개 대통령도서관을 찾아서'(도서출판 좋은땅)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역사는 대통령을 누구나 할 수 있었지만 누구나 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도 남겼다. 대통령을 뽑을 사람도 이 책을 읽어야 하고 대통령이 될 사람도 이 책을 필요로 하는 지혜와 지식으로 채워져 있다. 대통령들이 불명예 퇴진을 하고 후임이 대다수 전임을 적폐 대상으로도 처벌하는 우리 대통령 역사의 어두운 발자취를 미국의 대통령 문화를 통해 비교해 보도록 한 ‘대통령 문화와 민주주의’ 저자 라윤도 박사를 2021년 가을의 문턱에서 만났다.

신문기자 20년, 대학교수 20년의 인생을 마무리하고 미국 대통령 문화기행 2만㎞ 대장정의 결실인 ‘대통령문화와 민주주의’저서를 낸 그의 ‘민주주의 동경심’의 유래는 뜻밖에도 초등학교 시절에서 싹이 텄다.

유년기 체험한 4.19 민주화 운동

- 머리말 첫 머리에 서울 돈암초등학교 입학 무렵인 1960년, 총성이 들리는 거리에서 4.19데모대를 쫓아다닌 이야기로 시작된다. 어린소년이 사태의 내용을 알고 쫓아다닌 건가?

"당시 집이 돈암동 성북경찰서 바로 맞은편 길가에 있었는데 어느날부터인가 매일같이 수많은 사람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목이 터져라고 무엇인가를 외치며 지나갔다. 대학생들이라고 했다. 그때의 함성과 얼마 후부터 나기 시작한 총소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지만 신이 나서 쫓아가다 돌아오곤 했다. 그러나 며칠후부터는 점차 그들 가운데 어깨에 둘러맨 하얀천에 싯뻘건 피가 배어나오는 사람도 있었고 이마에 빨간 핏물이 밴 수건을 동여맨 사람들도 있었다. 무서워서 더 이상 따라다니지 못했다. 그 무렵 선생님은 내일부터 학교에 나오지 말라며 등교한 우리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저 무섭기도 했지만 그 유년기에 선생님의 설명이 평생을 두고 지워지지 않았다. 그들은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데모를 하고 있는데, 세계 최고의 민주주의는 미국이고,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는 인도라고 하신 말씀이었다. 뒤에 기자가 되어 인도에서도 공부를 하고 또 미국 특파원도 하게 되었으니 민주주의는 내 일생의 운명적인 과제가 된 셈이다."

내셔널아카이브즈 이거미국 내셔널 아카이브즈(국립문서기록보관청) 앞에서 라윤도 교수.

- 책 내용이 미국대통령 기념도서관들의 전시물 소개나 단순한 탐방기사 중심이 아니다. 역대 대통령들의 재임시절 공과와 생애를 비교 함축해 이를테면 미국의 대통령 문화가 어떤 것인지의 기록들을 정리했다. 저자가 본 미국 대통령 문화의 특징을 짧게 설명할 수 있다면 무엇부터 이야기할지 궁금하다.

"1994년 뉴욕특파원 발령을 받고 뉴욕으로 부임할 때, 비행기가 앵커리지에 스탑오버하는 기회를 이용하여 사흘간 들렀던 알래스카(그곳에서 5년전 발생했던 사상 최악의 유조선 침몰사건인 액슨 발데즈호 기름유출사건 현장을 가보고 취재했는데 후에 태안 기름유출사건 때 뜻밖에 큰 도움이 되었다)에서 플로리다 키웨스트(헤밍웨이와 테네시 윌리엄스 등 미국 문학가들의 흔적을 찾아서 갔었다)까지 미국 전역을 다니면서 느낀 것은 ‘대통령의 숨소리’였다.

국민들은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 두고 존경하고 신뢰하고 때론 열광했다. 그것은 그대로 민주주의라는 길을 만들었고 그 민주주의 깃발이 온 나라를 휘감고 있었다. 나의 대통령 도서관이나 박물관, 유적지 탐방은 바로 그때 우리의 선배들이 뜨거운 피를 쏟으며 쟁취하려 했던 그 민주주의의 실마리를 풀기 위한 노정이었다.

