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AI 패권 놓고 미중 기술전쟁”
최근 글로벌 반도체 업계가 극도의 긴장감에 휩싸였다. 이코노미스트는 11일 세계 시가총액 1위 반도체 장비 기업인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 장비가 중국으로 유출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미국발(發)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는 단순한 기업 간의 갈등을 넘어, 인공지능(AI) 패권을 쥐기 위한 미·중 간의 기술 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논란의 발단은 하워드 루트닉 미국 상무장관의 발언이었다. 그는 ASML의 EUV 장비 1대가 중국으로 흘러 들어갔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글로벌 공급망에 충격파(衝擊波)를 던졌다. EUV 장비는 7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 반도체(半導體)를 생산하기 위한 필수 장비로, 사실상 전 세계에서 ASML만이 제조할 수 있다.
이에 대해 ASML은 즉각 "불가능하다"며 전면 반박했다. ASML은 자사가 출하한 340대의 EUV 장비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있으며, 중국에 유입된 장비는 단 한 대도 없다고 단언했다. 또한, 해당 장비는 ASML 엔지니어의 정밀한 관리와 온라인 모니터링 시스템하에 있어 제3자의 무단 반입이 기술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현재까지 미국 측은 이 주장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EUV를 넘어선 DUV의 전략적 활용
전문가들은 EUV 장비의 직접적인 유출 가능성은 낮게 보면서도, 이번 갈등의 실질적인 쟁점은 '심자외선(DUV) 장비'의 수출 문제에 있다고 지목한다. 미국은 중국이 구형 DUV 장비를 활용해 이른바 '멀티 패터닝' 기법으로 7나노 미만 로직 칩을 양산하는 점을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한다.
실제로 ASML의 중국향 매출 비중은 2024년 35%까지 급증했다. 미국의 우려는 중국이 DUV 장비로 반도체 성능의 한계를 돌파하여 AI 산업에 필요한 수백만 개의 첨단 칩을 자체 생산할 능력을 갖추는 것에 집중되어 있다.
중국의 추격과 미국의 초강경 대응(MATCH Act)
중국은 자체 EUV 장비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EUV 시제품을 완성해 테스트 중이며 2028년까지 기능하는 칩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술적 난이도를 고려할 때 단기간 내 상용화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중국의 추격 속도는 예상보다 빠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은 '당근과 채찍'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팍스 실리카(Pax Silica)'를 통해 동맹국과의 공급망 결속을 꾀하는 한편, 초강경 법안인 '매치(MATCH) 법안'을 추진 중이다. 이 법안에는 ▲중국에 대한 DUV 장비 신규 판매 전면 금지 ▲기존 장비에 대한 서비스 및 부품 공급 제한 ▲동조하지 않는 기업에 대한 해외직접생산물규칙(FDPR) 적용 및 거액의 벌금 부과 등이 포함되어 있다.
네덜란드의 반발과 지정학적 균열
네덜란드 정부는 미국의 이러한 압박이 자국 기업의 주권을 침해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쇼르드 쇼르즈마 네덜란드 통상장관은 미국이 구형 장비 수출을 통제하라고 요구하면서도, 최신 EUV 장비로 만든 엔비디아의 AI 칩은 중국에 수출하도록 허용하는 '이중 잣대'를 보이고 있다며 모순(矛盾)을 지적했다.
한편, 중국은 이미 미국의 제재에 동조하는 기업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둔 상태다. 앞서 중국은 네덜란드 기업 넥스페리아(Nexperia) 인수 관련 갈등 이후, 해당 기업의 중국 내 수출을 차단하여 유럽 자동차 산업에 공급망 혼란을 야기한 바 있다.
AI 병목점을 둘러싼 전쟁의 서막
이번 ASML 장비 유출 논란(論難)은 거대한 'AI 병목점(chokeholds)'을 장악하기 위한 미·중 간의 긴장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증거 없는 의혹 제기나 일방적인 수출 규제는 오히려 동맹 간의 균열(龜裂)을 키우고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을 가중하고 있다.
