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C 시선 집중 화제
“아이를 갖지 못하는 난임(難姙)의 고통이 얼마나 지옥같은지 아시나요? 기나긴 기다림 끝에 시험관 시술을 통해 ‘희망’이란 뜻의 이름을 가진 딸 호프(Hope)를 얻었고, 이어 아들 거스도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애들아, 사랑한다. 너희가 내 세상의 전부다” 라고 팀 월즈 부통령 후보가 연설중에 말했다.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21일 민주당 전당대회(DNC)에서 후보 수락 연설을 하는 동안 딸 호프가 손하트를 만들어 보내고 있다.<사진 CNN 캡처>
그러자 관중석에서 듣고있던 아들 거스 월즈가 오열(嗚咽)했다. 그리고 일어나서 주위 사람들을 보며 "저 사람이 우리 아빠야!"(That's my dad!) 라고 수차례 자랑스럽게 외쳤다. 소속 정당을 떠나서 이 장면을 시청한 수 많은 부모들이 눈물을 흘렸을 것이라 믿는다. 나도 그랬다.
정치인, 부통령 후보를 떠나서 자식들에게 진심으로 존경받는 아버지라면 그는 성공한 인생을 산 것이라 믿는다. 어제 민주당 전당대회 (DNC) 3일째의 하일라이트는 단연 팀 월즈 부통령 후보였다. 3주전 무명의 미네소타주 주지사가 전국적인 '락 스타'가 되었다. 그의 연설 중에서도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었다. 진심을 담아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었다. 이제 팀 월즈는 민주당 부통령 후보라는 직함과 함께 그보다 수십배 더 명예로운 '국민 아빠'(America's Midwestern Dad)라는 호칭을 확실히 얻게 되었다.
참고로 트럼프 2기의 정책 가이드인 '프로젝트 2025'에는 강간 및 근친상간을 포함한 낙태와 아울러 시험관 시술을 불법화하고 시술 제공하는 의사와 병원도 처벌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가 현실에서 겪은 이야기는 미국내 수많은 사람들의 현실이어서 감동과 울림이 크다. 그 부부가 혜택을 본 시험관 시술 프로그램과 그의 아버지가 한국전 참전후 혜택을 본 사회보장 프로그램, 그리고 그 자신이 혜택을 본 군인 학비 면제 프로그램은 모두 트럼프 공화당이 집권하면 없어지거나 축소될 민주당의 시그니처 프로그램들이다.
트럼프 후보와 공화당이 팀 월즈 후보의 깜짝 등장과 돌풍에 속수무책(束手無策)으로 당하며 당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이 프레임을 씌우듯 팀 월즈 후보가 결코 '듣보잡' 또는 '무명의 정치 신인'(Rookie)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네소타의 공화당 텃밭에서 6선 공화당의원을 이기고 연방 하원의원 12년, 주지사 5년을 지낸 베테랑이기 때문이다. 그는 한마디로 냉정한 머리와 뜨거운 마음을 겸비한 외유내강형 정치인이다. 미국 정치사에 오래 남을 오늘의 엄청나게 강력하고 효과적인 (Supremely Powerful and Effective) 연설은 그의 가난한 흙수저의 삶과 공복으로서의 내공에서 나온 것이다.
팀 월즈 후보가 등장한 후 민주당의 지지율이 극적으로 상승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카멀라 해리스 대통령 후보와 그와 민주당이 '차별하고, 혐오하고, 자유를 억압하고, 부유층만을 돌보고, 선거를 부정하고, 폭동을 선동하고, 미국 민주주의 전통을 파괴하는 트럼프와 극단주의자들이 점령한 이상한(weird) 공화당'과의 극명한 차별성을 확실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또한 민주당이 스스로 '콧대높은 동부 엘리트 주의'를 깨고 '중간층 및 저소득층 노동자, 농민, 이민자 가정, 사회적 약자' 출신의 대통령, 부통령 후보들을 등장 시켜서 자신들의 전통적인 정체성을 회복하고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선거일 까지는 아직 두 달여가 남았다. 방심은 금물이다. 끝날 때 까지 끝난게 아니다. 부디 이 극적이고, 신바람나고, 새로운 흐름이 지속가능한 정책이 되고 극우 혐오 포퓰리즘과 파시즘에 대항하여 미국과 전세계의 민주주의, 인권, 평화를 수호하는데 기여하길 온 마음으로 기원한다.