수년전 강단에서 제자들에게 ‘대통령’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무엇인지를 물은 적이 있다. 학생들이 쏟아낸 단어들은 ‘독재, 부정축재, 탄핵, 쿠데타. 투옥’ 따위의 암울하고 부정적인 이미지의 낱말뿐이었다. 그러나 내가 미국 신문에서 본, 같은 질문에 대한 미국 학생들의 답변은 ‘명예, 존경, 사랑, 헌신, 용기’등의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단어들이 지배적이었다.

한마디로 미국 대통령은 재임 중 무능한 평가를 받거나 정치적 결함을 남겨도 퇴임 후 사회와 국가를 위해 마지막까지 여생을 헌신 봉사활동으로 존경을 받아왔기 때문에 국민들의 기억 속에 아름답게 남아 있고, 그것이 바로 ‘대통령직(職)’을 미국 역사발전의 방향타 역할로까지 끌어올리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든다.

 
역대 대통령들은 자신의 이름을 딴 기념관을 갖고 있다. (사진 맨 위부터) 케네디 도서관, 포드 도서관, 아이젠하워 도서관 앞에서미국 역대 대통령들은 자신의 이름을 딴 도서관을 갖고 있다. 라윤도 교수는 "대통령직 수행 전후의 발자취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각종 기록과 자료, 기념물을 모아 전시 보관하는 곳이 대통령도서관"이라며 "국민의 세금이 아닌 퇴임 대통령 스스로 건립한다는 점도 특별하다"고 말했다. (사진 맨 위부터) 아이젠하워 도서관, 케네디 도서관 앞에서 라윤도 교수.

- 미국 대통령들의 퇴임 후 그들 이름의 도서관 건립 유래는 오래된다. 굳이 기념관이라는 말보다 도서관으로 이름을 내건 이유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

"미국의 제32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재선 후 1939년 자신의 1기 임기 때의 많은 자료들을 고향 뉴욕주 하이드파크에 창고를 지어 옮겨 놓으면서 대통령도서관의 효시가 되었다. 정식으로는 1955년 미하원에서 대통령도서관법이 통과되면서 대통령도서관이라는 명칭이 생기게 되었고 그 이전의 것들은 대부분 아직도 ‘기념관’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다. 1978년에는 대통령의 개인적인 문서도 국가 재산에 포함되는 ‘대통령기록법’이 통과되기도 했다. 이로써 대통령 재임시 모든 행위는 국가재산이라는 개념이 정립되었다. 2000년대 들어서부터는 이메일 자료도 모두 해당되어 자료의 양이 엄청나게 증가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1998년초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가 대구에 가서 연설할 때 자신의 최대 정적 이었지만 박정희대통령 기념관을 건립하겠다고 밝혀 큰 박수를 받은 적이 있다. 그러자 바로 박정희 전대통령으로부터 탄압과 고문을 받았던 수많은 민주인사들의 반발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 이같이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일은 늘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같은 측면에서 볼 때 ‘도서관’이라는 명칭은 절묘한 신의 한 수 같은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당 대통령의 업적을 칭송한다거나 비난한다거나 하는 의미는 전혀 포함하지 않는다. 단지 재직시 대통령의 업무수행과 관련된 모든 자료들을 한군데 모아놓는다는 지극히 ‘가지중립(value free)적’ 입장을 취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판단은 관람객들 즉, 국민의 몫으로 남겨놓는다는 것이다.

미국은 역대 대통령들의 출생가옥이나 연고지, 각종 사료와 조각 기념물, 그들 명칭의 유적지나 공원, 묘지 등이 대륙전역에 산재해 있다. 그 대부분은 NPS(국립공원관리청)에서 사적지로 지정하여 ‘역사지구’로 보전하고 있다. 그 중에 대통령직 수행 전후의 발자취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각종 기록과 자료, 기념물을 모아 전시 보관하는 곳이 대통령도서관이다.

미국의 대통령도서관은 국민의 세금이 아닌 퇴임 대통령 스스로 건립한다는 점도 특별하다. 물론 개인 부담보다 고향이나 모교에서 부지를 제공하고 후원회원들이 대체로 건립기금을 조성하게 된다. 건립이 된 뒤는 연방정부의 NARA(미 국립문서기록관리청)가 운영관리를 맡게 된다."

