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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여성학자 ‘남한정치사’ 첫 발간 화제

2021-08-10

러시아여성학자 ‘남한정치사’ 첫 발간 화제

by 노창현 | 15.11.29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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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여성학자가 해방후 한국의 정치사회를 조명한 저서를 처음 발간(發刊)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모스크바의 고등경제대학의 나탈리야 김(36) 교수이다.

 

나탈리야 김 교수가 저술한 '1945년-1948년 남한 정치사'는 해방후인 1945년부터 1948년 한국정부 수립까지의 기간동안에 남한지역에서 있었던 사회정치적 투쟁들과 분단과정에 대해서 연구한 것이다.

 

그 동안 구 소련과 러시아에서 북한 정권의 성립이나 발전과정에 관한 저서는 적지 않게 발간되었지만 러시아 학자가 한국의 근세사를 본격 조명한 저서는 처음 있는 일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나탈리야 김 교수가 명문 러시아 고등경제대학의 학술연구 지원프로그램에 당선되어 연구에 필요한 지원금(2만달러)을 받아 저술과 출판을 마친 학술서적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러시아 등 구소련 지역 대부분의 한국학 연구나 관련서적들은 한국의 국제교류재단이나 한국학중앙연구원 등 한국정부기관의 지원을 통해서 이뤄지기때문이다.

 

총 455쪽의 하드커버인 '남한정치사'는 러시아와 미국의 각종 자료들 뿐만 아니라 1980년대 이후 한국에서 활발히 이루어졌던 분단과정에 대한 한국현대사 학자들의 연구성과들도 적지 않게 포함되어 있다. 남한 각 정치사회세력간의 투쟁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당시 열강(列強)이었던 소련과 미국의 남한 정치에 대한 개입정책을 총체적으로 분석해 낸 노작(勞作)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른바 해방공간에서 다양한 정치세력 중 하나였던 이승만 우파세력이 어떻게 정국의 주도권을 잡아나갔는지, 이승만과 미국과의 관계, 박헌영 좌파세력이 어떤 전략적 실수들을 저질렀으며 소련당국의 역할이 어떠했는지, 여운형 김구 김규식 조소앙 안재홍 등으로 대표되는 좌우를 망라했던 중도파가 왜 정치적인 세력을 얻지 못했는지 등에 대한 러시아 학자로서의 분석과 성찰이 돋보인다.

 

또한 연구에 참조한 자료와 논문 및 출판물들이 러시아어권, 영어권, 한국어권 학자들이 3분의 1씩 균등하게 차지하는 등 러시아에는 그 동안 소개되지 못했던 1980년대 이후 학문적 해빙기에 한국 현대사학자들의 한국 분단사연구 소개와 분석이 이뤄졌다. 목차(目次)와 요약(要約)은 영어로도 함께 게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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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뒤 커버에는 해방시기 대표적인 좌, 우, 중도파 정치지도자들이었던 이승만과 김구, 여운형, 박헌영, 안재홍, 김규식, 김창숙, 홍명희, 조완구, 조소앙의 중요한 정치적 발언들을 러시아어로 번역해 실렸다.

 

나탈리야 김 교수가 소속된 러시아과학아카데미 한국 몽골학과의 전 학과장인 유리 바닌 한국사 원로교수는 "저서에서 분석한 바와 같이 남북한 분단의 원인의 큰 제공자는 당시 남북한을 분할 점령했던 미국과 소련이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남북한의 정치지도자들이 통일을 위해 단합하지 않고 각자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서 분단과정을 때로 용인하고 수용하였다는 책임을 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탈리야 김 교수는 27일 "현대 한국사회의 성격를 규정하는 많은 요인들이 분단과정에서 생겨났고, 한국의 사회 정치현상을 분석하는 데에는 해방 후부터 한국정부 수립기간까지의 연구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래서 박사학위논문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0년에 가까운 기간을 분단과정과 한국정부 수립에 대한 연구에 바쳐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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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탈리야 김 교수는 "해방정국 당시에 좌파와 우파에서 중도파를 적극적으로 포용하여 민족통합의 길로 나아갔어야 했다. 하지만 좌우의 이념경쟁으로 중도파가 설 자리가 없어졌고 좌와 우로 지나치게 치우진 정치 경제 체제가 남과 북에 들어서게 되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나탈리야 교수는 고려인 등 한국계가 아니라 순수한 러시아인이다. 그녀가 플로트니코바라는 성 대신 김(Kim)을 쓰고 있는 것은 러시아 관습대로 남편의 성을 따라 썼기 때문이다. 남편은

모스크바한인회장과 민주평통 모스크바협의회장을 역임한 김원일 회장이다.

 

나탈리야 김 교수는 이번 책 머리말에 “내 남편 김원일에게 이 책을 바친다.” 라고 헌사(獻辭)를 써넣어서 남다른 애정과 고마움을 표시했다. 실제로 김박사는 아내기 러시아에서는 미개척분야인 한국현대사, 그중에서도 한국분단사를 연구하도록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은 최대의 지원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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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김원일 회장은 정치평론가이자 '모스크바프레스'와 '서울뉴스'를 발행하는 언론사업가로 한국과 러시아간의 사회 문화 교류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다. 유학시절 같은 기숙사에서 만난 아내와 보기드문 순애보(純愛譜) 속에 한러커플로 골인한 후 3녀1남의 다복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다.

 

김원일 회장은 "외람되지만 그동안 러시아 학자들이 저술한 한국 관련한 책이나 논문들을 볼 때마다 항상 불편하게 생각한 것들이 자료나 출판물을 인용할 때 한국의 자료나 학자의 연구업적이 아니라 러시아, 미국, 중국, 일본 등 주변국가들의 자료와 학자들을 주로 인용한다는 점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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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물론 한국어라는 언어적 어려움이 큰 원인으로 작용하지만 한국의 연구능력을 낮게 평가하는 그릇된 관행도 적지 않다. 러시아학자들을 만날 때마다 '만일 한국사람이 러시아를 연구할 때 러시아인들의 시각과 분석대신 미국에서 영국, 중국 등의 러시아 시각을 반영한다면 제대로 된 러시아의 모습이 그려지겠는가? 마찬가지로 한국을 연구할 때도 우선적으로 한국의 연구자와 자료를 중요하게 참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고 전했다.

 

'남한정치사'는 러시아의 주요 대학과 연구소, 도서관 등에 소장 도서로 이미 비치(備置)됐고 학술서적 전문점을 중심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해마다 가족들과 함께 한국을 방문하고 있는 나탈리야 김 교수는 "내년 한국을 방문하게 되면 저서에 인용되고 분석된 현대사 학자들을 방문해서 책을 한권씩 드릴 생각이다. 한국학자분들이 러시아의 역사학자가 자신들의 연구업적을 인용하고 분석했다는 사실을 반겨주면 좋겠다"고 미소지었다.

 

뉴욕=노창현기자 newsro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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