*************************************
<DNC 마지막날, '센트럴 파크 파이브'의 등장이 상징하는 것>
■ 1989년 '센트럴 파크 파이브' 사건은 발생 2주 후 트럼프가 전면 광고를 통해 이들을 '사형'하라고 증오를 선동했던 사건이다.
■ 금년 미국 대선은 트럼프와 공화당의 '극우 백인 우월주의 파시즘'으로 돌아갈 것인가, 해리스와 민주당의 '다인종 다문화 민주주의'로 진보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선거다.
■ 트럼프가 재선되면 미국은 1964년 민권법 이전의 '짐 크로우' 시대로 역사적 퇴행 하게 될 것이다.
■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Make America Great Again)의 속내는 '미국을 다시 백인의 나라로' (Make America White Again) 이다.
■ K-트럼프 윤석열이 대한민국을 1987년 민주화 체제 이전으로 더 나아가 1945년 광복절 이전으로 역사를 퇴행 시키려는 것과 본질적으로 같다.
21일 민주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의 하일라이트는 카멀라 해리스의 강력한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과 함께 ‘센트럴 파크 파이브’ 사건의 무고한 피해자들이 무대에 등장한 장면이었다. 이들의 등장은 이번 선거의 본질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선거의 본질은 ‘극우 백인 우월주의 파시즘’이냐 ‘다인종 다문화 민주주의냐’의 선택이라고 본다. 역사적으로는 노예해방 이후 백년동안 흑인들과 타인종들이 연대하여 피, 땀, 눈물로 이룩한 1964년의 민권법 통과가 분기점(分岐點)이다. 그 직접적 영향으로 다음 해에 투표권법과 이민법이 통과되었다. 이것이 소위 ‘1964년 체제’다. 이 싯점 이전으로 퇴행하느냐 아니면 그를 기반으로 미국의 민주주의를 진보시키느냐가 이번 선거의 최대의 관건이라고 본다.
전부는 아니지만 다수의 국내 언론들이나 평론가들의 경우 이런 역사적 맥락을 떠나서 공화당과 민주당, 트럼프와 해리스에 대해 양시론과 양비론을 펼치며 매우 객관적인 듯 보도를 하고 있다. 좀 더 비판적으로 말하자면 마치 경마 경주를 구경하듯 '누가 누가 이기나'식 관전평 내지는 승자 예측 보도를 하는 경우를 볼 때 마다 매우 안타깝다.
정작 미국에 사는 한인 동포들을 포함한 이민자들과 유색인종들에게는 트럼프 2기는 실지로 1964년 이전인 ‘짐 크로우’ 시대로 회귀 또는 퇴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트럼프 1기에 비해 그 피해는 수십배 더 클 것이라는 것이 대다수 진보진영이 느끼는 '실존적 위협' (existential threat) 이다.
그래서 금년의 선거가 ‘우리 생에 가장 중요한 선거’이고 ‘우리의 생명이 달린듯이 투표하자’ 고 호소하는 것이다. 또한 미국과 전 세계의 민주주의, 인권, 평화, 환경등 인류가 ‘공생’ 하느냐 ‘공멸’하느냐의 갈림길을 결정하는 선거라고 믿는다. 그 강력힌 증거인 공화당의 집권 정책 청사진인 '프로젝트 2025'에 대해서는 별도로 논하기로 하겠다.
