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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카테고리9월의 첫 페이지, 기억해야 할 이름들 <오늘의 역사속으로> 9월 1일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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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생성 이미지


9월의 첫날, 우리는 가장 먼저 1923년 9월 1일 관동대지진(關東大地震)의 비극을 기억합니다. 그날 오전 11시 58분, 일본 관동지방을 강타한 거대한 지진은 도쿄와 요코하마를 비롯한 도시를 순식간에 폐허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조선인들에게 닥친 비극은 지진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재난의 혼란 속에서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켰다”,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근거 없는 유언비어가 퍼졌고, 군경과 자경단 등에 의해 수많은 조선인이 무참히 살해됐습니다.

 

학살은 주로 9월 2일부터 6일까지 이어졌습니다. 정확한 희생자 수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국가기록원은 최소 6천 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자료를 소개하고 있으며, 당시 『독립신문』은 6,661명으로 보도했습니다. 9월 1일은 단순히 하나의 대재난을 기억하는 날이 아닙니다. 재난의 공포가 어떻게 혐오와 거짓말로 변하고, 그것이 무고한 사람들의 생명을 빼앗는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기억하는 날입니다. 우리는 그날 희생된 이름 없는 수많은 조선인들의 아픔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 기억 위에서야 비로소 새로운 9월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9월 1일, 기억해야 할 장면>

 

1898년 — 이름 없는 여성들이 ‘여권통문’을 선언하다

 

1898년 9월 1일 서울 북촌의 여성들은 ‘여학교 설시 통문’, 이른바 여권통문(女權通文)을 발표했습니다.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교육받고 직업을 가질 권리가 있으며, 문명개화의 정치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고 선언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권리선언입니다. 이 선언은 찬양회 결성과 순성여학교 설립으로 이어졌습니다. 2019년에는 이날을 기념해 ‘여권통문의 날’이 법정기념일로 지정됐습니다. 특히 주목할 것은 선언문의 주체가 ‘이소사·김소사’로 기록됐다는 점입니다. 이름조차 온전히 드러내기 어려웠던 여성들이 오히려 역사의 첫 장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새긴 것입니다.

 

1859년 — 태양이 지구를 뒤흔들다

 

1859년 9월 1일 영국의 천문학자 리처드 캐링턴은 태양 표면에서 강렬한 빛의 폭발을 관측했습니다. 약 17시간 뒤 거대한 태양폭풍이 지구를 강타하면서 전신망이 마비되고 일부 전신기에서는 불꽃이 튀었습니다. 오늘날 ‘캐링턴 사건’이라 부르는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지자기 폭풍으로 기록된 사건입니다. 1859년에는 전신망이 흔들렸지만, 오늘날 같은 규모의 태양폭풍이 발생한다면 위성·통신·전력망 등 현대 문명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167년 전의 태양이 오늘날 우리에게도 질문을 던지는 셈입니다.

 

1939년 — 제2차 세계대전의 문이 열리다

 

1939년 9월 1일 독일군이 폴란드를 침공했습니다. 독일 전함 슐레스비히홀슈타인이 단치히의 폴란드군 진지를 포격하면서 유럽에서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됐습니다. 전쟁은 곧 유럽을 넘어 세계 전체로 확대됐고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한 번 시작된 전쟁은 인간의 의지만으로 쉽게 멈출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9월 1일은 평화를 생각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1983년 — KAL 007기, 269명의 생명을 잃다

 

1983년 9월 1일 뉴욕을 출발해 서울로 향하던 대한항공 007편이 소련 영공을 비행하다 소련 전투기에 의해 격추(擊墜)됐습니다. 탑승자 269명이 모두 숨졌습니다. 냉전의 극심한 대립 속에서 민간 여객기가 비극적인 희생자가 된 사건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한반도가 단순히 남과 북의 분단에 그치지 않고 세계 냉전의 한복판에 놓여 있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남아 있습니다.

 

1985년 — 바다 밑에서 타이타닉이 발견되다

 

1985년 9월 1일 미국과 프랑스의 공동 탐사팀이 북대서양 해저에서 침몰한 타이타닉호의 잔해를 발견했습니다. 1912년 침몰한 거대한 여객선이 73년 만에 다시 인류 앞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습니다. 한때 인간의 기술을 상징했던 배가 바다 밑에서 발견된 장면은 역사의 아이러니를 보여줍니다. 인간은 거대한 배를 만들 수 있지만 자연과 시간 앞에서는 그 무엇도 영원하지 않습니다.

 

1773년 — 필리스 휘틀리, 흑인 여성 최초의 시집을 출간하다

 

1773년 9월 1일 런던에서 필리스 휘틀리(Phillis Wheatley)의 시집 『종교와 도덕에 관한 다양한 주제의 시』가 출간됐습니다. 서아프리카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에 노예로 미국에 끌려온 그녀는 영어와 라틴어를 배우고 시를 썼습니다. 그리고 약 스무 살의 나이에 자신의 시집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이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시인이 출간한 최초의 시집이었습니다. 신분과 인종이라는 거대한 벽을 넘어 자신의 목소리를 책으로 남긴 한 여성의 이야기는 9월의 첫날을 더욱 특별하게 만듭니다.

 

<오늘의 탄생 인물>

 

노무현(盧武鉉, 1946~2009)

1946년 9월 1일 경남 김해에서 태어난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입니다. 인권변호사에서 정치인으로 성장해 민주주의와 참여정치, 지역주의 극복을 강조했으며 재임 기간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오늘의 타계 인물>

 

손영각(孫永珏, 1855~1907)

1907년 9월 1일 산남의진의 참모장으로 일본군과 싸우다 전사한 의병장입니다. 을사늑약 이후 의병을 일으켰고 정용기 의병장과 함께 산남의진을 이끌었습니다. 입암전투에서 끝까지 항전하다 순국했으며 1980년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됐습니다.

 

루이 14세(Louis XIV, 1638~1715)

1715년 9월 1일 세상을 떠난 프랑스의 왕입니다. ‘태양왕’으로 불렸으며 72년이 넘는 긴 재위 기간 동안 프랑스 절대왕정의 절정을 이끌었습니다. 그의 죽음은 유럽 군주제 역사의 한 시대가 저무는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오늘의 한마디>

 

“거짓 소문과 혐오 속에서 목숨을 잃은 조선인들의 아픔을. 기억하는 것은 과거를 붙드는 일이 아니라, 다시는 같은 비극을 만들지 않겠다는 우리의 약속입니다.”

 

1923년 9월 1일의 관동대지진은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자연재해였습니다. 그러나 그 뒤 이어진 조선인 학살은 자연재해가 아니었습니다. 유언비어와 차별, 혐오가 만들어낸 인간의 비극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진의 피해자와 함께 학살의 희생자들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들의 죽음이 숫자로만 남지 않도록,

그들이 왜 죽어야 했는지를 잊지 않도록,

그리고 거짓과 혐오가 다시 사람을 죽이는 일이 없도록.

새로운 달의 첫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어쩌면 새로운 희망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날의 아픔을 제대로 기억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9월은 그렇게 시작합니다. 기억에서 진실로, 진실에서 화해와 평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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