01전현직5명대통령2013년 조지W.부시 도서관 개관식 행사에 참석한 전현직 대통령. (사진 왼쪽부터) 당시 버락 오바마 현직 대통령을 비롯해 조지W.부시, 빌 크린턴,부시 전 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 H. W. 부시(41대), 지미 카터 등 전현직 5명의 대통령이 모두 참석해 큰 화제를 모았다. 서로 다른 정치적 성향을 가진 대통령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경우는 전례가 없던 일이다./사진=라윤도 제공

- 2013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유니버시티 파크 남감리교대학 교정에서 조지 W. 부시(43대 일명 아들 부시대통령) 도서관이 건립되었을 때 개관식 행사에 현직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지미 카터, 아버지 부시(41대), 빌 클린턴까지 생존 전 대통령 모두 참석해 파안대소하는 장면이 해외 토픽에 올랐다. 한자리에 모여 정담을 나누는 우리나라 대통령의 모습을 본적이 없으니 인상적인 뉴스였다.

"서로 존중하고 겸손해 하고 신뢰를 나누는 미국 대통령문화의 상징적인 모습이다. 대통령의 평가는 역사와 국민의 몫이지 후임이 전임을 비판하고 폄훼하는 사례는 보기 드물다.

미국은 훌륭한 대통령문화를 만든 큰 발자취의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자부심이 강한 나라다. 취재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이같은 대통령문화를 가꾸기 위하여 헌신해온 많은 미국인들의 모습이었다. 미국 최고의 조각가 거츤 보그럼이 2대에 걸쳐 만든 러시모어 1700M 바위산 꼭대기에 조각한 ‘큰 바위의 얼굴’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에이브러햄 링컨,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웅대한 기념물이 그대로 대통령 문화의 상징적인 자태로 볼 수 있다.

마운트러시모어진입로미국 러시모어산 진입로 꼭대기에 조각한 ‘큰 바위의 얼굴’.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에이브러햄 링컨,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사진=라윤도 제공

폐허로 스러져가던 초대 대통령 워싱턴의 사저 마운트 버넌을 남북전쟁의 와중에서도 지켜내어 오늘날 미국 민주주의의 발원지로 가꾸어놓은 앤 파멜라 커닝햄의 노력도 훌륭한 대통령문화를 가꾸기 위한 ‘국민의 역할’을 웅변해주는 표본으로 가슴에 와 닿았다.

이같이 자랑스러운 민주주의를 위해 ‘국민의 역할’을 다 한 이들을 만나는 즐거움은 취재를 떠나 가슴을 떨리게 했다. 그래서 나의 발길은 러시모어 대통령 조각 산에서 시작하여 미 전역을 누비게 된 것이다."

‘나는 마운트 버넌으로 간다’

3-01마운트버논맨션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생가 '마운트 버넌'./사진=라윤도 제공  

- 미국 건국 대통령 조지 워싱턴 시대가 이를테면 미국 대통령문화의 주춧돌이 되었다고 볼 수 있는가?

"그렇다. 초대 조지 워싱턴 대통령은 그 주춧돌이고 시발점이다. 특파원 시절 미국 대통령문화에 관심을 두고 서울신문에 연재를 할 때도 취재활동의 출발점이 뉴욕 브로드웨이 1번지 현재 씨티은행 자리에 있었던 미국 독립전쟁 당시 조지 워싱턴 대륙군사령관의 사령부와 그 인근의 역사적인 발자취가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1783년 영국군이 최후의 보루인 맨해튼에서 철수하고 대륙군사령부가 들어선 그 일대가 미국 민주주의의 발상지였다. 사령부에서 동쪽으로 멀지 않은 펄 스트리트 54번지에는 사령관인 워싱턴 장군과 참모들이 자주 찾던 프론시스 태번이라는 선술집 레스토랑이 있었다.