어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흑인 민권운동가 알 샤프턴 목사가 먼저 무대에 올라서 인종차별의 피해자들을 소개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당시 5명의 무고한 청소년을 처형할 것을 촉구하는 전면 광고에 엄청난 돈을 썼다. 그 때부터 트럼프가 인종갈등의 불길을 부채질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보았다. 반면에 카말라 해리스는 앨라바마주 셀마에서 ‘피의 일요일 투표권 행진’ 59주년에 함께 걸었으며 (존 루이스) 투표권 법안 통과를 위해 함께 논의했다”고 말했다.
큰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 올라온 '센트럴 파크 파이브’ 사건의 무고한 피해자들도 해리스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45대 대통령인 트럼프는 우리를 살리지 않기를 원했다. 우리는 실제 가해자가 자백했고 DNA가 그것을 증명했기 때문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트럼프는 단 한번의 사과도 없이 여전히 원래 유죄 판결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라고 밝혔다. 그 순간 카메라가 킹 목사의 저격 사건 때 바로 곁을 지켰던 민권운동의 아이콘 제시 잭슨 목사를 비췄다. 마치 "우리는 다시 그 때로 돌아갈 수 없다!" (We're are not going back!) 라고 온 힘을 다해 외치고 있는 듯 보였다.
• ‘센트럴 파크 파이브’ 사건이란?
1989년 4월 19일 밤, 미국 뉴욕의 센트럴 파크에서 조깅을 하던 백인 여성이 무차별 폭행과 강간을 당하고 옷이 모두 벗겨진 채 혼수상태로 버려진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예일 대학원에서 MBA를 받고 맨하탄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날 밤 공원을 배회하던 흑인과 히스패닉계 14세~16세 소년 다섯 명이 범인으로 몰려 체포됐고 며칠 뒤 경찰은 그들이 범행을 자백했다고 발표했다. 소년들은 42시간 동안 부모의 입회도 없이 화장실도 가지 못하고 폭행까지 당하며 “잘만 얘기하면 집에 빨리 보내주겠다”는 경찰들의 말에 속아 거짓 진술을 하게 되었다.
유죄 입증 자료는 자백이 전부였고 피해자에게서 채취한 정액은 용의자 소년들 중 누구의 DNA와도 일치하지 않았다. 소년들은 재판에서 경찰의 구타를 못 견뎌 자백했을 뿐이라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그들에게 각각 8~13년형을 선고했고 언론은 그들을 전도유망(前途有望)한 젊은 백인 여성을 망쳐놓은 ‘이리떼(Wolf Pack)’, ‘야수(wilding)’ 등으로 몰아세우면서 사건을 종결시켰다.
• 13년만에 진범 자백
2002년에 살인, 강간 혐의로 33년 형을 선고받고 수감돼 있던 마티아스 레이예스라는 자가 이 사건이 자기 짓이라고 자백했다. DNA 대조 결과 그가 범인이었다. 사건이 난지 13년이 지나서야 진실이 밝혀졌다.
• 영화로 제작
이 사건은 ‘그들이 우리를 보았을 때’(When They See Us)라는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킹 목사의 투표권법 행진 관련 영화 ‘셀마’(Selma)를 만들어 전미 유색인 지위 향상 협회(NAACP)로 부터 상을 받은 여성감독 아바 두버네이(Ava DuVernay)가 만들었다.
