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개월간 10권 남짓 책을 받았는데, 이제야 소개.추천합니다. 밀린 글이 많아 받는 대로 즉각 읽지 못한 데다, 한꺼번에 소개하겠다고 미룬 탓이죠. 이왕 늦어졌으니, 갓 출판된 따끈따끈한 책부터 두 번에 걸쳐 소개하겠습니다.
1) 백낙청, 『변혁적 중도의 때가 왔다』 (창비, 2025.8)
2) 황보윤식, 『후광학, 김대중의 정치철학』 (행동하는 양심, 2025.7)
3) 장창준, 『한미관계 독본: 정치군사편』 (민플러스, 2025.6)
4) 정주하 외, 『파라-다이스』 (연립서가, 2025.6)
5) 한성훈 외 편, 강종일 외 구술, 『평화.통일을 열어가는 사람들2』 (진인진, 2025.5)
6) 박해전, 『조국통일의 진로』 (사람일보, 2025.5)
7) 박강석 편, 『또 읽어보고 싶은 시 다시 듣고 싶은 노래』 (잔물결, 2025.5)
8) 김우택 저, 박강석 역편, 『동유기 (東遊記))』 (잔물결, 2025.3)
9) 박강석, 『꿈꾸는 산하 목메인 강토』 (바른북스, 2023.6)
10) 이정훈, 『87, 6월 세대의 주체사상 에세이』 (사람과 사상, 2021.8)
11) 4.27시대 연구원, 『북 바로 알기: 100문 100답』 (사람과 사상, 2019.10)
1) 백낙청, 『변혁적 중도의 때가 왔다』 (창비, 2025.8)

백낙청 선생이 또 책을 내셨습니다. ‘한국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지식인’ 또는 ‘한국의 대표적 지성’으로 불리는 분이죠. 2025년 신년칼럼으로 <변혁적 중도의 때가 왔다>는 글을 발표하셨는데, 이를 바탕으로 <나라다운 나라를 어떻게 만들까>라는 부제(副題)가 붙은 책으로 펴내신 겁니다. 시민들이 윤석열의 내란을 진압해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그런 국민을 믿고 끈질기게 싸워온 정치가”가 배출된 2025년, 중대한 기로에서 “역사의 주인이며 항쟁의 주력인 젊은이들의 ‘나라다운 나라’를 향한 열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새로운 체제의 방향을 모색하는 내용입니다. 그게 ‘변혁’과 ‘중도’지요. ‘변혁’은 한반도 ‘분단체제’를 해소하는 것입니다. 윤석열의 기괴함도 분단체제의 괴물성이듯, 한국사회의 모든 갈등과 모순이 분단체제에서 빚어지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중도’는 분단체제 극복을 위해 온갖 단순논리를 넘어서는 중도세력을 확장하자는 것입니다.
80대 후반의 점잖은 분이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 겸 『창작과 비평』 편집주간과의 대담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대목이 참 재밌네요. “2025년 체제가 세계체제 속에서 어떤 위상을 가지게 될지는 더 두고 봐야 하지만, 미국이 주인 노릇하고 일본이 상머슴 노릇하고 한국이 속된 말로 시다바리 노릇하는 3자구도가 이번 ‘빛의 혁명’으로 깨진 겁니다..... 나는 일찍부터 지금의 국민의 힘 또 그 전신인 당들에 대해서 ‘보수정당’이란 말을 안 썼어요. 조.중.동 신문에 대해서도 보수언론이라 부르는 데 반대합니다. 수구언론이고, 그중에도 조선일보는 그냥 ‘찌라시’ 수준일 때도 많죠. 보수와 수구를 구분해야 한다는 인식이 지금에 와서 확실해졌는데, 진작부터 우리 사회가 배웠어야 할 교훈이라고 봐요.” 선생이 머리말 끝에서 출판사 대표에게 이 책으로 이윤 좀 남겨보라는 덕담(德談)을 건넸는데, 선생의 기대가 실현될 수 있도록 여러분도 이 책 사보시겠어요?