지금도 유적지로 보존되고 있는 그곳이 유명한 것은 대륙군이 승리한 뒤 워싱턴이 참모들을 모아놓고 대륙군 사령관으로서의 자신의 임무는 끝났으니 “나는 마운트 버넌으로 간다”는 유명한 고별사를 남긴 곳이기 때문이다. 당시 대부분의 미국민들은 물론 대륙군의 참모들까지도 워싱턴이 아메리카의 ‘왕’이 되어 다스리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던 상황에서 고향으로 돌아가 촌부가 되겠다는 선언은 엄청난 충격이었으며 결국 미국의 민주주의를 살리는 초석의 역할을 한 것이다."

08프론시스태번외관워싱턴 장군과 참모들이 자주 찾던 프론시스 태번 외관./사진=라윤도 제공

- 결국 그는 미국의 초대 대통령이 되었다.

"그러나 미국민들은 워싱턴을 잊지 못했다. 1789년 초대 대통령으로 그를 선택했고 그는 4년씩 두 번 8년간 대통령직을 수행했다. 결국 워싱턴은 두 차례나 고향 “마운트 버넌으로 간다”를 선언했다. 첫 번째가 앞서 대륙군사령관 임무를 끝낸 시기였고, 두 번째는 1797년 대통령 연임 임기를 마친 뒤 국민들이 세 번째 연임을 외칠 때였다.

그는 단호하게 ‘마운트 버넌으로 간다’를 실행하고 더 이상 연임하지 않았다. 그의 두 차례 임기의 전통이 지금까지 미국 대통령 임기의 불문율 전통으로 이어져왔다. 18세기초 프랑스 이주민의 집을 개축한 프론시스 태번은 독립국 초기 정부 청사로 사용되기도 했으나 지금은 레스토랑과 박물관으로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 대통령문화 관련 내용 중 찰스 파버와 리처드 파버가 공동 집필한 ‘대통령직 수행순위’(The American Presidents Ranked by Perfomance)를 인용한 대목이 틈틈이 보인다. 대체로 미국 대통령의 재임 시 업무 수행력과 업적평가 순위로 상위권 인물은 누구누구인가?

"미국은 대통령제가 200년 이상 지속되어오다 보니 대통령들의 업적을 평가하고 그에 따라 순위를 매기는 연구들이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2000년에 발표된 이들의 연구는 ‘대통령의 성적표’(김형곤 역)라는 한국어판으로도 출간되었다. 비교적 객관적인 평가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져 미국 국내외 학자들이 많이 인용하고 있다. 평가 항목은 외교를 비롯한 대외관계 관련 업무수행, 국내 문제 및 사업에 대한 업무수행, 행정부와 정부내 업무수행, 지도력 및 의사결정 관련 업무수행, 개인적 성격과 도덕성까지 5종목이다.

그 분석 평가 점수에 따르면 당시 분석 대상 39명의 역대 미국 대통령(31일간 대통령직에 머문 윌리엄 헨리 해리슨, 6개월 15일 재임한 제임스 가필드는 제외) 가운데 종합평가 1위는 링컨, 2위 워싱턴, 3위에는 32대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올라있다. 휠체어에 의지해 대통령직을 수행한 루스벨트는 대공황을 뉴딜정책으로 극복하고 2차 세계대전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역사상 전무후무한 4선 대통령의 기록을 남겼다.

그의 도서관은 뉴욕 중심가 맨해튼에서 북쪽으로 30여분 거리 고향 하이드 파크 카운티에 있다. 자그마치 700에이커(약 85만평)의 땅을 루즈벨트의 역사지구로 지정해 연방 공원관리청이 관리한다. 도서관은 전시공간과 연구공간으로 구분되어 있다. 또한 내조 관련 감동일화가 많은 퍼스트레이디 앨리너 루스벨트의 생가도 인근에 위치하여 사적지에 포함되어 있다. 워싱턴D.C.에도 포토맥 강변에 2000년대 초에 FDR(루스벨트) 공원이 조성되어 각종 조형물과 어록을 새긴 전시 공간 등이 있어서 관광객이 붐비고 있다."

퇴임 후 명예 회복한 대통령들

01레이건도서관정면IMG_3637LA인근 시미 밸리에 위치한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사진=라윤도 제공

- 대통령들의 재임 중 활동 내역과 각종 역사적인 기록물을 비교하고 연구할 수 있는 대통령도서관들을 탐방, 취재하며 특별히 시선을 끌게 한 대통령도서관이라면?