• 도널드 트럼프의 사형 지지 전면광고
당시 부동산 재벌로 알려졌던 도널드 트럼프가 사건 발생 2주만에 이 소년들을 사형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며 뉴욕타임즈에 8만5천불을 지불하고 전면 광고를 실었다. 그는 광고에서 “나는 이 강도들과 살인자들을 증오한다. 그들은 강제로 고통을 당해야 하며 살인을 했으면 처형되어야 한다." 고 주장했다. 만일 그 당시에 트럼프가 대통령이었고 사형제를 부활시켰다면 이 시건은 '미국판 인혁당 사건'이 되지 않았을까? 트럼프는 소년들이 7년에서 13년간의 억울한 복역 후 무죄로 석방된 이후에도 “무죄가 아니다”라며 오늘까지도 단 한번도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글 박동규 시민참여센터 이사
글로벌웹진 NEWSROH www.newsroh.com
DNC 시선 집중 화제
“아이를 갖지 못하는 난임(難姙)의 고통이 얼마나 지옥같은지 아시나요? 기나긴 기다림 끝에 시험관 시술을 통해 ‘희망’이란 뜻의 이름을 가진 딸 호프(Hope)를 얻었고, 이어 아들 거스도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애들아, 사랑한다. 너희가 내 세상의 전부다” 라고 팀 월즈 부통령 후보가 연설중에 말했다.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21일 민주당 전당대회(DNC)에서 후보 수락 연설을 하는 동안 딸 호프가 손하트를 만들어 보내고 있다.<사진 CNN 캡처>
그러자 관중석에서 듣고있던 아들 거스 월즈가 오열(嗚咽)했다. 그리고 일어나서 주위 사람들을 보며 "저 사람이 우리 아빠야!"(That's my dad!) 라고 수차례 자랑스럽게 외쳤다. 소속 정당을 떠나서 이 장면을 시청한 수 많은 부모들이 눈물을 흘렸을 것이라 믿는다. 나도 그랬다.
정치인, 부통령 후보를 떠나서 자식들에게 진심으로 존경받는 아버지라면 그는 성공한 인생을 산 것이라 믿는다. 어제 민주당 전당대회 (DNC) 3일째의 하일라이트는 단연 팀 월즈 부통령 후보였다. 3주전 무명의 미네소타주 주지사가 전국적인 '락 스타'가 되었다. 그의 연설 중에서도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었다. 진심을 담아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었다. 이제 팀 월즈는 민주당 부통령 후보라는 직함과 함께 그보다 수십배 더 명예로운 '국민 아빠'(America's Midwestern Dad)라는 호칭을 확실히 얻게 되었다.
참고로 트럼프 2기의 정책 가이드인 '프로젝트 2025'에는 강간 및 근친상간을 포함한 낙태와 아울러 시험관 시술을 불법화하고 시술 제공하는 의사와 병원도 처벌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가 현실에서 겪은 이야기는 미국내 수많은 사람들의 현실이어서 감동과 울림이 크다. 그 부부가 혜택을 본 시험관 시술 프로그램과 그의 아버지가 한국전 참전후 혜택을 본 사회보장 프로그램, 그리고 그 자신이 혜택을 본 군인 학비 면제 프로그램은 모두 트럼프 공화당이 집권하면 없어지거나 축소될 민주당의 시그니처 프로그램들이다.
트럼프 후보와 공화당이 팀 월즈 후보의 깜짝 등장과 돌풍에 속수무책(束手無策)으로 당하며 당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이 프레임을 씌우듯 팀 월즈 후보가 결코 '듣보잡' 또는 '무명의 정치 신인'(Rookie)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네소타의 공화당 텃밭에서 6선 공화당의원을 이기고 연방 하원의원 12년, 주지사 5년을 지낸 베테랑이기 때문이다. 그는 한마디로 냉정한 머리와 뜨거운 마음을 겸비한 외유내강형 정치인이다. 미국 정치사에 오래 남을 오늘의 엄청나게 강력하고 효과적인 (Supremely Powerful and Effective) 연설은 그의 가난한 흙수저의 삶과 공복으로서의 내공에서 나온 것이다.
팀 월즈 후보가 등장한 후 민주당의 지지율이 극적으로 상승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카멀라 해리스 대통령 후보와 그와 민주당이 '차별하고, 혐오하고, 자유를 억압하고, 부유층만을 돌보고, 선거를 부정하고, 폭동을 선동하고, 미국 민주주의 전통을 파괴하는 트럼프와 극단주의자들이 점령한 이상한(weird) 공화당'과의 극명한 차별성을 확실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또한 민주당이 스스로 '콧대높은 동부 엘리트 주의'를 깨고 '중간층 및 저소득층 노동자, 농민, 이민자 가정, 사회적 약자' 출신의 대통령, 부통령 후보들을 등장 시켜서 자신들의 전통적인 정체성을 회복하고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선거일 까지는 아직 두 달여가 남았다. 방심은 금물이다. 끝날 때 까지 끝난게 아니다. 부디 이 극적이고, 신바람나고, 새로운 흐름이 지속가능한 정책이 되고 극우 혐오 포퓰리즘과 파시즘에 대항하여 미국과 전세계의 민주주의, 인권, 평화를 수호하는데 기여하길 온 마음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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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C 마지막날, '센트럴 파크 파이브'의 등장이 상징하는 것>
■ 1989년 '센트럴 파크 파이브' 사건은 발생 2주 후 트럼프가 전면 광고를 통해 이들을 '사형'하라고 증오를 선동했던 사건이다.
