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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카테고리문정인교수“힘만으론 평화 못지켜” 豪시드니 특강

2026-09-04

민주평통호주협의회 초청, 스트라스필드서 강연

“평화유지·평화만들기·평화구축 함께 가야”


 

(시드니=한호타임스) 정동철 기자 editor@hanho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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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호주협의회(회장 박은덕)는 지난 2일(수) 저녁 스트라스필드 라트비안 홀에서 문 교수를 초청해 ‘한반도 평화의 미래와 호주의 역할’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열었다. 문 교수는 강연에 이어 청중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박은덕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은 결코 남북만의 문제가 아닙니다”며 “한반도의 평화는 동북아시아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보와도 직결돼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호주는 한국전쟁에 참전해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함께 지켜준 나라입니다”라며 오늘날에도 민주주의와 경제·안보·인적 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의 중요한 파트너라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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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사 하는 박은덕 회장



박 회장은 또 “민주평통이 한 번 더 평화의 필요성을 우리 사회에 널리 알리고 호주 정치권과 시민사회와 함께 평화의 가치를 공유한다면 그것 자체가 중요한 공공외교이자 평화외교가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의 현실을 논의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실천 방안을 함께 고민하고 지혜를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라며 문 교수를 청중에 소개했다.

 

문 교수는 연세대학교 명예교수이자 국제정치 전문지 ‘글로벌 아시아(Global Asia)’ 편집인, 아시아태평양 핵비확산·군축 리더십 네트워크(APLN) 부회장을 맡고 있다.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을 지냈고 외교통상부 국제안보대사를 역임했으며 남북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으로 여러 차례 참여한 대표적인 한반도 문제 전문가다.

 

문 교수는 “지금 한반도 평화의 현재가 어떤가를 먼저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라며 강연의 문을 열었다. 그는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외 언론과 학계 일각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론이 잇따라 제기됐던 상황을 소개하며 남북 사이 군사긴장이 실제로 고조된 시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9·19 남북군사합의로 마련됐던 비무장지대 완충지대와 우발적 충돌 방지 장치들이 이후 정부 교체 과정에서 흔들렸고 남북 간 직접 통신선을 통한 소통도 상당 기간 끊겼다는 점을 지적했다. 다만 그는 현재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에는 남북이 직접적인 군사 충돌은 피하고 있다는 취지로 평가했다.

 

문 교수는 한반도 평화를 이루기 위한 접근법을 평화유지, 평화만들기, 평화구축이라는 세 단계로 나눠 설명했다. 먼저 평화유지는 군사적 억지력을 바탕으로 상대의 도발을 억누르는 방식으로 한국의 재래식 전력과 미국의 확장억제가 결합된 지금의 한미동맹 체제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억지력은 평화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일 뿐 그 자체로 충분한 조건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군비 경쟁이 심화될 경우 오히려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커지고 특히 수도권은 인구가 밀집해 있어 더욱 위험이 더욱 크다는 점도 함께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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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단계인 평화만들기에 대해서는 대립과 갈등 관계를 실질적인 평화 관계로 전환하는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 방안으로 현재 정전협정 체제를 종전선언을 거쳐 평화협정 체제로 전환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남북과 미국, 중국 등 정전협정 당사국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군사 훈련에 대한 상호 통보, 우발 충돌을 막기 위한 위기관리 소통체계 구축 등 신뢰 구축 조치들이 평화만들기를 위한 핵심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세 번째 단계인 평화구축에 대해서는 평화를 위협하는 구조적 원인 자체를 근본에서 제거하는 노력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저서 ‘영구평화론’을 인용해 국가 사이 통상 확대와 민주정치체제 확산, 국제기구를 통한 협력이 항구 평화를 위한 구조와 토대가 될 수 있다는 고전 평화이론을 소개했다. 문 교수는 평화유지와 평화만들기가 본질적으로 불완전한 평화를 전제로 그것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노력이라면, 평화구축은 그러한 불완전성 자체를 걷어내려는 좀 더 근원적 접근이라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이러한 세 단계 접근의 바탕이 되는 원칙으로 실사구시(實事求是)와 역지사지(易地思之)를 강조했다. 그는 이념이나 희망 사고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사실에서 출발해 현실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실사구시의 자세와 함께 북한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보고 공감하려는 역지사지 자세가 대북정책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통일 방안과 관련해 노태우 정부 시절 마련된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서 교류협력·남북연합·통일국가로 이어지는 단계적 구상과 유럽연합식 연합제, 이른바 낮은 단계의 연방제 등 그간 제기돼 온 여러 통일 모델을 비교해 설명했다.

 

그는 전쟁의 파괴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취지로 고대 로마가 카르타고를 무너뜨린 뒤 폐허로 만들었던 사례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패전국에 대한 가혹한 배상이 결국 더 큰 전쟁으로 이어졌던 역사적 경험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힘으로 상대를 완전히 굴복시키는 승리는 결국 자신에게도 큰 상처를 남기는 ‘피로스의 승리’와 다름없다며 전쟁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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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식 민주평통 호주협의회 정책연구분과위원장이 진행한 질의응답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 간 정상외교 전망, 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협력 심화에 따른 한국과 호주의 안보협력 방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북정책의 방향이 흔들리는 문제를 막을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 등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문 교수는 자신에게 특정 외교직을 맡을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사는 정말 힘든 자리입니다”라며 고사하는 취지로 답했다. 그는 과거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됐던 전례를 언급하며 미국 측이 구체적 협상안을 먼저 제시하지 않는 한 조기에 성과가 나오는 정상외교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협력 강화에 대응해 한국과 호주가 안보·정보·방산 분야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의 질문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이른바 ‘나토(NATO)의 아시아화’와 같은 접근에 대해 “이런 방정식이 좋은 방정식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세계적 분쟁으로 확대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안보 협력 못지않게 평화를 위한 협력이 함께 강조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호주 동포사회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문 교수는 호주 정치권이 중국·대만 양안 문제나 우크라이나 사태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관심을 보이는 반면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크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호주 한인동포 사회가 나서서 정치인들을 설득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대북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민주주의 체제에서 절대적인 해법을 제시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작은 성과라도 꾸준히 쌓이면 국민적 지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주최 측은 이날 강연이 한반도 정세를 학문적으로 짚어보는 데 그치지 않고 재외동포 사회와 호주 정치권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함께 고민하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사회자는 강연을 마무리하며 향후 호주 정치인들을 초청해 한반도 평화정책의 필요성을 알리는 자리를 추가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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