"모두 다양한 특징이 있다. 미국민이 절망과 분노의 나락으로 추락한 대공황의 대안을 찾지 못하고 58세에 무능한 대통령으로 물러난 후버 대통령은 90세까지 살면서 후임인 트루먼, 아이젠하워 양 행정부에서 대외 식량원조 책임자로 활동하며 부정적 이미지를 씻었다. 가난한 대장장이 아들로 태어나 일찍 고아가 되어 성장한 그의 고향 아이오와주 사람들은 ‘미시시피강 서쪽’에서 최초로 대통령을 배출한 지역의 주민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있다. 후버 대통령도서관은 후임자인 루스벨트와 트루먼 대통령보다 늦게 1955년 대통령도서관법이 제정된 뒤 생가가 있는 데모인 근교 웨스트 브렌치 시골마을에 세워졌다.

캘리포니아주 LA 근교 오렌지 카운티에 있는 제37대 리처드 닉슨 도서관은 생가와 묘소까지 한 울타리에 있다. 닉슨독트린, 대중국 수교, 전략무기제한협정 추진, 베트남 철수 등 역사적인 정책을 수행하며 재선까지 성공했으나 측근들의 부패사건, 워터게이트 사건 등의 은폐조작, 직권남용으로 탄핵재판을 받게 되자 사상 처음으로 중도 사임을 택해 물러났다.

후임 제럴드 포드 대통령은 전임을 몰락으로 내몰지 않고 특별사면을 발표해 재판에서 해방시켰다. 닉슨 대통령 도서관에는 놀랍게도 치욕적인 사건인 워터게이트 언론보도와 기록물, 관련 화보들까지 전시한 워터게이트룸이 별도로 있다. 부정적인 사건도 정직하게 보여주는 미국 대통령 문화의 일면이다."

- 카터 대통령도 능력을 평가받지 못한 대통령으로 알고 있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실망한 국민들이 도덕성이 높은 카터를 선출했지만 대통령으로서 그의 능력은 이란 인질사태 등 복잡한 국제정세 탓으로 성과를 남기지 못하고 레이건의 등장과 함께 연임에 실패했다. 그러나 퇴임 후 고향 조지아주에 카터센터를 설립, 40년 넘게 세계 평화와 인권향상에 열정을 바쳐 우유부단했던 대통령 시절의 이미지를 바꾸었다."

- 레이건 대통령도 재임기간 국내외에서 인기가 높았던 대통령이다.

"LA인근 시미 밸리에 있는 영화배우 출신 레이건 대통령의 도서관에는 6천만 페이지 분량의 문서와 160만장의 사진 기록물, 15만 피트가 넘는 영상, 오디오 기록물이 보관되어 있다. 인상적인 전시물 중에는 2005년 퇴역한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과 전용 헬기가 있을 정도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레이건은 불우한 가정환경에도 불구하고 역경을 이기며 성공한 대통령으로 인간승리의 표상으로 기억되고 있다. 동시에 냉전체제하에서 소련과의 첨예한 대립 가운데서도 힘으로 소련을 굴복시키고 자유민주주의의 승리를 쟁취한 즉, ‘아메리카의 영광’을 실현한 대통령으로 떠받들어지고 있다."

레이건 대통령 도서관 안에 전시되어 있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사진=라윤도 제공

- 대통령 퇴임 후에도 하원의원으로 정치활동을 계속하다가 의사당에서 순직한 퀸시 아담스 대통령의 이야기도 미국 대통령문화의 좋은 사례로 보인다.

"제6대 퀸시 애덤스 대통령은 4년 임기 후 재선에 실패했으나 자신의 고향에서 연방 하원의원에 진출해 노예제도 폐지와 남북 갈등 해소에 앞장서면서 존경받는 하원의원으로 8선을 수행하고 80세에 국회의사당에서 쓰러져 숨을 거두었다. 그는 부시 부자 대통령과 같이 아버지 존 애덤스가 제2대 대통령이었다. 이같이 부자 대통령의 탄생 뒤에는 남편과 아들을 모두 대통령으로 만든 어머니 퍼스트레이디의 감동적인 비화가 따라 다닌다. 애덤스 부자 대통령을 만든 애비게일 애덤스 여사는 독학으로 신학문을 깨우쳐 여권신장에 기여한 목사의 딸이었다."