■ 금년 미국 대선은 트럼프와 공화당의 '극우 백인 우월주의 파시즘'으로 돌아갈 것인가, 해리스와 민주당의 '다인종 다문화 민주주의'로 진보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선거다.
■ 트럼프가 재선되면 미국은 1964년 민권법 이전의 '짐 크로우' 시대로 역사적 퇴행 하게 될 것이다.
■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Make America Great Again)의 속내는 '미국을 다시 백인의 나라로' (Make America White Again) 이다.
■ K-트럼프 윤석열이 대한민국을 1987년 민주화 체제 이전으로 더 나아가 1945년 광복절 이전으로 역사를 퇴행 시키려는 것과 본질적으로 같다.
21일 민주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의 하일라이트는 카멀라 해리스의 강력한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과 함께 ‘센트럴 파크 파이브’ 사건의 무고한 피해자들이 무대에 등장한 장면이었다. 이들의 등장은 이번 선거의 본질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선거의 본질은 ‘극우 백인 우월주의 파시즘’이냐 ‘다인종 다문화 민주주의냐’의 선택이라고 본다. 역사적으로는 노예해방 이후 백년동안 흑인들과 타인종들이 연대하여 피, 땀, 눈물로 이룩한 1964년의 민권법 통과가 분기점(分岐點)이다. 그 직접적 영향으로 다음 해에 투표권법과 이민법이 통과되었다. 이것이 소위 ‘1964년 체제’다. 이 싯점 이전으로 퇴행하느냐 아니면 그를 기반으로 미국의 민주주의를 진보시키느냐가 이번 선거의 최대의 관건이라고 본다.
전부는 아니지만 다수의 국내 언론들이나 평론가들의 경우 이런 역사적 맥락을 떠나서 공화당과 민주당, 트럼프와 해리스에 대해 양시론과 양비론을 펼치며 매우 객관적인 듯 보도를 하고 있다. 좀 더 비판적으로 말하자면 마치 경마 경주를 구경하듯 '누가 누가 이기나'식 관전평 내지는 승자 예측 보도를 하는 경우를 볼 때 마다 매우 안타깝다.
정작 미국에 사는 한인 동포들을 포함한 이민자들과 유색인종들에게는 트럼프 2기는 실지로 1964년 이전인 ‘짐 크로우’ 시대로 회귀 또는 퇴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트럼프 1기에 비해 그 피해는 수십배 더 클 것이라는 것이 대다수 진보진영이 느끼는 '실존적 위협' (existential threat) 이다.
그래서 금년의 선거가 ‘우리 생에 가장 중요한 선거’이고 ‘우리의 생명이 달린듯이 투표하자’ 고 호소하는 것이다. 또한 미국과 전 세계의 민주주의, 인권, 평화, 환경등 인류가 ‘공생’ 하느냐 ‘공멸’하느냐의 갈림길을 결정하는 선거라고 믿는다. 그 강력힌 증거인 공화당의 집권 정책 청사진인 '프로젝트 2025'에 대해서는 별도로 논하기로 하겠다.