기술 패권을 향한 미국과 네덜란드, 그리고 중국의 엇갈린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가운데, 향후 반도체 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거센 지정학적 폭풍 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ASML과 그 기술이 이러한 거대 전략 경쟁의 최전선에서 교차 사격에 휘말리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글 전국진 자유기고가
글로벌웹진 NEWSROH www.newsroh.com
이코노미스트 “AI 패권 놓고 미중 기술전쟁”
최근 글로벌 반도체 업계가 극도의 긴장감에 휩싸였다. 이코노미스트는 11일 세계 시가총액 1위 반도체 장비 기업인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 장비가 중국으로 유출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미국발(發)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는 단순한 기업 간의 갈등을 넘어, 인공지능(AI) 패권을 쥐기 위한 미·중 간의 기술 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논란의 발단은 하워드 루트닉 미국 상무장관의 발언이었다. 그는 ASML의 EUV 장비 1대가 중국으로 흘러 들어갔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글로벌 공급망에 충격파(衝擊波)를 던졌다. EUV 장비는 7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 반도체(半導體)를 생산하기 위한 필수 장비로, 사실상 전 세계에서 ASML만이 제조할 수 있다.
이에 대해 ASML은 즉각 "불가능하다"며 전면 반박했다. ASML은 자사가 출하한 340대의 EUV 장비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있으며, 중국에 유입된 장비는 단 한 대도 없다고 단언했다. 또한, 해당 장비는 ASML 엔지니어의 정밀한 관리와 온라인 모니터링 시스템하에 있어 제3자의 무단 반입이 기술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현재까지 미국 측은 이 주장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EUV를 넘어선 DUV의 전략적 활용
전문가들은 EUV 장비의 직접적인 유출 가능성은 낮게 보면서도, 이번 갈등의 실질적인 쟁점은 '심자외선(DUV) 장비'의 수출 문제에 있다고 지목한다. 미국은 중국이 구형 DUV 장비를 활용해 이른바 '멀티 패터닝' 기법으로 7나노 미만 로직 칩을 양산하는 점을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한다.
실제로 ASML의 중국향 매출 비중은 2024년 35%까지 급증했다. 미국의 우려는 중국이 DUV 장비로 반도체 성능의 한계를 돌파하여 AI 산업에 필요한 수백만 개의 첨단 칩을 자체 생산할 능력을 갖추는 것에 집중되어 있다.
중국의 추격과 미국의 초강경 대응(MATCH Act)
중국은 자체 EUV 장비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EUV 시제품을 완성해 테스트 중이며 2028년까지 기능하는 칩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술적 난이도를 고려할 때 단기간 내 상용화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중국의 추격 속도는 예상보다 빠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은 '당근과 채찍'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팍스 실리카(Pax Silica)'를 통해 동맹국과의 공급망 결속을 꾀하는 한편, 초강경 법안인 '매치(MATCH) 법안'을 추진 중이다. 이 법안에는 ▲중국에 대한 DUV 장비 신규 판매 전면 금지 ▲기존 장비에 대한 서비스 및 부품 공급 제한 ▲동조하지 않는 기업에 대한 해외직접생산물규칙(FDPR) 적용 및 거액의 벌금 부과 등이 포함되어 있다.
네덜란드의 반발과 지정학적 균열
네덜란드 정부는 미국의 이러한 압박이 자국 기업의 주권을 침해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쇼르드 쇼르즈마 네덜란드 통상장관은 미국이 구형 장비 수출을 통제하라고 요구하면서도, 최신 EUV 장비로 만든 엔비디아의 AI 칩은 중국에 수출하도록 허용하는 '이중 잣대'를 보이고 있다며 모순(矛盾)을 지적했다.
한편, 중국은 이미 미국의 제재에 동조하는 기업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둔 상태다. 앞서 중국은 네덜란드 기업 넥스페리아(Nexperia) 인수 관련 갈등 이후, 해당 기업의 중국 내 수출을 차단하여 유럽 자동차 산업에 공급망 혼란을 야기한 바 있다.
AI 병목점을 둘러싼 전쟁의 서막
이번 ASML 장비 유출 논란(論難)은 거대한 'AI 병목점(chokeholds)'을 장악하기 위한 미·중 간의 긴장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증거 없는 의혹 제기나 일방적인 수출 규제는 오히려 동맹 간의 균열(龜裂)을 키우고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을 가중하고 있다.
기술 패권을 향한 미국과 네덜란드, 그리고 중국의 엇갈린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가운데, 향후 반도체 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거센 지정학적 폭풍 속으로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ASML과 그 기술이 이러한 거대 전략 경쟁의 최전선에서 교차 사격에 휘말리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글 전국진 자유기고가
글로벌웹진 NEWSROH www.newsro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