2) 황보윤식, 『후광학, 김대중의 정치철학』 (행동하는 양심, 2025.7)
인하대 역사학 교수를 지낸 뒤 <함석헌 평화연구소> 대표를 맡아온 황보윤식 선생이 600여 쪽의 묵직한 책을 냈습니다. 영주 소백산 자락에서 수천 평 과수원을 직접 경작하는 농부 겸 산마을 서당훈장으로도 일하며 5-6년 동안 틈틈이 발표해온 논문들을 보완해 묶어낸 책이죠. 이 책에서 김대중의 정치철학을 그의 호를 딴 ‘후광학(後廣學)’으로 발전시키자고 제안합니다. 마침 윤석열 정권 3년간 (2022-24년) 나라가 엉망 되고 남북관계가 적대적으로 파탄 나고 말았는데, 김대중의 정치철학을 통해 우리 조상의 땅, 한국사회를 하나의 평화공동체로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랍니다.
저는 2020년부터 해마다 김대중에 관한 논문을 쓰면서 김대중에 관해 공부 좀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김대중 자서전』, 다양한 『김대중 평전』, 『김대중 대화록』, 『김대중 어록』 등을 어느 정도 읽었거든요. 그러나 황보 선생의 이 책을 읽고 저는 김대중에 대해 거의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훌륭한 가르침을 베풀어준 저자에게 감사드리며 그가 후광학을 창시하는 데 조그만 힘이나마 보태고 싶은 마음을 전합니다. 참고로, 격월간지 <씨알의 소리> 요청으로 이 책 독후감.서평을 2025년 9.10월호에 싣기로 했는데 그 글은 잡지 출간 후 소개하겠습니다.
3) 장창준, 『한미관계 독본: 정치군사편』 (민플러스, 2025.6)
장창준 한신대 한반도평화학술원 교수 겸 통일평화정책 연구센터장이 한미관계에 관한 책을 냈습니다. 장 교수는 진보당 정책연구위원으로 한국이 미국과의 군사동맹 때문에 전쟁에 휘말리지 않는 ‘평화 중립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진보당의 외교정책을 최근 다듬기도 했죠. 대학 1학년 때부터 “미국에 대한 회의와 의구심”을 품고, 공부할수록 미국에 대한 시선이 ‘삐딱’해졌다는데, “미군 없는 세상, 미국의 간섭을 벗어난 자주와 평화”를 꿈꾸며 이 책을 썼군요. “한미관계의 핵심은 군사적 지배에 기초한 정치적 개입”이라며 ‘미국 정치개입의 구조’와 ‘미국의 내정간섭사’를 정리하고, ‘160년 미일 결탁의 역사와 한미동맹’ 및 ‘신냉전 시대 한미동맹의 변화’는 물론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제국주의’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제가 공부해온 분야와 거의 똑같은데, 미국 외교문서 등 제가 가진 자료보다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저보다 더 넓고 깊게 연구해온 게 돋보입니다.
4) 정주하 외, 『파라-다이스』 (연립서가, 2025.6)
정주하 선생은 독일에서 사진학을 공부하고 백제예술대에서 사진과 교수를 지낸 사진가 겸 환경운동가입니다. 이 책은 2000년대부터 영광 ‘핵 발전소’ 등을 찍어온 그가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이후 해마다 후쿠시마를 방문해 방사능에 노출된 검은 소들을 찍은 사진들에 백민석.황모과의 소설을 곁들인 ‘사진소설’입니다. 소를 죽이라는 국가의 명령을 목장 주인이 거부해, 인간이 소들을 도살하러 오지 않으니 소들에게 죽음이 없는 곳, ‘낙원’이 된 ‘희망농장’을 사진과 글로 묘사한 거죠. 그런데 책 제목이 참 재치있고 넘 기막히게 역설적이군요. ‘낙원’은 파라다이스(paradise)인데, ‘-을 넘어’라는 뜻의 그리스어 접두사 ‘para’와 떼죽음을 의미하는 ‘dies’를 줄(hyphen)로 연결해 ‘낙원’을 만들었으니까요.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사건’을 통해 잠깐이나마 몹시 ‘비대칭적 한일 관계’를 엿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5) 한성훈 외 편, 강종일 외 구술, 『평화.통일을 열어가는 사람들2』 (진인진, 2025.5)
이 책 출판 배경이 특이합니다. 연세대 국학연구원 역사와공간 연구소가 2019-22년 교육부와 한국학 중앙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평화통일운동과 남북교류협력 구술채록 사업’을 벌였답니다. 이 책의 엮은이들은 제가 잘 모르고, 구술자 5명 가운데 3명이 저와 가까이 지내온 분들이군요. 강종일 박사, 김영주 목사, 방용승 선생.
