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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카테고리[유진상 환경칼럼] 까치의 설움…‘아~ 옛날이여!’

2022-01-17

[유진상 환경칼럼] 까치의 설움…‘아~ 옛날이여!’



  • 기자명 유진상 환경칼럼니스트 
  •   입력 2022.01.17 11:51

유진상 환경칼럼니스트.©열린뉴스통신

유진상 환경칼럼니스트.©열린뉴스통신


과거에는 까치가 울면 ‘좋은 소식’이나 ‘귀한 손님이 오려나 보다’ 라는 말을 자주 했다. 그만큼 까치는 영물이자, 희망과 희소식을 전해주는 길조(吉鳥)로 여겼다. 우리나라는 1966년 2월 농림부 조수보호위원회에서 까치를 수렵조류에서 제외시켜 법적으로도 보호를 받게 되었다. 까치는 우리와 친근한 이미지로 금융권은 물론, 우체국이나 지방도시의 마스코트로도 인기가 높았다.

까치는 문헌 속 각종 설화에 많이 등장하는 조류이다. ‘삼국유사’에는 계림의 동쪽 포구에서 한 노파가 까치소리를 듣고 배에 실려 온 궤를 얻게 되어 열어보았더니 한 사내 아기가 있었다. 이 사내 아기가 훗날 신라 4대왕이었던 석탈해였다는 설화이다. 당시에도 까치는 귀한 인물이나 손님이 온다는 걸 알리는 길조로 여겼음을 알 수 있다.


까치.©열린뉴스통신

까치.©열린뉴스통신


다른 설화에는 까치가 보은(報恩)의 새로도 등장한다. 한 선비가 길을 가던 중 까치가 요란스럽게 울어대 살펴보았더니 큰 뱀이 둥지 안의 까치 새끼들을 삼키려하고 있었다. 선비는 활로 뱀을 쏘아 까치들을 구해주고 갈 길을 재촉했다. 산속에서 날이 어두워져 묵을 곳을 찾다가 마침 불빛이 있는 집으로 갔더니 예쁜 여인네가 극진히 대접했다. 그런데 잠이 든 한밤중에 여자가 뱀으로 변해 선비의 목을 감고는 “낮에 너한테 죽은 남편(활로 쏘아 죽인 뱀)의 원수를 갚으려고 한다.”면서 “절 뒤에 있는 종을 세 번 울리면 살려주고, 그렇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했다. 선비가 종을 칠 궁리를 하던 중 종소리가 세 번 울렸다. 그러자 몸을 감고 있던 뱀이 풀려 사라졌다. 선비는 날이 밝자마자 종각으로 가봤더니 까치 세 마리가 머리에 피를 흘린 채 죽어 있었다. 까치들은 은혜를 갚기 종을 들이받아 종소리를 울린 뒤 죽었던 것. 까치를 통해 보은의 교훈적 의미를 전하고 있다.


유해조수로 전락한 까치.©열린뉴스통신

유해조수로 전락한 까치.©열린뉴스통신


또 ‘동국세시기’에는 설날 새벽에 먼저 까치 울음소리를 들으면 그해 운수가 대통한다고 기록돼 있다. 불교설화에도 까치가 부처의 뜻을 전하는 행운을 상징한다는 내용이 전해온다. 또한 세시풍속에는 칠월칠석날 까치가 견우와 직녀를 만나게 해주기 위해 오작교(烏鵲橋)를 놓는 착한 새로 전해온다.. 이처럼 까치는 우리의 설화나 그림 속에서도 매우 친숙한 이미지로 등장한다.

하지만 요즘엔 원망과 지탄의 대상이 돼버렸다. 과수농가의 피해는 물론, 전봇대 위에 쇠붙이를 물어와 둥지를 만들다가 정전사고를 내기도 한다. 성격도 난폭해져 천적인 독수리나 매, 심지어 고양이한테도 덤비는 무서운 조류로 변해버렸다. 사람들의 보호와 천적이 사라진 틈에 까치의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갈수록 농작물 피해와 정전사고가 빈번해지자 그 주범으로 까치가 지목되면서 천덕꾸러기로 전락돼버렸다. 결국 환경부는 까치를 보호조(保護鳥)에서 유해조류(有害鳥類)에 포함시켜 인위적인 개체 수 조절에 나서게 됐다.

유해조류는 인간의 생활에 해를 입히는 해로운 새를 의미한다. 인간의 편의적 판단에 따른 여러 가지 명목으로 지정된다. 장기간에 걸쳐 무리를 지어 농작물이나 과수에 피해를 주는 조류로 참새, 까치, 어치, 직박구리, 까마귀, 갈까마귀, 떼까마귀가 해로운 새로 분류됐다. 전주 등 전력시설에 피해를 주는 까치. 서식밀도가 높아 분변(糞便)과 털 날림으로 문화재 훼손이나 건물부식 등의 재산상 피해를 주거나 생활에 피해를 주는 집비둘기도 유해조류로 분류돼 있다. 이 가운데 까치는 유해조류로 분류되는 죄목(?)이 두 개나 된다. 현재 이들 유해조류는 총포를 이용해 포획하는 것이 허용되고 있다. 지자체별로 잡은 만큼 포획 상금도 지급한다. 까치가 이처럼 나쁜 이미지로 바뀌게 되면서 기업이나 지자체의 마스코트에서도 사라졌다. 13년 동안 마스코트로 사용하던 국민은행도 1995년 민영화를 앞두고, 기업이미지통합(CI) 작업 과정에서 까치를 포기했다.


까치집.©열린뉴스통신

까치집.©열린뉴스통신


학계에 따르면 까치는 높은 나무 위에 둥지를 만들고 영역 안에서 무리지어 생활한다. 적이 자기들 영역을 침범하면 모두 달려들어 협공으로 적을 물리친다. 서열과 위계질서가 뚜렷해 우두머리 까치를 중심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살아가는 조류로 알려져 있다. 희소식을 전하는 길조가 어쩌다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게 되었을까. 열악해진 서식 환경과 천적들이 크게 줄어든 것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까치들이 둥지를 트는 곳은 나무의 질이 부드러운 버드나무와 미루나무이다. 하지만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에 따라 이런 나무들이 사라지면서 둥지를 틀 만한 터전이 사라지게 됐다. 대신 즐비하게 전신주가 늘어서 그곳에라도 보금자리를 마련하게 된 것 아니겠는가. 이와 함께 농약과 화학비료 사용으로 토양이 척박해지면서 까치의 먹이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결국 터전이 바뀌고 먹이가 줄어들자 전신주에 집을 짓고,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농작물을 찾게 된 것이다. 까치가 유해조류로 전락한 것은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환경파괴와 환경오염 탓이 크다. 총을 쏴서 잡고, 전신주 위의 둥지를 털어낸다고 해도 까치들은 쉽사리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목숨을 부지하기엔 서식환경이 너무 열악하기 때문이다. 풍부한 먹이와 둥지를 틀 곳이 늘어나지 않는 이상 더 영악스럽게 인간과 술래잡기를 하게 될 것이다. 까치를 탓하기 전에 지금부터라도 최소한의 서식환경을 보전해주고, 함께 살아가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예전처럼 우리 곁에 친근한 새로 명예가 회복됐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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