어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흑인 민권운동가 알 샤프턴 목사가 먼저 무대에 올라서 인종차별의 피해자들을 소개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당시 5명의 무고한 청소년을 처형할 것을 촉구하는 전면 광고에 엄청난 돈을 썼다. 그 때부터 트럼프가 인종갈등의 불길을 부채질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보았다. 반면에 카말라 해리스는 앨라바마주 셀마에서 ‘피의 일요일 투표권 행진’ 59주년에 함께 걸었으며 (존 루이스) 투표권 법안 통과를 위해 함께 논의했다”고 말했다.
큰 박수를 받으며 무대에 올라온 '센트럴 파크 파이브’ 사건의 무고한 피해자들도 해리스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45대 대통령인 트럼프는 우리를 살리지 않기를 원했다. 우리는 실제 가해자가 자백했고 DNA가 그것을 증명했기 때문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트럼프는 단 한번의 사과도 없이 여전히 원래 유죄 판결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라고 밝혔다. 그 순간 카메라가 킹 목사의 저격 사건 때 바로 곁을 지켰던 민권운동의 아이콘 제시 잭슨 목사를 비췄다. 마치 "우리는 다시 그 때로 돌아갈 수 없다!" (We're are not going back!) 라고 온 힘을 다해 외치고 있는 듯 보였다.
• ‘센트럴 파크 파이브’ 사건이란?
1989년 4월 19일 밤, 미국 뉴욕의 센트럴 파크에서 조깅을 하던 백인 여성이 무차별 폭행과 강간을 당하고 옷이 모두 벗겨진 채 혼수상태로 버려진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예일 대학원에서 MBA를 받고 맨하탄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날 밤 공원을 배회하던 흑인과 히스패닉계 14세~16세 소년 다섯 명이 범인으로 몰려 체포됐고 며칠 뒤 경찰은 그들이 범행을 자백했다고 발표했다. 소년들은 42시간 동안 부모의 입회도 없이 화장실도 가지 못하고 폭행까지 당하며 “잘만 얘기하면 집에 빨리 보내주겠다”는 경찰들의 말에 속아 거짓 진술을 하게 되었다.
유죄 입증 자료는 자백이 전부였고 피해자에게서 채취한 정액은 용의자 소년들 중 누구의 DNA와도 일치하지 않았다. 소년들은 재판에서 경찰의 구타를 못 견뎌 자백했을 뿐이라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그들에게 각각 8~13년형을 선고했고 언론은 그들을 전도유망(前途有望)한 젊은 백인 여성을 망쳐놓은 ‘이리떼(Wolf Pack)’, ‘야수(wilding)’ 등으로 몰아세우면서 사건을 종결시켰다.
• 13년만에 진범 자백
2002년에 살인, 강간 혐의로 33년 형을 선고받고 수감돼 있던 마티아스 레이예스라는 자가 이 사건이 자기 짓이라고 자백했다. DNA 대조 결과 그가 범인이었다. 사건이 난지 13년이 지나서야 진실이 밝혀졌다.
• 영화로 제작
이 사건은 ‘그들이 우리를 보았을 때’(When They See Us)라는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킹 목사의 투표권법 행진 관련 영화 ‘셀마’(Selma)를 만들어 전미 유색인 지위 향상 협회(NAACP)로 부터 상을 받은 여성감독 아바 두버네이(Ava DuVernay)가 만들었다.
• 도널드 트럼프의 사형 지지 전면광고
당시 부동산 재벌로 알려졌던 도널드 트럼프가 사건 발생 2주만에 이 소년들을 사형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며 뉴욕타임즈에 8만5천불을 지불하고 전면 광고를 실었다. 그는 광고에서 “나는 이 강도들과 살인자들을 증오한다. 그들은 강제로 고통을 당해야 하며 살인을 했으면 처형되어야 한다." 고 주장했다. 만일 그 당시에 트럼프가 대통령이었고 사형제를 부활시켰다면 이 시건은 '미국판 인혁당 사건'이 되지 않았을까? 트럼프는 소년들이 7년에서 13년간의 억울한 복역 후 무죄로 석방된 이후에도 “무죄가 아니다”라며 오늘까지도 단 한번도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글 박동규 시민참여센터 이사
글로벌웹진 NEWSROH www.newsro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