이 책을 보내준 강종일 박사는 1999년 <한반도중립화연구소>를 세우고, 2001년 <영세중립통일협의회>를 만들어 90세를 코앞에 둔 요즘까지 ‘중립화’ 연구와 운동에 헌신해온 분입니다. 신문기자, 외교부 서기관, 재벌회사 이사 등을 지내고 50대 후반에 하와이대학에 유학하느라 제 대학원 ‘후배’가 된 재밌는 인연을 갖고 있습니다. 김영주 목사는 한국기독교 교회협의회(NCCK) 총무와 한국기독교 사회문제연구원(기사연) 원장을 지내고, 현재 남북나눔운동 이사와 남북평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분단 극복 없이는 인권 신장이나 민주화를 이룰 수 없다는 생각으로 평화통일 문제를 인생의 화두로 삼고, 이를 위한 이론적 기반을 갖추기 위해 북한학박사 학위도 받았지요. 방용승 선생은 전북 지역의 거의 모든 민주.평화.통일운동을 조직하고 이끌며 6.15남측위 상임대표를 지내고, 전북겨레하나 공동대표 겸 상임이사와 전북평화회의 상임대표를 맡다가, 지난달부터 민주평통 사무처장을 맡게 됐습니다. 세 분 모두 제가 20년 이상 교류해왔는데도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된 내용이 많군요.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이재봉의 평화세상’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ljb
지난 3개월간 10권 남짓 책을 받았는데, 이제야 소개.추천합니다. 밀린 글이 많아 받는 대로 즉각 읽지 못한 데다, 한꺼번에 소개하겠다고 미룬 탓이죠. 이왕 늦어졌으니, 갓 출판된 따끈따끈한 책부터 두 번에 걸쳐 소개하겠습니다.
1) 백낙청, 『변혁적 중도의 때가 왔다』 (창비, 2025.8)
2) 황보윤식, 『후광학, 김대중의 정치철학』 (행동하는 양심, 2025.7)
3) 장창준, 『한미관계 독본: 정치군사편』 (민플러스, 2025.6)
4) 정주하 외, 『파라-다이스』 (연립서가, 2025.6)
5) 한성훈 외 편, 강종일 외 구술, 『평화.통일을 열어가는 사람들2』 (진인진, 2025.5)
6) 박해전, 『조국통일의 진로』 (사람일보, 2025.5)
7) 박강석 편, 『또 읽어보고 싶은 시 다시 듣고 싶은 노래』 (잔물결, 2025.5)
8) 김우택 저, 박강석 역편, 『동유기 (東遊記))』 (잔물결, 2025.3)
9) 박강석, 『꿈꾸는 산하 목메인 강토』 (바른북스, 2023.6)
10) 이정훈, 『87, 6월 세대의 주체사상 에세이』 (사람과 사상, 2021.8)
11) 4.27시대 연구원, 『북 바로 알기: 100문 100답』 (사람과 사상, 2019.10)
1) 백낙청, 『변혁적 중도의 때가 왔다』 (창비, 2025.8)
백낙청 선생이 또 책을 내셨습니다. ‘한국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지식인’ 또는 ‘한국의 대표적 지성’으로 불리는 분이죠. 2025년 신년칼럼으로 <변혁적 중도의 때가 왔다>는 글을 발표하셨는데, 이를 바탕으로 <나라다운 나라를 어떻게 만들까>라는 부제(副題)가 붙은 책으로 펴내신 겁니다. 시민들이 윤석열의 내란을 진압해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그런 국민을 믿고 끈질기게 싸워온 정치가”가 배출된 2025년, 중대한 기로에서 “역사의 주인이며 항쟁의 주력인 젊은이들의 ‘나라다운 나라’를 향한 열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새로운 체제의 방향을 모색하는 내용입니다. 그게 ‘변혁’과 ‘중도’지요. ‘변혁’은 한반도 ‘분단체제’를 해소하는 것입니다. 윤석열의 기괴함도 분단체제의 괴물성이듯, 한국사회의 모든 갈등과 모순이 분단체제에서 빚어지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중도’는 분단체제 극복을 위해 온갖 단순논리를 넘어서는 중도세력을 확장하자는 것입니다.
