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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사이》공무원에서 '노인지킴이'로 변신…구로 제중요양병원 이한기 원장

2022-07-31

《이공사이》공무원에서 '노인지킴이'로 변신…구로 제중요양병원 이한기 원장

기자명유진상 大記者

  • 입력: 2022.07.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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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2.07.29 22:17

35년 공직생활 끝내고, 요양병원장으로 ‘제2의 삶’
보건복지부에서 쌓은 경험, 의료 현장에 접목 노력 


이한기 구로 제중요양병원 원장이 공생공사닷컴과의 인터뷰에서 그간의 소회를 밝히고 있다. 유진상 기자.이한기 구로 제중요양병원 원장이 공생공사닷컴과의 인터뷰에서 그간의 소회를 밝히고 있다. 유진상 기자.


 지자체와 중앙부처 공무원으로 35년 동안 근무하다 은퇴 후,  자칭 ‘노인지킴이'로 새출발한 전직 공직자의 생활이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서울 구로구 제중요양병원 이한기(61) 원장으로 지난해 9월 초 보건복지부를 퇴직하고, 곧바로 민간 요양병원장으로 영입됐다. 정신없이 바쁘다는 말에 일과 시간이 마무리될 무렵 병원을 찾았다. 집무실에서 이 원장을 만나 오랜기간 공직생활에 대한 소회와 새롭게 출발한 ‘제2의 삶’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았다.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하는 의료진이 아니고, 저는 병원행정 책임을 맡은 병원장입니다”

만나자 마자 ‘의료인'으로서 품격이 느껴진다’는 인사말을 건네자, 이 원장은 손사래를 친다. 병원에 근무하면 '반 의료인' 아니겠느냐고 화답하고, 대화를 이어갔다. 병원장으로 인생 2막을 시작한 소감과 공직생활 때의 애환, 요양병원 실태와 운영 방침은 무엇인지 등을 물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전전긍긍하며 생활

이 원장은 병원에 출근하는 첫날부터 지금까지 긴장의 연속이었다며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도 그럴 것이 병원 특성상 고령의 환자들이 많은데 ‘코로나19’란 괴질이 창궐할 때 취임했으니 여유를 찾을 겨를이 없을 만도 했다.

초반엔 코로나 확진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아야 된다는 긴장감으로 생활했다. 이후 막상 감염자가 발생되자, 의료진 재배치와 입원 환자로 확산되는 걸 막기 위해 가슴이 졸여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무엇보다 입원환자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환자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은 외로움이다. 부모나 가족을 요양병원에 입원시킨 초반엔 연락도 자주하고, 안부도 묻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대부분 뜸해진다. 이럴 때 고령의 환자들은 외로움을 못 견뎌하는 사례가 많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서 면회가 금지되자, 하루종일 가족을 기다리며 허탈해하는 환자들을 볼 때 가슴이 아팠다.

코로나 이전에는 자원봉사자들이 한 달에 서너 번 병원을 찾아와 오락게임이나 공연, 미용 봉사 등을 통해 환자들과 소통하곤 했다. 하지만 코로나로 행사가 중단되다 보니 노인환자들은 “왜 요즘엔 춤추고, 이발하는 사람들이 안 오냐”고 되묻기도 했다. 병원에 갖혀 시간을 보내는 게 얼마나 무료하고 답답하겠는가. 이해를 시키고 돌아서면 마음 한켠이 시려온다. 

 최근 들어 입원 환자와 가족들 간 면회가 자유로워졌지만, 이전까지는 생이별을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코로나 확산이 멈출 기미가 안 보이는 상황에서 가족들은 입원한 부모를 먼 발치서나마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조르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상황을 처음 접해 본 나로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순간순간을 대처하며 보냈는지 모르겠다.

자유로움도 잠시. 요즘 들어 또다시 코로나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이미 요양병원에는 입원 환자 면회나 외부인 접촉 금지령이 내려진 상태다.


이번엔 또 얼마나

오랫동안 단절상태로 지내야 할지 모르겠다.

확산방지를 위해 병원 종사자 모두 매일

검사를 받고 있다. 


지자체서 공무원 시작, 중앙부처 과장으로 공직 마무리

공직생활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1987년 2월 전남 광주시청 8급 공채로 처음 공직에 발을 들여놓았다. 1996년 4월까지 지자체 공무원으로 10여 년을 근무했고, 이후 1996년 중앙부처인 보건복지부로 자리를 옮겼다. 붙임성있는 성격과 업무능력을 인정받았기에 중앙부처 전입이 가능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보건복지부에서는 2020년 9월 초까지 24년 5개월 재직했다.

