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새 카테고리‘어느 젊지 않은 여가수의 노래’

2025-08-18

 

인간은 불가항력(不可抗力)이라고 느껴지는 한계 상황 앞에서 절망에 사로 잡히면 삶의 의미를 상실하고 심리적 폐허 상태에 다다른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는 바로 그 한계로 인한 고통으로 자신의 유한한 삶의 의미를 깨닫고 실존적 자각과 그에 따른 실천과 의지를 갖는다.

 

‘가수 윤영아’의 자전적 연극 ‘어느 젊지 않은 여가수의 노래’는 가수로서 자신의 지난했던 삶의 사건들을 통해 새롭게 자각된 삶의 의미와 가치를 가지고 ‘지금 여기에’ 살아가고 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하여 현재 삶 속에서 상실과 좌절을 경험하고 방황하는 사람들, 과거의 우울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어쩌면 이 모든 모습들이 보편적 삶의 모습이라면 관객 모두는 ‘가수 윤영아’의 삶과 조우(遭遇)하면서 위로를 받고 용기를 얻는 작품이다.

 

그리고 기독교적인 언어로 쓰여져 있지만 인간의 삶을 실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예술로서의 작품이기도 하다.

 

삶의 풍랑

 


‘가수 윤영아’는 고등학교때 이미 청소년 가요제에서 재능과 실력을 인정받고 어릴 때 부터 꿈이었던 가수로서의 삶을 시작한다. 그러나 얼마 후 자신의 매니저였을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 의지하던 어머니가 병마(病魔)로 돌아 가시자 상실의 고통과 ‘혼자됨’의 우울 속에서 가수 생활을 힘들게 해 나간다. 불행은 겹쳐서 온다고 했나. 그 이후 그녀는 소속사의 착취로 생활고에 시달려야 했고, 아버지의 병수발을 도맡아 해야 했다. 그리고 급기야는 소속사의 계약 횡포로 10년동안 가수 생활을 할 수 없게 되는 상황까지 가게 된다.

삶을 송두리째 집어 삼킬 만큼의 거친 풍랑을 만난 것 이다.

 

콜링과 받아들임

 


이 연극 스토리의 주목할 부분은 주인공의 ‘터닝 포인트’, 기독교적 관점에서 볼때는 ‘calling(부르심)’이다.

 

하루도 편안할 날 없던 그녀에게 조금씩 변화가 찾아온다. ‘작곡자 조운파’를 통해 지속적인 성경 구절을 받으며 그녀는 ‘위로’를 받기 시작한 것이다.

 

키에르케고르는 절망을 느끼면 느낄수록 인간이며 절망이 가장 강력하게 나타나는 곳에서 신에게로 나아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지점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수 윤영아’가 부서지고 금이 간 틈에서 새어 나오는 빛을 자신의 ‘은혜’로 인식하고 받아들인 바로 이 지점이 그 곳이다.

 

용서

 



소속사의 횡포에 고통받던 ‘가수 윤영아’에게 ‘작곡가 조운파’의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성경구절이 보내져 온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할 수 있을까?

 

용서의 문제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자동적으로 찾아오는 감정 같은 것도 아니며 기도만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강한 의지가 작동하여야 한다. 곧 수많은 고민과 성찰과 사유로서 결단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게 용기 냄 후 획득한 용서는 인간이 스스로의 파괴로부터 벗어나는 가능성이며 새롭게 삶의 시공간을 창조할 수 있는 가능성이 된다. 그리고 기독교 전통에서 용서는 원죄를 가지고 있는 ‘죄인’ 인간에게 돌아오기(화해) 위한 필수 조건이다. 이 연극의 극본을 쓴 작가의 전 작품 ‘아버지의 초상’이 돌아온 탕자로부터 모티브를 얻은 것이라는 것을 참고해볼 때 ‘용서’라는 화두가 이 연극에서도 마찬가지로 깊숙하게 관통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결국 가수 윤영아는 ‘용서’를 통해 비로서 새롭게 거듭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시선의 감옥에서

 

‘가수 윤영아’가 생활을 해결하기 위해 식당에서 일을 하는 에피소드는 인상적이다. 어렴풋이 가수였던 자신을 알아보는 손님들로 인해 수혜(受惠)를 보기도 곤혹을 치르기도 하면서 ‘인기 떨어지면 가수는 끝이야.’라는 속삭임이 반복된다. 그러나 타인의 지옥같은 편견을 느끼면서도 ‘가수 윤영아’는 그것을 견디고 살아낸다.

 

만약 그녀가 과거의 화려했던 시절에 머물러 타인의 시선들에 의지했다면 지금 이 연극은 없을것이다.

 

존재의 용기

 

연극의 후반부에서는 ‘가수 윤영아’의 재기의 모습으로 관객을 위로한다. 청소년 가요제 수상 소감에서 “엄마!”라고 소리치던 엣 된 목소리를 기억하는 관객에게 ‘어느 젊지 않은 가수 윤영아’로 세상에 화려하게 데뷔한 그녀는 관객에게 안도와 기쁨을 선사한다.

 

덧붙여 변호사도 없던 열악함에도 소속사와의 분쟁에서 이겼고 달라고 그토록 조르던 곡 대신 성경구절만 주던 ‘작곡가 조운파’에게서 곡도 받았다. 마침내!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를 누군가의 역경을 딛고 재기한 ‘성공’ 스토리로 볼 수 없는 것은 삶을 이겨낸다는 건 세상의 성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그 삶과의 사투는 여전히 운동성으로서 존재하기 때문에 결과가 중심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종교적인 관점으로 ‘예수 믿으면 잘 될 것이다’라는 통념으로 이해하면 더욱 위험하다. 믿는다는 개념이 교회만 출석하는 것으로 착각하여 자신의 삶을 종교에 방치하는 오류(誤謬)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연극이 ‘가수 윤영아’를 통해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이것이다.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지만 신과의 만남을 통해 또는 자신의 실존적 가치를 자각하여 새로운 삶의 존재의 용기를 획득하기를’.

 


에필로그

 

이 작품의 감정적 몰입과 관객 경험은 ‘배우 윤영아’가 내는 목소리에 의해 강력하게 다가온다. 보여주는 연극으로서 그녀의 대사와 노래는 무의식의 힘을 약동시키는 파토스가 작동하며 사유하는 연극으로서 연출이 만들어 낸 여백과 행간 틈에서 관객은 남몰래 깊은 숨을 내쉬기도 눈물을 훔치기도 한다.

 

각자가 개별화되어 가는 이 시대에 사람과 사람을 만나게 하고 감수성으로 소통하게 하는 ‘연극’이라는 것이 살아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글 사진 박성윤 재미 칼럼니스트

 

 

<꼬리뉴스>

 

韓2세들의 합창 카네기홀 울려퍼져 (2025.6.24.)

뉴저지한국학교 10주년 기념공연 화제

 

http://newsroh.com/bbs/board.php?bo_table=m0604&wr_id=12781




서울 중구 세종대로 20길 15, 7층(건설회관 701호)

재외동포신문방송편집인협회

전화 : 02-732-6025 | 이메일 : gkjeditor@gmail.com

Copyright ©2020 재외동포신문방송편집인협회. 

All rights reserved.

재외편협                  재외동포저널                  재외동포뉴스                   Global Korean Journalists Symposium                 협회소개                 개인정보취급방침

서울 중구 세종대로 20길 15, 7층(건설회관 701호) 재외동포신문방송편집인협회

전화 : 02-732-6025 | 이메일 : gkjeditor@gmail.com

Copyright ©2020 재외동포신문방송편집인협회. All rights reserved.