80대 후반의 점잖은 분이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 겸 『창작과 비평』 편집주간과의 대담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대목이 참 재밌네요. “2025년 체제가 세계체제 속에서 어떤 위상을 가지게 될지는 더 두고 봐야 하지만, 미국이 주인 노릇하고 일본이 상머슴 노릇하고 한국이 속된 말로 시다바리 노릇하는 3자구도가 이번 ‘빛의 혁명’으로 깨진 겁니다..... 나는 일찍부터 지금의 국민의 힘 또 그 전신인 당들에 대해서 ‘보수정당’이란 말을 안 썼어요. 조.중.동 신문에 대해서도 보수언론이라 부르는 데 반대합니다. 수구언론이고, 그중에도 조선일보는 그냥 ‘찌라시’ 수준일 때도 많죠. 보수와 수구를 구분해야 한다는 인식이 지금에 와서 확실해졌는데, 진작부터 우리 사회가 배웠어야 할 교훈이라고 봐요.” 선생이 머리말 끝에서 출판사 대표에게 이 책으로 이윤 좀 남겨보라는 덕담(德談)을 건넸는데, 선생의 기대가 실현될 수 있도록 여러분도 이 책 사보시겠어요?
2) 황보윤식, 『후광학, 김대중의 정치철학』 (행동하는 양심, 2025.7)
인하대 역사학 교수를 지낸 뒤 <함석헌 평화연구소> 대표를 맡아온 황보윤식 선생이 600여 쪽의 묵직한 책을 냈습니다. 영주 소백산 자락에서 수천 평 과수원을 직접 경작하는 농부 겸 산마을 서당훈장으로도 일하며 5-6년 동안 틈틈이 발표해온 논문들을 보완해 묶어낸 책이죠. 이 책에서 김대중의 정치철학을 그의 호를 딴 ‘후광학(後廣學)’으로 발전시키자고 제안합니다. 마침 윤석열 정권 3년간 (2022-24년) 나라가 엉망 되고 남북관계가 적대적으로 파탄 나고 말았는데, 김대중의 정치철학을 통해 우리 조상의 땅, 한국사회를 하나의 평화공동체로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랍니다.
저는 2020년부터 해마다 김대중에 관한 논문을 쓰면서 김대중에 관해 공부 좀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김대중 자서전』, 다양한 『김대중 평전』, 『김대중 대화록』, 『김대중 어록』 등을 어느 정도 읽었거든요. 그러나 황보 선생의 이 책을 읽고 저는 김대중에 대해 거의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훌륭한 가르침을 베풀어준 저자에게 감사드리며 그가 후광학을 창시하는 데 조그만 힘이나마 보태고 싶은 마음을 전합니다. 참고로, 격월간지 <씨알의 소리> 요청으로 이 책 독후감.서평을 2025년 9.10월호에 싣기로 했는데 그 글은 잡지 출간 후 소개하겠습니다.