복지부 전입 후 연금정책, 의료정책, 보험관리, 구강정책과 등을 두루 거친 뒤, 오송생명과학단지 담당관실과 기획조정담당관실에서 근무했다. 2018년 메르스 대응 업무와 국립공주병원 서무과장으로도 있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문재인 정부 때 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가 외청인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됐다. 이때 질병관리청 충청센터 운영지원과장으로 발령을 받고, '감염병 대응과 확산방지 지원업무'를 하다 2021년 9월 초 공직생활을 마감했다. 지방과 중앙부처를 합쳐 총 35년간 공직생활을 한 셈이다.

공직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2000년 의약분업 때이다. 당시 의료진 처방전 서식을 신설하고, 의료계 집단 휴‧폐업에 대한 비상진료상담 점검 등으로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정신이 없었다.

의약분업이 이뤄진 뒤에는 의료기관의 허위부당청구 현지조사를 벌였던 것도 잊혀지지 않는다. 누구나 고생했던 일은 떠올리기 싫지만 기억엔 오래 남는 것 같다. 마치 청년시절 겪었던 군대 생활이 오래도록 생생하게 기억되는 것처럼.

축적된 인적‧공적 네트워크 요양병원에 적극 활용

복지부에 재직하면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관리, 안전과 보건복지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그간 다양하고 폭넓게 경험한 지식과 축적된 인적‧공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제2의 직장이 된 요양병원에 잘 접목시키려고 노력 중이다.

특히 보건의료와 질병관리 정책을 요양병원 의료현장에 잘 적용될 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려고 한다. 새로운 출발은 항상 낯설고, 두려운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남은 열정을 다해 사회에 보탬되도록 열심히 살려고 한다.

앞으로 요양병원이 고령자들의 장기입원 치료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지역 주민의 의료센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의료 활동의 폭을 넓힐 계획이다. 이와 관련, 자문위원을 구성해서 방안을 모색 중이다.


우리 현실에서 노인문제는 

이슈가 된 지 오래다. 특히 노인 요양병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현재 국내 요양병원은

 전국적으로 1600곳에 이른다. 

그리고 

매년 2.6%씩 증가하는 추세다.


우리는 인구 1000명당 5.3개의 요양병상을 갖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복지부가 5년마다 실시하고 있는 '국민보건 의료실태 조사'(2016~2020년)에 따른 수치이다.

요양병원을 관내 주치의 역할로 영역 확대

요양병원 수가 많은 만큼 운영 전반은 의료서비스 질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좋은 시설과 훌륭한 의료진이 갖춰진 병원을 찾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몸 담고 있는 구로 제중요양병원은 299개 병상을 갖췄고, 의료진도 내로라할 만큼 훌륭한 분들로 구성돼 있다.

그동안 의료분야 정책을 입안하고 점검하는 입장이었지만 이제 의료현장 책임자로 신분이 바뀌었다. 정부의 각종 의료정책이 어떻게 적용되고, 보완돼야 할 것과 개선해야 할 점은 없는지 정부와 의료 현장 간 매개 역할도 충실히 수행할 참이다.

앞으로 제중요양병원은 노인질환에 따른 병세의 악화방지와 생활기능 회복‧재활을 유도하는 지역사회 주치의 역할도 해야 한다. 따라서 병원의 경영개선 차원에서 관내의 노인회, 경로당, 요양원, 복지관 등 고령인구 집중지역의 시설과 기관을 돌며 병원 홍보와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병원도 경제논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경영난으로 문을 닫는 요양병원도 속출한다. 수익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관련기관은 물론, 이웃들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

일터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구성원들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책임자로서 제중요양병원의 운영 실태가 전범(모범사례)으로 꼽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한기 원장은】

학) 원광대학교 도시계획과 졸업, 한양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석사
전) 1987년 광주광시청에서 공직생활 시작, 1996년 4월 보건복지부로 전입, 대변인실, 연금제도과, 기획조정담당관실, 보험관리과, 의료정책과, 질병관리본부 총무과, 국립공주병원 서무과장, 질병관리청 충청권질병대응센터 운영지원과장
현) 재단법인 제중의료복지재단 제중요양병원장

글·사진 유진상 대기자 jsr792@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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