대통령 문화가 역사를 만든다

국제정치학자인 라윤도 건양대 명예교수.

- 2차대전의 종결자이면서 6.25 한국전쟁 참전을 결정한 트루먼도 미국은 물론 세계역사를 변화시킨 인물이다. 어떤 인물로 기록들이 남아 있는가?

"33대 해리 트루먼이 1972년 12월 26일 88세로 생애를 접었을 때 퓰리처상 수상 논객 메리 맥그로리는 조사의 마지막에 “그는 보통사람이 위대해 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대통령도 일반 시민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주었습니다”로 그의 생애를 평가했다. 대통령문화가 국민적인 신뢰와 존경을 받는 까닭을 입증해 준 대통령이 트루먼이다. 20세기 명문대 엘리트 출신이 대통령이 되던 시대에 고졸 대통령으로 중도적 정치성 덕분에 어부지리 부통령이 되었다가 루스벨트 대통령이 네 번째 취임식후 숙환으로 80일 만에 떠나자 운 좋게 대통령까지 되었다.

그러나 원자폭탄 투하로 2차 세계대전을 종결하고 유엔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창설, 6.25 한국전쟁 UN군 참전을 주도하는 등 미국이 세계 질서의 리더 국가로 위상을 세우는데 그의 위대한 판단과 지도력이 따랐다. 역대 대통령 평가도 단연 상위권이다. 또한 트루먼대통령이 인류역사상 가장 중요한 여러 가지 결정들을 내려왔기 때문에 도서관측은 ‘원폭투하 50주년 세미나’ ‘2차대전 종전 50주년 기념식’ ‘UN창설 50주년 세미나’ 등 수많은 역사적 기념행사들을 주관하여 많은 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역사적 사실의 재평가 작업을 진행해나가고 있었다.

더욱 아름다운 기록은 퇴임 후 노스 델라웨어 스트리트 219번지 고향집으로 돌아가 옛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완벽하게 보통사람으로 살았다는 것이다. 1959년 대통령연금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직접 생활비를 벌어야 했고, 걸어서 1마일 거리의 대통령도서관에 출퇴근해 강의를 하고 회고록을 집필하기도 했다. 그가 가장 불편해 했던 것은 대통령연금법과 함께 대통령경호법이 통과되어 경호원들이 따라다니게 된 것이었다는 얘기도 남아 있다. 동네사람들은 자신들과 함께하는 그를 기리기 위해 그가 걸어서 출퇴근하던 사저와 대통령도서관 사이의 길 옆에 그의 실루엣 보드를 드문드문 세워놓아 그의 체취를 기리고 있었다.

한국전쟁중 맥아더 사령관의 해임으로 한국인들에게는 그다지 인기를 얻지 못했지만 북한을 침략자로 규정하고 유엔군 파병을 결정하는 등 그의 한국사랑을 대변하는 듯 도서관 로비에는 1946년 장이욱 박사가 기증한 고려청자가 소중히 전시되어 있다."

포드도서관 포드대통령 도서관 앞에서 라윤도 교수.

- 포드 대통령은 선출을 거치지 않은 유일한 대통령인데 그에 대한 평가는 어떠한가?

"포드 대통령은 알려진 대로 선거를 통하지 않은 행운의 대통령 이었다. 닉슨 대통령 재임 당시 스피로 애그뉴 부통령이 독직사건으로 물러나자 하원의장을 맡고 있다 부통령으로 지명되었으며 이어 닉슨 대통령이 탄핵 직전 사임하자 부통령으로서 대통령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2년5개월의 짧은 기간 재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직의 권위와 신뢰를 회복시킨 대통령’으로 남아 있다. 당시 닉슨 대통령이 각종 불법으로 탄핵에 이르게 되면서 대통령직의 권위는 땅에 떨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포드는 취임 후 한달만에 닉슨의 대통령으로서의 모든 불법행위에 대한 전면적인 사면을 발표했다. 이는 국민들의 공분을 사 70%를 상회하던 그의 지지도가 20%대로 급락했고 끝내 다음 선거에서 신인 카터에게 무참하게 패배했다. 포드는 “심각한 국가적 분열상태를 치유하기 위해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해명했지만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었다. 암살의 위협도 따랐다.