3) 장창준, 『한미관계 독본: 정치군사편』 (민플러스, 2025.6)
장창준 한신대 한반도평화학술원 교수 겸 통일평화정책 연구센터장이 한미관계에 관한 책을 냈습니다. 장 교수는 진보당 정책연구위원으로 한국이 미국과의 군사동맹 때문에 전쟁에 휘말리지 않는 ‘평화 중립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진보당의 외교정책을 최근 다듬기도 했죠. 대학 1학년 때부터 “미국에 대한 회의와 의구심”을 품고, 공부할수록 미국에 대한 시선이 ‘삐딱’해졌다는데, “미군 없는 세상, 미국의 간섭을 벗어난 자주와 평화”를 꿈꾸며 이 책을 썼군요. “한미관계의 핵심은 군사적 지배에 기초한 정치적 개입”이라며 ‘미국 정치개입의 구조’와 ‘미국의 내정간섭사’를 정리하고, ‘160년 미일 결탁의 역사와 한미동맹’ 및 ‘신냉전 시대 한미동맹의 변화’는 물론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제국주의’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제가 공부해온 분야와 거의 똑같은데, 미국 외교문서 등 제가 가진 자료보다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저보다 더 넓고 깊게 연구해온 게 돋보입니다.
4) 정주하 외, 『파라-다이스』 (연립서가, 2025.6)
정주하 선생은 독일에서 사진학을 공부하고 백제예술대에서 사진과 교수를 지낸 사진가 겸 환경운동가입니다. 이 책은 2000년대부터 영광 ‘핵 발전소’ 등을 찍어온 그가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이후 해마다 후쿠시마를 방문해 방사능에 노출된 검은 소들을 찍은 사진들에 백민석.황모과의 소설을 곁들인 ‘사진소설’입니다. 소를 죽이라는 국가의 명령을 목장 주인이 거부해, 인간이 소들을 도살하러 오지 않으니 소들에게 죽음이 없는 곳, ‘낙원’이 된 ‘희망농장’을 사진과 글로 묘사한 거죠. 그런데 책 제목이 참 재치있고 넘 기막히게 역설적이군요. ‘낙원’은 파라다이스(paradise)인데, ‘-을 넘어’라는 뜻의 그리스어 접두사 ‘para’와 떼죽음을 의미하는 ‘dies’를 줄(hyphen)로 연결해 ‘낙원’을 만들었으니까요.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사건’을 통해 잠깐이나마 몹시 ‘비대칭적 한일 관계’를 엿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5) 한성훈 외 편, 강종일 외 구술, 『평화.통일을 열어가는 사람들2』 (진인진, 2025.5)
이 책 출판 배경이 특이합니다. 연세대 국학연구원 역사와공간 연구소가 2019-22년 교육부와 한국학 중앙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평화통일운동과 남북교류협력 구술채록 사업’을 벌였답니다. 이 책의 엮은이들은 제가 잘 모르고, 구술자 5명 가운데 3명이 저와 가까이 지내온 분들이군요. 강종일 박사, 김영주 목사, 방용승 선생.
이 책을 보내준 강종일 박사는 1999년 <한반도중립화연구소>를 세우고, 2001년 <영세중립통일협의회>를 만들어 90세를 코앞에 둔 요즘까지 ‘중립화’ 연구와 운동에 헌신해온 분입니다. 신문기자, 외교부 서기관, 재벌회사 이사 등을 지내고 50대 후반에 하와이대학에 유학하느라 제 대학원 ‘후배’가 된 재밌는 인연을 갖고 있습니다. 김영주 목사는 한국기독교 교회협의회(NCCK) 총무와 한국기독교 사회문제연구원(기사연) 원장을 지내고, 현재 남북나눔운동 이사와 남북평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분단 극복 없이는 인권 신장이나 민주화를 이룰 수 없다는 생각으로 평화통일 문제를 인생의 화두로 삼고, 이를 위한 이론적 기반을 갖추기 위해 북한학박사 학위도 받았지요. 방용승 선생은 전북 지역의 거의 모든 민주.평화.통일운동을 조직하고 이끌며 6.15남측위 상임대표를 지내고, 전북겨레하나 공동대표 겸 상임이사와 전북평화회의 상임대표를 맡다가, 지난달부터 민주평통 사무처장을 맡게 됐습니다. 세 분 모두 제가 20년 이상 교류해왔는데도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된 내용이 많군요.
글로벌웹진 NEWSROH 칼럼 ‘이재봉의 평화세상’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lj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