그러나 포드는 신념의 정치인으로 뚝심있게 정치 안정을 이루어나갔다. 동독과의 수교, 소련 브레즈네프 서기장과 전략핵감축 합의,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화해주선 등 국제적인 긴장완화 노력으로 국제적인 위상도 높여나갔다. 한반도에서 발생한 북한의 도끼만행사건도 의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 이제 우리나라의 대통령 문화로 화제를 돌려보자. 11명의 역대 대통령 중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만이 기념관이나 도서관 형태의 기념공간이 있는 것 같다.

"국민들 스스로가 부끄러워할 일이다. 우스운 일은 서울 상암동에 있는 박정희 대통령기념관 도 기념관이나 도서관 건립에 따른 관련법규가 없어서 명칭사이에 점(.)을 넣어 개관 당시에는 ‘박정희대통령기념ㆍ도서관’이라는 기이한 이름으로 시작됐었다. 그 운영도 성격이 모호한 민간단체인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가 운영하고 있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을 비롯해 윤보선, 최규하 대통령은 생전에 살던 가옥정도가 보존되어 있으나 제대로 된 기념공간은 아니다. 불행하게도 생존해 있는 전직 대통령들은 하나같이 도서관이나 기념관 따위에 신경 쓸 평온한 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 역사와 문화에 절대적인 발자취를 남긴 이승만 박정희 두 대통령은 하야와 망명, 부하의 총격을 받는 비극적인 생애를 맞이하고 생존한 후임 전두환 전 대통령은 5.18과 관련해 아직도 재판정에 불려 다닌다. 노태우 후임 대통령은 투병생활로 근황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두 사람은 퇴임 후 노후를 감옥에서 보내고 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스스로 극단의 선택으로 생애를 정리했다. 어둡고 무겁고 슬픈 대통령문화가 정부수립 이후 지금까지 사슬처럼 고리가 되어 이어진다.

그러나 아무리 무능했거나 포악했던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그는 재임시 최고의 국가행위 결정권자였던 만큼 그의 업적에 대한 평가는 유보하더라도 그의 재임기에 일어났던 역사적 사실에 대한 기록만큼은 철저하게 수집, 보존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후세에라도 그에 대한 올바르고 정확한 평가가 이루어지게 하여 역사의 교훈으로 삼게 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정치에 발전이 오고 우리의 민주주의가 바르게 설 수 있는 것이다. 얼마전 청남대에 세워져 있던 전두환 전대통령의 동상 목에 밤사이에 누군가가 톱자국을 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우리도 대통령을 존중하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국격이 살아나고 국민이 행복해 진다. 무엇보다 아무나 될 수 있는 대통령보다 아무나 될 수 없는 대통령을 선출하는 국민의 인물 선택의 안목이 옳고 현명해야 훌륭한 대통령 문화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또 미국처럼 퇴임 대통령의 기념도서관 건립은 후원회나 출신지역에서 조성하되 건립 후에는 국가에서 기록보존 차원에서 운영관리 하는 제도의 도입도 이상적으로 생각한다. 대통령 재임시의 공과를 따지지 말고 귀중한 역사적 기록을 여과 없이 모으고 전시하고 관람할 수 있는 대통령도서관(혹은 자료관)의 건립을 제안한다.

물론 우리나라는 현 헌법대로라면 5년에 한 명씩 전직대통령이 나오기 때문에 미국식의 대통령도서관은 적합지 않다. 국토가 좁아 대통령마다 건물을 지을 수도 없다. 그러나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세종시에 있는 대통령기록관을 제대로 활용하는 법적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결국 대통령문화를 바로 세우겠다는 역사인식과 대통령의 의지와 국민의 의지가 중요한 것이다."

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88서울올림픽 공식영화제작전문위원, 97아시아태평양영화제 집행위원,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대종상 및 한국방송대상 심사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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